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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셔스 샌드위치 -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기자가 뉴욕에서 보내온 컬처비즈에세이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평점 :
모처럼 마음에 쏘옥 드는 책을 만났다. 바로 '딜리셔스 샌드위치'다. 배송이 늦어 내 마음을 졸이게 한 것 보다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책 첫 장부터 느껴지는 왠지 모를 박력에 오히려 책이 무거운 느낌도 들었다. 내용이 아니라 책의 무게가. 200쪽 가량의 하드커버의 얇다면 얇은 책인데 그 속에 담겨진 저자의 주장, 설득은 결코 가볍지 않다.
chapter1. 왜 문화가 밥 먹여주나
문화와 돈의 관계가 결코 상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차대전 전 영국는 최강의 나라였다. 그 중 런던은 모든 돈이 모이는 도시였고 모든 문화의 발상지였다. 예술이 살아숨쉬던 런던은 최고의 도시였다. 그 때 미국의 뉴욕은 그저 돈만 많은 도시였고 유럽은 이런 미국을 돈만 있는 천박한 곳이라고 무시하기 일쑤였다. 2차대전 후 런던은 쇠락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뉴욕이었다.
뉴욕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고, 그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했다. 그리하여 드디어 뉴욕은 돈 뿐만 아니라 문화도 가진 도시가 되었다. 문화는 돈을 따르고 돈은 문화를 따른다. 뉴욕의 끝없는 노력이 세계최고의 도시를 만든 것이다. 그러니깐 문화는 밥을 먹여준기도 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뉴욕의 갤러리가 있는 거리를 소개한다. 절묘하게 어울려 있는 돈과 문화를...
아무것도 없는 데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어차피 모차르트가 살던 시대의 순수예술에나 해당됩니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크리에이티브를 뭔가 대단히 심오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직장에서도 기획회의를 할 때 크리에이션만 하려고 하다 보니 크리에이티브가 떨어지는 희한한 상황이 발생합니다.(p.44)
저자는 문화를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옛날 만들어진, 혹은 현대에 만들어졌지만 알지못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재창조된 것도 문화라고 한다. 그것을 creation와 creative로 설명하는데 전자의 크리에이션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고, 후자의 크리에이티브는 차별화하거나 독특하게 변형한다는 느낌(p.41)이 든다고 했다. 우리는 크리에이션을 강조하기 때문에 되려 크리에이티브가 떨어지는 이상한 현상도 있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내가 좋아하는 라이온 킹은 1994년에 만들어지고 꾸준하게 여러 부분에서 크리에이티브 되어왔다. 4년 후 2편 제작은 물론 뮤지컬도 제작되었고 여러 팬시제품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전까지 생각해 볼 수 없는 것들이었지만 요즘은 많이 변한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드라마 대장금이 만화로, 뮤지컬로 크리에이티브 된 것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려먹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다.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로 여러 부분에서 수익을 거두고, 또 그 수익으로 더 좋은 작품이 나온다면 모두가 win-win할 수 있는 문화과 돈이 아닐까.
chapter2. 왜 경제가 아닌 문화가 미래인가
이유는 "웹2.0"때문이다. 웹2.0은 사실 정해진 뜻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참여, 공유, 개방'을 통해 일반적인 정보제공형태를 벗어나 사용자가 직접 컨텐츠를 개발하여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인터넷의 사용이 점점 활발해지면서 국경을 쉽게 넘나들고, 모두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다. 웹2.0과 문화가 무슨 상관이냐고 궁금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싸이월드, 블로그, UCC. 이런 것들을 통해서 정보를 만들고 얻는다. 이처럼 미국에도 유투브, 마이페이스, 페이스북처럼 비슷한 것이 있다. 미국은 유명대학 교수들은 이런 매체등을 이용해 무료 강의를 한다. 이런 (참여, 공유, 개방)적인 문화는 이제 신문같은 공중매체로 많이 볼 수 있다.
뉴욕이 세계최고의 도시이지만, 아름답지 않다. 나같은 사람이 뉴욕에 가면 회색 빌딩과 사람을 보면서 질저리를 칠만큼 아주 긴 빌딩이 많다. 도시 자체는 더러운 축에 속해서 쥐도 바글바글하다고 한다. 그런데 왜 뉴욕인가. 바로 뉴요커들의 생활을 보라는 것이다. 그들의 소비패턴이 세계 소비시장을 주도한다. 뉴욕을 여행하는 것은 뉴요커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통해서 뉴욕 문화의 정체성을 보고 즐기러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뉴욕이 문화의 도시인 것을 뉴욕타임즈의 스타벅스 긁기(?)를 예로 든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타벅스 이미지는 썩 좋지않다. 나만 그런것이 아니었던지 전 세계적으로도 스타벅스는 많은 고전을 겪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스타벅스가 과도한 확장을 위해 커피 본연의 맛을 버리고 기계로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샌드위치를 파는 등 결곡 잘 될 수 없다는 기사를 썼고(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나는 확신한다.) 결국에 스타벅스는 샌드위치 판매를 중단하고 매장확장 또한 그 수를 줄인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문화가 드러난다. 신문은 이 기업이 잘 되던 안되던 이런 호소력 짙은 글을 쓸 필요가 없다. 그저 보통 기사처럼 그냥 잘 되고 있다 안되고 있다만 쓰면 된다. 하지만 뉴욕타임즈 스타벅스가 기업문화를 잃어버리고 상업적으로 점철되는 것을 광분하며 신문사의 기업문화를 살려 이런 기사를 적는 것이다. 생각해본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업문화가 무엇인지. 잘 지키고 있는지. 그 기업문화를 잃어가고 있을 때 우리 언론들은 어떠한지.
세계 기업들의 경쟁은 씨름판이 아닙니다. 몸싸움이 아니라 아이디어 싸움판이지요. 회사에서 누릴 수 있는 여유라고는 고작해야 텁텁한 자판기커피 한 잔이나 비상계단에서 눈치보며 피우는 담배 한 대가 전부인 직원들이, 노천카페에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이들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이길 수 있겠습니까?(p.109)
구글은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내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그런만큼 모두 구글에 입사하고 싶어한다. 직원들의 크리에이션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는 한 순간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꾸준한 노력과 사고 끝에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단발적인 문화행사투자나 직원들의 닥달해서 보게하는 책, 공연은 큰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직원들의 번득이는 아이디어는 회사의 복지차원을 떠나 문화적인 배려까지 고려할 때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진정한 문화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chapter3. 왜 문화가 내 삶을 좌우하는가
한국인들은 모두다 자신들이 '샌드위치 세대'라고 생각한다. 50대는 IMF를 정면에서 받은 세대로 '오륙도'라는 신조어를 내세워 좋은 시절 직장을 다닐 만큼 다니고 은퇴한 앞세대와 치고 올라고는 40대 임원들때문에 앞이 캄캄하다. 40대도 할 말이 있다. 그나마 50대는 끝을 보기라도 했지만 자신들은 '사오정'이 대세다. 노후대비는 커녕 아이들 사교육비조차 벅차다라고 한다. 그러면 30대도 할 말이 있다. 부동상 폭등으로 월급을 평생 모아도 집을 사지 못한다. 게다가 '영어'와 '컴퓨터 능력'을 앞세운 20대를 보면 무섭다. 하지만 이 말 들은 20대도 할 말이 있죠. 50대, 40대, 30대의 모든 문제를 일단 다 가지고 있다. 아무리 공부해도 취업이 안되고, 취업을 해도 언제 짤릴 지 모르며, 돈을 벌어도 집도 못사고 노후대비도 어렵다. 이러면서 10대 샌드위치 세대도 있다. 죽자사자 공부를 해도 이제 남는 게 없을 것이다. 책에서는 현재는 웹2.0 시대지만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웹3.0, 웹4.0시대가 올 것인데 죽자사자 공부하는 것 보다 문화생활을 한 다른 나라 10대들이 더 나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늘 이렇게 앞세대를 보면 손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피해의식과 열등감. 이것이 우리의 샌드위치 세대.
하지만 미국의 '샌드위치 세대'는 부모를 부양하고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세대를 말하는 것이다. 피해의식, 열등감, 단절과는 상관이 없다. 그런데 뉴욕에서의 '샌드위치 세대'는 꿈의 단어다. 점심에는 샌드위치로 가볍게 점심을 먹고, 저녁에는 가족 친구들과 긴 저녁식사를 하고.
우리나라의 '샌드위치 세대'는 세대간 문화의 단절로 피해의식이 더 커졌다. 미국에서 라이온 킹은 꼭 봐야할 뮤지컬 중 하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이나 볼 뮤지컬이다. 10대는 꼭 최신가요를 30~40대는 7080음악을 50대 이상은 가요무대. 정해진 것 처럼 선을 그어놓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해리포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상상력이 가득한 책이 없다. 역사나, 우리가 겪었던 시대상황에 대한 멋드러진 글은 있지만 말이다.
우리는 은퇴하고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살기를 바란다. 미국에서는 은퇴를 하면 더더욱 대학 근처로 거처를 옮긴다. 실버타운에서 지나간 과거를 이야기하며 회상하는 것 보다 많은 젊은이들과 함께 배우며 일하며 사는 것을 바란다는 것이다. 대학 근처는 집 값이 싸고 의료시설이 잘 되어 있으면 스포츠 경기등 많은 문화생활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단지 늙으면 부양의 대상이 되는 것 보다, 부양의 대상이 되더라도 손자들과 함께 문화를 즐기고 함께하고 가르쳐준다면 단순히 부양의 대상(짐)따위로 누가 볼 것인가. 문화는 내 삶을 좌우한다. 그리고 문화로 노후대비도 할 수 있다.
chapter4. 컬처비즈의 시대, 왜 글쓰기인가
디지털 시대가 되면 오히려 문자 글자가 사라질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인터넷, 휴대폰. 이런 쉬운 매체로 오히려 인간관계는 소홀해지고 혼자서 활동하는 것이 편해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잊고 것이 있다. 인터넷, 휴대폰(문자)은 문자를 중심으로 한 매체다. 물론 동영상도 전화통화도 있지만 보통은 인터넷의 글을 통해 문자를 통해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글쓰기가 더욱 중요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저자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CEO 조너선 슈워츠'의 블로그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기업의 수익이 떨어져서 위험했을 때 그는 사실적이고 진실한 포스트로 사원들 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긍정적인 지지를 얻었다. 글을 잘 썼다기 보다 글을 통해 밝은 미래를 봤기 때문에 리더로서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 내 유명대학교에서 글쓰기에 대한 강의가 아주 중요하고 필수적이라는 것도 알려준다.
본인도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축구선수면서 베컴의 자서전을 머리맡에 놓고 잠들거나 지단에게 가서 공에 사인을 받고 즐거워하는 것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나는 그렇지 안았다. 상대가 아무리 대단한 선수여도 나에게는 한번 붙어보고 싶은 경쟁자일 뿐이었다. 우리 시대의 삶은 '성공'에 모든 것을 두었다. 그러나 두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행복과 즐거움'이 그들의 중심에 있는 것 같다. 부럽다. 그리고 이런 세상을 그들에게 물려준 우리 세대가 자랑스럽다.(p.187)
차범근 감독이 쓴 글이다. 어느 감독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차범근 감독이 더욱 돋보인다. 글을 쓰는 주부가 돋보이고 직접 가사를 짓는 가수가 돋보이듯 글쓰는 일을 자신의 분야에서 나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첫째, 글쓰기는 생각을 키운다. 무엇을 쓸 것인지 생각하고 정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부족한 부분은 공부하고 체계를 만든다. 둘째, 글쓰기는 새로운 것을 접하게 한다. 글을 쓰기 위해 새로운 분야에 대한 흥미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만큼 글쓰기는 새로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셋째, 세대간 '소통'의 길을 열어준다. 글쓰기는 선입견 없이 세대를 아우룰 수 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간단한 메시지를 가지런하게 정렬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에게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생각이 많아서이다. 학창시절 국어시간 배웠던 가지런한 방법으로 글을 써야한다는 압박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내 생각은 커녕 줄거리 나열만 하다 끝을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의외로 이 책을 읽고 나서 글쓰는 것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답답함을 풀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열심히 다른 사람의 글쓰기를 읽고 내가 쓰다보면 나만의 방식이 생기고 정렬이 생기고 체계가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열심히 하면.
표지 디자인이 독특하다. 그래서 표지만으로도 이 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눈높은 둘째도 제법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다. "스티븐 잡스는 알았고, 빌 게이츠는 몰랐다" 라는 문장도 좋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예를 든 것 좋았다.
경영전공 2년 반. 배웠던 것을 다시 한 번 되집을 수 있었고, 그것을 발판삼아 새로운 것도 생각하고 쌓을 수 있어서 정말 남는게 많은 시간이었다. 이 책은 당장 내가 변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문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고 배워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 문화와 경제/경영을 관계지어 앞으로를 설명한 것이 새로웠다. 첫 장의 어마무시한 박력을 내 마음속 그대로 간직하게 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이 이런 식으로 모두에게 기억되길 바라며 나름 별점을 거의 만점으로 줘본다.
★ Eunyo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