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 타이 생활기 - 쾌락의 도가니에서 살다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강병혁 옮김 / 시공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당첨된 책이 오랜만에 왔다. 소곤소곤 살며시 하는 이야기지만, 제법 당첨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배송된 책은 겨우 라고 할 만큼만 왔다. 기다리면서 혼자 너무 안달하고 있다. 게다가 바로 밑 여동생은 이제 비웃는다. 정말 당첨된 거 맞냐고. 

  먼저 자진해서 밝히자면 타이가 어딘지 전혀 몰랐다. 책을 읽으면서도 일부러 모른 채 찾아보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알아채고 싶었다. 읽으면서 기시감은 떨칠 수 없었던 것이, '게이'가 많고 덥고, '코끼리'가 있고, 수도가 '방콕'인 나라라는 점. 이봐, 그 나라는 '태국' 아냐? 얼른 일어나 검색해보니 암만 '태국'이라고 검색해도 '타이'라고 나오는 것이... 둘이 다른 나라가 아니었구나.


  7월 6일 KBS '1박2일'에서 백두산에 갔다. 배를 타고 중국에 도착해서 다시 버스를 타고 향하는 긴 여정중에서 국경에 맞닿아있는 북한에 대해서 출연자 모두 울컥해하는 장면이 있었다. 이렇게 가까운데, 우리는 같은 민족인데로 설명할 수 있는 애절함, 한.. 그리고 새삼 애국심이 느껴지던 부분이었다.

  다른나라라 하더라도 아마 보통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 내가 가진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타이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들에게는 국왕은 있어도 나라는 없다. 나라를 지켜야 할 임무가 있는 군대는 가끔 쿠데타를 일으킬 뿐이다. 수에 비해 힘을 못쓴달까 내전에 나서면 대부분 진다. 글에서 나온 이야기를 토대로 나름 추리를 해보면, 타이사람들은 나와 내가 아닌 사람에 대한 구분만 있을 뿐 사실 가정이나 친구에 대한 구분이 거의 없다. 한 번 친해지면 밑도 끝도 없이 바닥을 보이는 성격때문인지 타이인의 집에 머무른다고 하면 그 집 거실을 몇 날 며칠동안 장악하고, 주인들 모두 나간 집에 홀로 남아 있다하더라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정에 대해서 같은 성만 쓸 뿐 이라는 부분에서 가족간에 정이 전혀 없나 싶을 정도였다. 또 될 때로 되라는 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배신을 했건 당했건 속없이 다시 친해지기도 한다. 같은 방식으로 당장 나에게 피해가 없는 한 내전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관심이 없다. 역시 의식이 팽배한 곳이다. 책을 읽어보면 좀 더 적나라하게 배신의 타이인들이 나온다. 나라면 용서는 둘째치고 평생동안 보고 싶지 않을텐데 그들은 다시 웃으면 친구를 맞아준다.
 
  타이의 지도자이지만 신은 아니고, 하지만 오랫동안 살아주기를 바라는 푸미폰 아둔야뎃 타이 국왕이다. 정확한 소개는 클릭클릭☆. 우리나라에는 없는 '국왕'이라는 개념이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 상징적인 계급이지만, 그의 행보는 거의 '지도자'수준이다. 못하는 것이 없고, 서민을 위해 많은 것을 해서 엄청난 지지를 얻고 있다. 그만큼 그의 아들도 지지를 얻으면 좋을 텐데 전혀 그러고 있지 않아 오래 살아야 한다는 강요아닌 강요까지 받고 있는 국왕이다.

  타이는 일단 무조건 연구를 해보고 보자는 듯 달리는 나라같다. 포도를 재배할 수 없는 환경인데, 와인을 만들어낸다. 물론 유사와인. 하지만 절대 책만으로 연구를 해서 와인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저자가 말한) 타이인 답다. 제법 와인 맛이 난다고 하니 이건 한 번 마셔보고 싶다. 당연히 확실한 위생상태속에서 만들어져야 할테지만. 그런데 이 점보다 더 기발한 것은 와인의 안주로 만든 '벌레 통조림'이다. 아직 어떤 매체를 통해서도 나는 접해본 적이 없어 더 기발하게 느껴진다. 타이의 와인이기 때문에 타이만의 안주이면 더 좋지 않을까~해서 만들어 진 것이 벌레 통조림이란다. 개미의 알이라던가, 벌레라던가, 벌레같은 것을 볶아 만든 통조림은 제법 바삭바삭 고소하고 맛있다는데 절대로 절대로 싫다.

  그곳에서는 일상적인 것으로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한 수단이겠지만, 아 정말로 정말로 싫다. 벌레, 개구리, 벌레, 올챙이. 먹는 이야기는 얼마 나오지도 않는데 그나마도 타이다운 음식을 먹어야 겠다는 일념에 이런 혐오식품을 찾아 먹는 부분이 많다. 으으으으으읏-

  소심한 나는 절대 타이인과 친구를 해서는 안되겠다라고 생각한 부분이 있다. 타이인들은 악의없는 심한 장난을 많이 친다고 한다. 뚱뚱한 사람에게 돼지라고 하고, 머리가 좀 벗겨지면 대머리라고도 한다. 뭐 장난이 심하다고 생각하자, 생각하자. 그런데 어떤 이야기를 해도 말끝마다 이 장난으로 말을 끝맺는 사람들은 정말 싫다. 뚱뚱하다고 고기만두니, 특히 TV에서 장애인에게 바보라고 말하는 것이 개그라니. 생각만 해도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바보이기 때문에 바보라고 놀리고, 뚱뚱하기 때문에 돼지라고 놀리고, 노골적인 별명을 만들어 사람을 놀린다는 데 도대체 이 나라는 뭔가!
 

  지금까지 내가 본 '극락타이생활기'의 서평이었다. 나름 본 것 있다고 이 생각 저 생각을 다 넣어보려니 글이 너무 길어진 것 같다. 서평은 특별히 내가 기억에 남았던 것들을 마구잡이로 엮어보았다. 사실 타이(태국)하면 '게이, 트랜스젠더'의 나라, 관광지라는 건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고, 굳이 그 점을 다시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서 의식적으로 이 두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책 속에서는 아무 편견없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아무리 나라도(--;;;) '돈을 벌어 가슴을 사고 싶다'던 게이의 사연 등은 적고 싶지는 않다.

  '극락타이생활기'는 여행기라기 보다 그곳에서 얼마간 살았던 사람이 전하는 그 나라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래서 좀 더 친밀하게 타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일본인'이 겪은 '타이'라는 나라의 이야기이기때문에 다소(그냥-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부분에서는 뒤에 설명을 따로 하겠음)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또 타이인에 대한 단정적인 이야기들이 많다. 대부분 '인간관계가 느슨하고 너그럽고 작은 일에 집착하지 않는'을 기본으로 거의 모든 이야기가 전개된다. 몇 명의 인간을 단정적으로 설명하기도 힘들텐데 싶었다.

  좀 더 깊이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일본인이 겪은 타이라는 나라의 이야기'라는 부분인데- 막 한류붐이 불었을 때 우리나라 주위에서 많은 책이 나왔고, 제법 많은 책이 번역이 되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류에 대한 좋은 이야기도, 물론 혐한류에 대한 것도 있었다. 혐한류는 한류를 반대한다기 보다 그냥 무작정 문화를 깔아뭉게고 혐오한다. 제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빨간색 표지의 책으로 한국사람이 적었던 혐한류에 대한 책을 서점에서 본 적이 있다. 일본에 살면서 일본사람에 대해 좋은 식으로 단정하고 한국사람은 이래서 안된다고 무작정 우겨대는 글이었는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요 며칠 너무 더워서 내가 예민해 진 탓도 있을 수 있고, 저자는 그렇게 적지 않았지만 번역자가 최대한 저자의 방식대로 번역을 하다보니 그런식의 어투로 된 것일 수도 있다. 글을 읽는 처음부터 비웃는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타이사람들은 이래서 안돼, 그런데 이 점때문에 좀 되는 것 같아 하는 식으로 말이다.

  타이는 나에게 안식의 나라다 하면서 일본인으로써 타이를 꼬집고 있다. 뭐, 그래도 저자는 확실히 타이를 좋아한다. 그건 확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애정어린 글을 쓸 수 없을 테니깐.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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