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s 러브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요즘 왜 이렇게 책이 잘 안읽히는 건지 모르겠다. 읽고싶은 것과 읽는 것은 역시 틀리다고 생각하면서 방학 후 첫 일주일을 허둥지둥 보내고 나니, 이거 원 시간이 아까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더란 말이다. 책도 오랜만에 읽으려니 왜 이렇게 꺼려지는 게 많은 건지... 그래서 일단 가볍게 로맨스 소설 한 권으로 시작해보자-싶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선택한 책은 이번 현고운님 신작인 <사자's 러브> 이다. 아, 이 제목이 왠지 묘~하게 낯설지 않다고? 뭔가가 생각나는 것 같다고? 그렇다면 본인의 감상문 중 <유령과 토마토>, <봄날의 팔광> 을 읽어보면 기억날 것이다. 우리의 저승사자2999호 아저씨. <유령과 토마토> 에서 저승사자로서 첫번째 임무를 맡았고 정말 깨끗한 영혼을 가진 지유를 낼름 하려는 검은 영혼 도현을 막아보려고하기도 했고, <봄날의 팔광> 에서는 이구씨로 등장하셔서 달희선녀님에게 민혁따윈 냅두고 올라가자고 설득하시기도 했다. 물론 둘 다 실패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런 저승사자2999호 아저씨의 마지막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사실 정민의 사정은 어떻게 보면 제일 흔하면서, 어떻게 보면 가엽기 그지없다. 젊은 시절 돈 많은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르고 아이를 밴 채 남자의 부인을 찾아가는 당돌한 여자. 바로 그녀가 정민의 어머니이다. 인물값하는 친부와 친모사이에서 태어난 정민은 친부의 본래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죄스럽다. 친모와 자신의 존재가 그들 가족의 행복을 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민은 아픈 것에 아주 민감하다. 특히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그냥 보아 넘어가지를 못한다.

  이것이 저승사자2999호 아저씨와의 첫만남이다.

  짧은 시간동안 정민과 저승사자는 많은 대화를 나눈다. 정민에게 있어서는 생애최초로 자신의 속마음을 허심탄회하게 말 할 수 있었고, 저승사자에게는 처음으로 인간에게 마음을 줄수 있었다.

  또 다른 저승사자 서주찬. 사채업계에서 절대악 같은 사람이다. 절대 돈을 떼이지고 않고, 의심에 의심을 품고 있는 사람. 저승사자의 눈에는 검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랄까. 새벽에 운동을 하다 채무자에게 칼 맞고 응급실에 간 주찬은 자신을 치료하던 정민에게 정말로 한눈에 뾰~옹 가버린다. 절대 제정신인 본인이라면 못할 짓 까지 해가면서 정민에게 열렬하게 구애를 시작한다. 좀 악착같고 집념도 있는 주찬은 흔들리는 정민의 곁을 끝까지 지켜준다. 생각외로 말이다. 사랑따윈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몇 번이고 떠나버릴 것 같으면서 말이다.

  세상에 그녀를 지켜줄 사람은 없고, 그녀도 기대지 않는다.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고 바라지 않는다. 그냥 태어난 게 미안하고 살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안타깝다. 책을 읽을수록 이런 정민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명 삽질이랄까. 너무 땅만 파고 들어가니깐 답답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건 겉모습이고, 그녀의 속마음은 언제죽어도 아깝지 않다 미련없다 한다. 

  현고운님 글을 몇 편 읽지는 않았지만 글 중 제일 독특한 여자주인공이다. 대개 따뜻하고 상냥한 여자주인공을 적었다면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차갑고 무뚝뚝하지만 가르쳐주면 잘하는 주인공이다. 정민은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고 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 주찬에게 모른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주찬도 사랑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남자의 재력에 따라 몰려드는 것이 여자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온 지 35년. 이 사람이 내 여자다! 하고 느끼기 무섭게 그녀는 저승사자에게 마음의 한자락을 주고 있다. 그때마다 화가나고 좌절도 하지만 그래도 먼저 반한 사람이 지는 거라고 그녀의 곁을 투덜투덜 거리면서 지키고 있다. 그러면서 그녀에게는 '사랑은 그런 게 아니야'하고 어른처럼 말한다.

  저승사자2999호 아저씨 이야기는 여기서 마지막이다. 그래서 나는 더 안타깝다. 일부러 저승사자 아저씨와 정민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살짝 해본다며, 그들은 서로에게 의미가 있는 존재였다. 아마 저승사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어쩌면.. 정민과 인간으로써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깊은 관계였다. 정민에게 저승사자과 주찬을 매어 저울에 달아보면 어떨까? 이건 나도 모르겠다. 난 주찬이 좋지만, 처음에는 저승사자에게 기울것임을 아니깐. 근데, 왜... 이 글에서는 '현고운님같다'라는 느낌이 안들까?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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