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도의 열두방향 - 박정석 세계여행 에세이
박정석 지음 / 시공사 / 2007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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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더 늦기 전에 리뷰를 써야 할 것 같아서, 한 밤중에 부랴부랴 글을 남겨본다. 아무래도 할 일이 많아서 다른 일을 미룬다는 건 말이 안되는 것 같다. 스스로 반성하고 있다. 
 
  최근에 읽은 '내 지도의 열두방향'이다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계기는 부끄럽게도 그저 여행에 관한 책을 읽고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yes24에서 검색하기 시작했고, 때마침 여행에 관한 메일도 왔고, 그래서 그 중 가장 끌리는 책을 감상평을 보지도 않고 그냥 구입했다. 게다가 부산 출신의 프로게이머 이름과 같지 않은가. 하지만 막상 구입하고 나서 4달이 지나서야 읽게되었다. 학교 다니면서 공부하는 게 무슨 벼슬 인 것 마냥 오만 바쁜 척 해대느라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휴=3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점을 몇 가지로 나눠 이야기 할 수 있다. 하나는 신랄함, 또 다른 하나는 여행에 대한 나만의 고정관념이 깨졌다는 것.

  신랄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일단 책 표지글을 찬찬히 한 번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앞서 신랄하다고 이야기 했다. 책을 읽다가 글쓴이가 참... 신경질 적이라고 느끼기는 꽤 오랜만인 것 같다. 화도 내지 않고 조곤조곤 뜯어서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혼자서 여행하는 사람의 기분에 대한 것도, 젊은 여대생을 만나며 느낀 점들, 글쓴이에게 애원하던 인도 청년,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최고의 바다, 가까워서 가기 싫은 일본...같은 이야기들이 있다. 

  푸른 산과 맑은 하늘, 아름다운 바다와 같은 그 경치, 풍경에 대한 칭찬은 많으나, 그 외에는 다소 시니컬~ 하다. 그런 것에 비해서 사진에 대해서는 특별한 감흥이 없었다. 뭔가, 그냥 혼자 느끼기로는, 인위적이랄까 뭔가.. 뭔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특별히 뭔가를 느낄 수가 없았다. 신기하게도..;;

  생각나는 이야기가 몇가지 있는데 사진 포즈를 취해주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더니 다가와서 돈을 요구하던 소녀를 글쓴이는,
 

  너희들은 새.
  나는 총을 든 사냥꾼.

         - 본문 p.230
 
 
  이라며 심한 회의을 표현하기도 했고, 젊은 여대생을 만나 나이 듦의 장점이라든지, 여행에 관한 충고를 해주고 나서 아직은 알아듣지 못한 이야기라며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조건 신랄하기 보다, 읽을 수록 그 따끔한 말투에 점점 익숙해져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책을 볼 수 있었다. 세상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여행을 하면, 꼭 그녀처럼 나를 향해 정겹게 웃어주거나(내가 돈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면), 문제가 생길 때 서슴없이 도와준다거나(뒤에서 터무니 없는 부탁을 하지는 않았으면.)..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부모님께 동생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세상 사람들도 나같은 사람일 테고 혼자 여행을 하든 둘이서 여행을 하든 힘든 문제가 부딪히거나 혹은 그냥 스스럼 없이 다가와주지 않을까, 또 한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내가 더 용감해지지는 않을까,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어쨌든 어머니는 해외에 까지 가서 하는 여행에 별로 관심이 없으시다. 한국땅 한 번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다면서...
 

  " 모든 것이 그렇지만 여행은 자기만족이야. 맥주만 실컷 마시다 돌아와도 그것으로 좋았으면 그만인 거야. 어디에 가서 무엇을 봤다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야...(중략)"        - 본문 p.65
 

  글쓴이는 여행을 와서 한 일이라곤 맥주 한 병을 마시는 것 뿐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내 마음이 편하고 만족한다면 여행은 그걸로도 충분하다, 라고 말했다. 왠지 이 부분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10만원이든 100만원이든 집을 떠나 어디든 가게 된다면 나는 그 값어치 만한, 혹은 내가 투자한 시간에 대한 뭔가를 꼭 얻어와야 그것이 여행이요, 여행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이요, 혹은 공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야기 해주는 사람은 나에게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많이 생각해봤다. 식도락 여행을 위해 베트남에 갔지만 내가 동하지 않는 요리들 일색이라면? 그렇게 고대하던 인도여행이 현실은 진저리 쳐지는 상황들 일색이라면? 사실 생각하기도 싫지만, 이런 생각이 안들었던 것도 아니다. 뭘해야 할까? ...정말로 맥주 한 병에 몸을 맡기고 케이블로 헐리우드, 혹은 한국의 TV나 영화를 볼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 여행이 불행한가 라고 한다면 그렇지는 않겠지... 라고 단번에 이야기 하지는 못한다. 어쨌든 나는 내가 투자한 비용만큼 뭔가를 뽑아내야 한다. 지독한 노랭이도 아니고 만원에 덜덜떠는 일수쟁이도 아니지만... 공백이라든가 여백, 쉬는 것, 느리다는 것의 미학을 나는 아직 모르겠다. 이것이 이유다.

  그러고 보면 내가 아직은 젊기 때문일까, 시간과 세월의 축복을 받지 않아서 일까. 맥주 한 병에 여행의 미학을 느끼기에는 아직은 모자란 것 같다. 젠장. 이렇게 글쓴이의 말을 인정해버리다니.(이 부분을 모르겠다면 4번째 문단을...)
 

  지금 말해다오, 그러면 내 답할 테니
  내가 너를 어떻게 도와야할지, 말하라.
  바람의 열 두 방향으로
  끝없는 나의 길을 떠나기 전에
 
  -A.E.하우스만

   쫌 특별한 듯한 책 제목은 이 시에서 인용을 해왔다고 한다. '바람의 열 두 방향'이라니. 뭔가 보헤미안의 삘이 난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살아가다 바람처럼 가버리는 그런 느낌 말이다.

  요즘 나의 싸랑스러운 막내(초6)가 내가 읽는 책에 탐을 낸다. 처음에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를 탐을 내더니 읽고 감상을 쓰기도 했다! 어찌나 장한지.. 그런 만큼 책을 잘 골라서 읽어야 하겠구나 하는 무거운 책임도 느낀다. 이번엔 이 책에 벼르고 있다. 사실 막내가 읽기에는 이 책의 내용이... 좀 이른 것이 아닌가, 너무 거칠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그런 이 책을 막내는 어떻게 읽어낼까?

  막내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고, 질문이 많아질 때쯤... 나도 그 나라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기 위해 공부를 좀 해야겠다. 동생의 질문에 대답 꽉 막혀 말못하는 언니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깐.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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