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 작은 탐닉 시리즈 1
고경원 지음 / 갤리온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 집안에서는 어린이날은 우리 막내를 위한 날인데, 본의아니게 나를 위한 날이 되어버렸다. 어쩌다보니 생긴 어마어마한 액수의 공돈(거의 30만원). 이 돈을 가지고 평소 가지고 싶었던 책과 읽고 싶은 책을 고를 수 있게 되었다. 순전히 나를 위해서 말이다. 기쁜 마음에 그동안 힘들고 가슴 아팠던 일은 떨쳐 버리고 열심히 동보서점을 휘젓고 다녔다. 없던 책도 찾아서-   (2008년, 물론 지금 생각하면 서점을 뒤질 필요도 없이 인터넷 검색으로 해서 사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한다. 그럼 적립금이 얼마야~)

  그러는 중에 딱 마음에 와닿는 책이 바로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였다.

  탐닉시리즈 중에 하나로, 이 책은 글쓴이가 블로그에 올린 내용들을 정리해서 묶은 책으로, 흥미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그 길고양이를 위한 도시인들의 자세와 태도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있다. 뭔가 엄청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그저 길고양이들 자체를 이해해주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뭔가 마음을 잡고 고양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도시를 살고 있는 하나의 객체라는 것만을 이해하면 된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있다. 

  거리의 고양이들을 우리는 '도둑고양이', 혹은 요즘은 '길고양이'로 부르기도 하고 그외 '노숙고양이', '유기고양이', '들고양이', '야생고양이'등이 있다. 나는 '길고양이'라는 말이 더 와닿으므로 여기서는 '길고양이'라고 표현하고, 혹은 줄여 '길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거리 곳곳에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보고 있는 고양이를 누구다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그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나처럼 함께 바라보면 다가와줘 하는 텔레파시를 보내는 사람도, 혹은 고양이를 위해 그냥 뒤돌아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책을 읽고서야 고양이와 마주치면 눈을 마주치지 말고 돌아설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모르면 무식하고 용감하다더니! 나는 말로만 열심히 고양이를 좋아한 것이 아닌가, 반성을 했다.

  전반적인 책의 분위기는... 슬프다. 슬픈 내용들이 가득하다. 버려질 수 밖에 없는 고양이들에 대한 내용들이, 그 고양이들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들이 절절하다. 그런 느낌을 가지고 싶었기에 보통은 속독을 하는 편인데, 천천히 꼭꼭 씹으면서 책을 읽었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의 천진난만한 사진들이 가득하기도 해서, 그 사진들을 보면서 너무 예쁘고 멋있는 녀석들뿐이라 행복하기도 했다.

  고양이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사례도 많이 나왔지만, 나는 아무래도 앞부분의 고양이들의 행복하지 않는 도시생활이 마음에 영 걸린다. 보통 고양이의 수명이 15~20년이라는데 길냥이들의 수명은 3년 안팎이란다. 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한 편견으로 죽이기도 하고, 잦은 출산, 영역싸움, 차에 치이기도 하고... 이유는 많다. 물론 길거리의 미화를 생각하면 길냥이들은 그저 방해되는 짐 정도밖에 안 될테고, 밤마다 아기 울음소리를 내며 울기때문에 불길하기도 할 것이고,  한 마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길도, 밤도 짜증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양이 입장에서 살펴보자. 물론 처음부터 길고양이 출신인 녀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길고양이 대부분이 버려진 고양이였다. 게다가 집에서 기르는 품종의 고양이는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서 임의로 종을 개량했기 때문에 보통의 고양이에 비해 많이 약하다고 한다.

  길고양이들은 생존을 위해 쓰레기 봉투를 찢어야 하고, 음식쓰레기 통도 엎어야 한다. 음식이 나오는 구역을 차지 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하고, 발정때는 본능적으로 교미를 할 수 밖에 없고 그때마다 또 새끼를 낳아야 한다. 길냥이들 입장에서도 정말 스트레스 받는 삶 일색이다.

  이 책에서는 '스탠포트네트워크'를 사례로 들어 길냥이들과 도시인 사이의 오해와 갈등을 풀 방법을 살짝 이야기 해준다. 주먹구구식의 중성화수술을 위한 작업이 아닌, 자연스럽게 고양이와 소통하면 그 개체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이다. 또 이는 고양이 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애완동물에게까지도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자연스럽게 고양이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 부럽지만, 아직은 좀 먼길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터키쉬니 러시안블루니 하는 생각을 버렸다. 내가 고양이를 기를 여건이 되고, 또 고양이와 함께 10년 이상을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이 되었을 때 길냥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싶다. 길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들에 관한 책이지만, 비단 고양이 뿐만 아니라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다른 모든 애완동물들에 대한 관심의 깊이에 대해 생각해 볼수 있는 책이었다.


blog '길고양이 이야기'
http://pygmalion.egloos.com
http://blog.daum.net/gorestcat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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