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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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들에게는 초치는 말이겠지만 나는 '요절복통' 이라는 단어를 쓸만큼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다. 그럭저럭 페이지를 넘기기에 편하고 쉬운 책쯤이다. 하지만 다른 소설책(?)들과 틀린 점이 있다. 
 
  책을 사고서도 거의 한달간 책꽂이에 꽂아두고선 눈길만 가끔 주다가 이번 추석, 기차타고 큰집에 올라가는 그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 적당한 페이지, 적당한 크기 책중에서 고민하다가 이 책을 들고가게 되었다. 차라리 읽을 것이 없어서 신문이든 뭐든 그 곳에서 하나 사서 읽는 것이 좋지, 잔뜩 들고 가서 읽지도 못하면 그거만큼 바보같은 짓이 없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가는 촌인데 너무 책만 읽는다고 아버지께 꾸중을 듣기도 했지만... 어쨌든 이 책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면,
 
  내가 본 이라부 이치로는 좋게 말하면 여전히 동심에 빠져있고 뭔가 전문적인 단어나 약으로 환자들의 마음을 치료하지 않고 그 환자들이 직접 느끼게끔 행동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한다. 환자들은 당장에는 이라부의 행동을 알아채지 못하지만 이라부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점 알아챈다. 이라부를 통해 잊었던 것을 알아채고 아팠던 것을 극복한다.

  나쁘게 말하면, 아니 요즘 삐뚤어져있는 내 시선으로 본 이라부는... 속은 깊은지 몰라도 재정적 어려움 없이 독고다이식의 인간이다. 내 멋에 살고 내 멋에 죽는, 누가 뭐라해도 나 좋을 대로, 내가 즐겁고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을... 심심하던 차에 (절대 의사가 그럴리가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라부라면 왠지 그럴 것 같다. 꽤 크고 유명한 병원장아버지를 둔 아들로 환자가 없어 지하에 있는 정신과라니! ) 마침 환자가 왔고 그 환자들이 고민하는 것을 해보고.. 하는 것 말이다. 내가 생각해도 억지 같지만.. 그런 생각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다.


  어쨌든, 이라부는 우리에게 있어서 뭘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잃어버린 동심,
  내가 잃어버린 꿈,
  완벽한 제 3자로서 나를 비꼼없이 아부 없이 가장 객관적으로 봐줄 수 있는 사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나의 나쁜 버릇,
 

  ...등이겠지.
  환자가 오면 제일 먼저 하는 말, 어떤 병이든 어떤 사연이든 무조건 제일 처음 하는 말!
 

  "일단 주사 한 대 맞고 시작하지."
 

  이라부를 거친 환자들은 처음에 주사에 대한 심한 거부감을 보였지만(특히 책의 첫번째 환자는 정말정말 심했다.) 나중에는 될때로 되라는 식으로 이라부에게 몸을 맡긴다. 그러다 마음도 맡긴다. 그러면서 대화를 하고 이라부가 환자들에게 그 길을 제시한다. 제시한다기 보다 그 환자와 같이 움직인다. 같이 극복하고 말이다. 별로 해결책을 제시한 것 같지 않지만 어느새 환자들은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겨우 그런 것 이라는 말 없이... 꽤에에에에 환자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고, 별로 고분고분해 보이지 않는 간호사 마유미는 미인계로 환자들에게 주사를 놓아주고...


  어쨌뜬 이 책을 읽어보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 알게 될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고서, 굳이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내가 느끼는 정리에 대한 강박이 어디서 왔고 어떻게 생겨나 나는 왜 '정리'에 큰 강박을 느끼는지 새삼 알 수 있었다. 당장에 고치는 것은 어렵겠지만 실마리를 잡았으니 쫓아가는 일만 남은 것이다. 이라부 덕분에 나도 빡빡하기만 한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역시... 재미보다는 교훈이 느껴지는 책이다. 한번보다 두번이.. 그 맛을 더 진하게 하는 책!

  이라부의 행동을 쫓아가다보면 확, 마음이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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