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왕 3
오승환 지음 / 청어람 / 2001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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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인기는 없었다. 고등학교 입학하고 나서 본 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난다. 2000년도쯤이라고 기억나고, 그러니깐 처음 본 느낌 말이다. 참 사람답고 솔직하고.. 그러면서 솔직히 먼치킨적인 요소도 살짝 있고, 세한이 끝없이 고민하고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았다. 가식없는 모습이... 당시 유행하던 책이.. 물론 사이케델리아나...(이 얼마나 오랜만에 불러보는 이름인가!) 물론, 가즈나이트나 드래곤라자 같은 것들. 유명한 만큼 다른 책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역시 나는 가을왕이 좀더 내 입맛에 맞다>ㅅ<♥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전권 다시 구할 수 있었다! 그 행복함과 만족감이란! 새 책은 아니었지만ㅠㅠ그래도 백배 만족하고 있습니다.
 

  처음봤을때 처럼 그 느낌 그대로 책을 다시 차근차근 읽기시작했다. 주인공 세한은 평범한 대한민국 남성이다. 단지 군대생활을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했다는 것 빼고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다. 남들 하는 만큼 웃어봤도 울어봤고 사랑도 해봤고 상처도 받아봤고, 배울만큼 배우고 쓰러질 만큼 쓰러져본.. 그냥 그런 보통 사람이다. 어느날 일이 일대로 겹쳐 몸도 마음도 지친 수많은 날중에 하루... 의자chair가 말을 걸어왔고 건방지게도 여행을 보내준다고 했다. 술김에 세한은 OK! 했고 떨결에 그렇게 다른 세상으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카린스의 열왕...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전 열왕의 딸 안드로마케를 만나고 세한은 천방지축으로 카린스를, 안드로마케를 돕는다. 그러면서 그 곳에서 최측근인 길레인과 헤로스도 만나게 된다. 참고로 난 흑사 헤로스가 좋다.

  정말 사람이 많이 죽는다. 조연이라도 정 좀 주려고 하면 죽어버린다. 전쟁이니깐 어쩔 수는 없지만... 참... 그래서 더 마음에 드는건가, 특별하고 중요한 일을 하던 사람이었지만 자신들의 18대 열왕(가을왕) 세한, 카린스 대공 세란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싸우고 열심히 죽는 모습이... 세한 본인에게도 얼마나 부담이겠는가, 보는 나도 가끔은 답답한데... 그 쪽 세상 사람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짓을 전쟁에서 해내는 세한. 물론 그 최악의 짓거리는 이쪽세계에서 통하는 것들이겠지만...

 

  대한민국이라는 현실이 버거워서 카린스로 도피를 한 세한은 카린스에서 점차 무거워지는 짐과 현실의 무게에 아무도 모르게 힘들어 한다. 적어도 안드로마케, 길레인, 헤로스...등은 알지만 위로해줄 수 없다. 세한은 그런 존재이다.

  위선이 가득한 사람이 없어서 좋다. 울면서도 세한을 속일 수 밖에 없는 안드로마케는 여전히 싫지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다. 카린스에 대한 무게가 원래 주인인 안드로마케와 이계인인 세한과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세한이 가식없이 안드로마케에게 속아주고 카린스를 위해 죽을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안드로마케만은 용서할 수 없다. 다른 악역들보다.. 더. 그래서 이 책이 더 좋은걸까.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여자가 참 많이 등장한다. 남자도 많이 등장하지만... 세한 주변에 여자가 참 많다. 할렘인가-ㅁ-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카린스의 열왕...이자 전부인 안드로마케, 본의아니게 이용해버린 조안나, 조안나의 배다른 동생 릴케, 본의아니게 강제약혼을 한 타국의 공주 마리아네, 천사 레오폴리느, 세한의 기사 보겔. 대체 몇 명이야. 하지만 그 역할이 그저 세한이 좋아서...(분명 책에도 언급되어있지만, 절대 세한은 잘생기거나 머리가 좋거나.. 여튼 그런 사람이 아니다ㅋ) 무조건 매달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제각각 자기 자리에서 세한을 바라보는 분명한 여자들이다. 그래서 보통... 남자글쓴이가 쓴 판타지소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부담없이 (아주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볼 수 있었다.

 
  얽히고 설히는 이야기 속에, 정 좀 주려고 하면 죽어버리는 조연들이 난무하고... 살짝 이야기 속에 억지들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썩 훌륭한 글이다! 라고 할 수 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주인공의 가식없는 생각때문이다. 슬퍼할 줄도 알고 힘들어 할 줄도 알고, 자신도 힘들 텐데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알고... 하지만 응징해야할 적에게는 가차없는 행동을 보이고, 그러다가도 또 슬퍼하고... 술을 좋아하고 담배를 즐기는, 사랑을 좋아하지만 믿지는 않고... 그냥 그럭저럭인 주인공이 정말 열심히 뛰고 날고 굴러서ㅋㅋㅋ 마음에 든다.

 

 

★ Eunyo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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