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식물상담소 - 식물들이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신혜우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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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부터도 인도어 파인 우리 집은,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에는 직장과 시장을 제외하고는 아예 외출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을 꼬박 보냈더니 온 가족이 우울하고 무기력했다.

그쯤에는 밖에 좀 나가도 되구나, 다른 사람들은 다 적당히 다니는데 우리 집이 너무 유난인 것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용기가 없어서, 

아침 일찍 문을 열어서 손님 없는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하고 사진을 찍어 오는 것을 취미 삼았다.

그래도 허한 마음은 식물을 데려와서 크는 것을 보는 것으로 채웠다.

처음에는 '식물은 햇빛, 바람, 물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싶지만 곧잘 죽었다.

데리고 있는 식물에 대해 공부 중이지만,

사실 지금도 어머니와 나는 식물 그 자체가 죽지 않고 크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래서 처음 데리고 올 때 그 허한 마음을 채우고자 하는 의도보다, 

이제는 안 죽고 좀 살아라 하는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가깝게 다가왔다.

정말 식물상담소라고 생각했지 뭐야:)




[접어둔 꿈이 나를 찾고 있다.]


특히 마음에 와닿는 에피소드.

상담사가 출산 육아 후 박사과정을 합격했는데, 

교수가 한다는 말이 힘들게 살지 말고 즐겁게 살면서 애들을 기르라는데, 내가 숨이 콱 막혔다.

나는 타의로 꿈을 접었는데, 그 섭섭함과 무력함을 1N 년째 가지고 살고 있다.

어릴 때는 시도조차 못 해본 것이 너무 분했다.

지금은 마음이 닳아서 그때만큼 화가 나지 않지만.


지금은 꿈을 잠시 접어두었다 해도 

언젠가 다시 펼치면 되는 일입니다.

접힌 채로면 또 어떤가요?

접힌 모양으로 다른 걸 만든다면

더 멋진 무엇이 될지 누가 알까요?

175P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꿈이 접혔고, 힘든 시간을 보내 본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걸 

이제는 이해할 만큼 분노가 사라진 상태다.


[ 그래도 노력하고 싶은 채식주의자 ]


나는 비자발적 채식주의자이다.

고기를 먹으면 배탈이 나니깐 자주 먹을 수 없는 육식주의자이기도 하고.

나이가 드니깐 소화 기능도 떨어졌는지 예전보다 더 먹기 힘든데,

거기다 환경 문제와 사람들 이기심으로 생기는 문제 같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정보들까지 접하게 되니깐 스스로 내가 먹을 수 없는 것에 선을 긎게 된다.

당연하게 거기에 아보카도가 들어간다. 맛본 적도 없다.

그리고 고기는 일주일에 한 번.

아무리 제철마다 먹는 채식이 맛있고 좋아도 고기를 안 먹으니깐 기운이 없었다. 

이 기운은 영양제로도 채울 수 없었다. 

정말로 인간이라는 잡식동물의 슬픈 숙명이네.

근데 약도 소 힘줄이니 있던데 괜찮나.




이 산문을 읽다 보면 상담자들 이야기가 다 내 이야기 같다.

식물 자체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상담자가 있는 에피소드들은 싹 기억했다가 

어머니와 서로 몰랐던 것 알았던 것을 나눠보니 좋은 이야깃거리가 있는 책이다.


이 글의 특징은 

뭔가에 상처받은 허한 마음을 식물을 키우면서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 나눠보니 속마음이 나오면서 확장되는 이야기들이 결국은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 다산북스에서 책을 지원받아 솔직하게 쓴 감상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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