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 난 책읽기가 좋아
최은옥 글, 서현 그림 / 비룡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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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내 맘 같지 않다는 말에 폭풍 공감을 할 때가 있다.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 때문에 오해를 사기도 하고,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교실 안의 세 박자. 기웅동훈민수는 자신의 눈에 보인 것만 믿고, 내 맘대로 생각하고, 그에 따라 결론을 짓고는 스스로 골을 만들어 서로에게 등을 돌린다.

그래서였을까.

그들에게 닥친 위기는 그들의 오해를 풀어주기 위한 누군가의 장난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당번 활동을 소홀히 한 세 박자는 나란히 칠판을 닦기 위해 선다. 그러나 곧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 바로 칠판에 그들의 손이 붙어버린 것이다. 교실은 흥미로움에서 두려움으로 변해가고, 학교와 부모님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왕좌왕 정신이 없다. 칠판에 손이 붙어버린 세 박자는 점점 다리의 힘이 풀리고, 어색하게 된 이후 처음으로 나란히 서게 된 그들은 불편한 자세만큼이나 마음 또한 불편한 시간을 보낸다.

 

서로의 교육관과 양육방식이 너무나 달라 다툼이 끊이지 않는 기웅이 엄마와 아빠.

아들이라면 나와 같이 강해야 한다는 무조건적인 이유로 씨름부로 밀어붙인 민수 아빠.

아들보다는 일, 아들의 고통보다는 새로운 사건,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살기 바쁜 동훈이 엄마.


가족들을 시작으로, 여러 기관에 속해있는 전문가들이 하나 둘 교실로 모이기 시작하면서 교실은 더욱 아수라장으로 변해간다. 아무런 변화도 없이 지쳐가는 아이들에게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새로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 많은 전문가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만을 나열할 뿐 분명한 이유도 방법도 꺼내놓지 못한다. 확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이들을 격리조치 하며 그들이 마치 많은 사람들을 위협할 수 있다고 단정짓기에 이른다.

​어른들이 각자의 의견만을 주장하고 내세우는 사이, 아이들은 발을 이용해 상대의 간지러운 부위를 긁어주며 자신이 숨겨왔던 마음을 하나씩 꺼내놓기 시작한다. 그리고 왜 등을 돌리게 되었는지, 여러 겹으로 쌓였던 오해의 껍질을 한 겹씩 벗겨낸다.

 

         

 

 

일어날 수 없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건과 어른들의 이기심 그리고 아이들 스스로의 해결 방법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책이 한 권 있다.

바로, 데이빗 섀논의 「줄무늬가 생겼어요」이다.  카밀라는 아욱콩을 정말 좋아한다. 그러나 친구들이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싫어하는 척을 해야 한다. 카밀라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가 아주 중요한 아이이다.  카밀라가 등교를 앞두고 입을 옷을 걱정하는 동안 온 몸은 줄무늬로 가득 메워지고, 점점 다양한 색과 모양으로 변화된다. 곧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카밀라를 찾아온다. 그러나 카밀라의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 갈 뿐이다. 카밀라의 해답은 친구들 앞에서 아욱콩을 자유롭게 먹는 것이다.

그럼 세 박자에게 해답은 무엇일까. 바로 자신도 모르게 쌓였던 오해로부터 자유로워지며 친구로 받아들이는 마음인 것이다.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줄무늬가 생겼어요속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 모습은 아니었을까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들의 작은 실수에 당황하고 책임 추궁에 바쁘고, 해결보다는 내 감정에 휩쓸려 아이를 더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아이가 느끼는 불편함보다는 타인의 눈에 괜찮아 보이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서지는 않았는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버리는 자만심에 가득차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 외모, 학습능력, 그의 부모님 등 외적인 모습은 꽤 크게 좌우한다. 그것을 보고 배운 그리고 느낀 아이들은 상대의 진정한 모습보다는 외적인 모습에 더욱 신경을 쓰고, 타인의 시선에 자신을 맞춰가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진다. 그런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을 잃게 되고, 어른의 시선과 같이 보이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믿고 의심하며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잃게 되는 크나큰 실수를 하게 된다.          

기웅동훈민수 세 박자와 카밀라가 자신의 문제에 집중해서 해결점을 찾아갔듯이 진정한 나,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귀 기울여보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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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
펩 몬세라트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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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빈스타인. 참 예쁜 여인이다.

난 못해서, 그래서 한 번도 사보지 못한 아이라인을 아주 예쁘고 섬세하게 그려진 아름다운 여인이 표지를 장식한다.

곱게 빗어 한 가닥도 삐져나오지 않은 정갈한 검정 머리카락에 콧대가 날카롭게 잘 세워져 있어 그녀의 입매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 그녀의 입은 어떤 표정을 말해주고 있을까 궁금증을 만들어낸다.

하얗고 가느다란 예쁜 손가락이 금방이라도 입을 가리며 나를 향해 호호 웃어줄 것만 같은,

하지만 눈매는 힘이 잔뜩 들어간 듯 결코 웃을 수 없음을 표현하고 있다.  

루빈스타인, 그녀는 누구일까?

왜 부채로 코 아래부터 입가를 모두 가리고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 무얼 감추고 싶어서일까?

 

 

나는 여고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컴플렉스가 없는 것이 컴플렉스'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잘난 게 하나도 없는 나이지만

나에 대해 불만이 별로 없었다.

동그란 얼굴에 두둑한 살집에 작은 키, 이목구비도 또렷하지 않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너무나 평범한 모습이 나이다.

그럼에도 외모에 관심이 지극히 높아져있던 여고시절,

긴 머리를 양갈래로 쫑쫑 따고 다니면서 눈에 깊은 쌍까풀을 가져봤으면, 지독한 다이어트로 친구들에게 놀라움을 주겠다는 결의가

전혀 없었다. 그냥 나의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그런 자신감이 대체 어디에서 나왔는지  지금까지도 여전히 모르쇠로 남아있지만 한때 난 그랬다.

 

 

​루빈스타인은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이다.

어디 한 군데 꼽을 수가 없을 정도로 어여쁘다. 그러나 그녀를 사람들의 눈요깃감으로 만들어 버리는 치명적인 하나가 있다.

바로 검은 턱수염이다. 무성하고도 검게 자란 턱수염. 까뭇까뭇하게 올라온 수염이라면 면도기를 밀고 화장으로 가리겠지만

루빈스타인의 턱수염은 길고도 탐스러울만큼 숱이 많다. 턱수염으로 서커스에서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아무도 그녀의 흑색의 가지런한 머리카락과 초롱초롱한 눈과 오똑선 코 그리고 가느다랗고 섬세한 손은 보지 않는다.

나와는 다른 그녀의 턱수염에는 집중하며 몰라고 그녀의 모든 것을 안다고 단정짓는다.


결혼을 하고 둘째를 낳으면서 나의 당당한 자신감이 조금씩 불안함과 미안함으로 변화되어갔다.

나의 작은 키.

결혼 전, 상견례를 마치고 난 후 시누이 두 분이 키가 작음을 걱정하셨다고 남편에게 나중에 들었다.

남편은 누나들의 말에 170cm가 안 되는 건 모두 다 같다는 한 마디로 키 얘기는 더이상 불거지지 않았다 한다.

그런데 작은 둘째를 보면서 내내 마음이 쓰인다.

학교에서 키번호 1번. 친구들에게 작은 신체로 놀림을 받거나 주눅이 들지는 않을까

초등학교 입학 시키고 내내 마음 졸였다.

하루는 하교한 둘째가 나에게 말한다.

"엄마, 오늘 짝을 바꿨는데, 새로운 짝이 된  ○○가 왜 너는 키가 이렇게 작니? 하고 묻더라."

"그래서? 뭐라고 말해줬어?"

"그냥. 우리 엄마 유전자를 닮아서 그래 그랬어."

"그랬더니  ○○가 뭐래?"

"아아. 그러던데."

한다.


 


루빈스타인은 남들과 다른 턱수염으로 항상 조심스럽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놓는 것에 약간의 부담을 느낀다.

그러나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파블로프를 만나 서로의 모습을 숨김없이 바라보고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나와 다르기에 거부하는 것이 아닌,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마음.

그게 바로 루빈스타인과 파블로프가 서로를 향한 마음이었던 것이다.


강렬한 색채와 그림에 표현된 날카로운 선들이

사람들이 다름을 바라보는 뾰족한 시선처럼 느껴져 그들은 얼마나 많이 찔리고 아팠을까, 하여 벤치에 나란히 앉아

서로의 존재를 조심스러워 하는 루빈스타인과 파블로프의 모습에서 쓸쓸함이 전해진다.


 


이처럼 아름다운 장면이 또 있을까

눈에서 하트가 그려지고, 비둘기마저 그들의 하트에 더한 기운을 뿜기를 바라며 하트를 그들을 향해 콕 집어 올려준다.

날카롭고 불편했던 그들의 눈에 편안함과 사랑이 그려지고

굳게 다물었던 입가에 미소가 지어져

그들의 마음은 어떨지 절로 느껴져 함께 미소를 짓게 한다.


둘째는 130cm가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유는 엄마와 언니만 타는 놀이기구를 3학년이 다 가기 전 꼭 타고야 말겠다는 것이다. 

한때 작은 키의 둘째로 나 혼자 참 많이 힘들었다. 미안함이 컸던 탓이었으리라.

그 때 남편이

"키 작아서 못한 거 없이 다해보고 살았고, 건강하게 두 아이 낳았고, 이제까지 작은 키가 컴플렉스 아니었듯이

둘째도 당신처럼 그렇게 자라게 키우면 되지, 왜 그런 걸 걱정해" 한다.

아~ 그렇구나.

난 아무렇지 않게 살았으면서, 왜 내 아이는 그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지레 겁을 먹었는지 모른다.

둘째는 반에서 키가 제일 작다. 그렇지만 당당하게 임원으로 선출되는 당당함과 인기를 누리며,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시길, 체구가 작아서? 라는 것에 본인 스스로 전혀 신경쓰지 않고 모든 활동에 적극적이며

아주 잘 해내고 있으니 나에게 미안함으로부터 자유로워지라고 하신다.


루빈스타인은, 파블로프는, 자신들이 가진 남과 다른 그 무엇이 전혀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서로에 향해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상대를 만났음이고,

그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그 속에 담긴 마음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한 가지씩의 결함이 있으며 부족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완벽해지기를 위해 노력하고 애써본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내 자신을 보면, 애쓴 것과는 별개로 내 자신이 좀 더 당당해져있으며, 더 많이 웃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노력하는 만큼 내 자신에게 더 큰 관심과 사랑을 쏟아부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나를 보듬어 안아주는 것,

나와 다른 당신을, 당신이 보여주는 작은 손길 속에 묻어나는 마음 한 줄기를 볼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마음으로 봐야만 볼 수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을까 말이다.


나에게 당당해지는 순간,

내 곁에는 나를 바라봐주는 따듯한 마음을 만나는 순간이리라.

마음으로 봤을 때 보이는 것, 바로 너. 당신이다.

어여쁜 당신. 어여쁜 나.

오늘 꼭 안아주세요.



 

지난 봄에 만난 「어치와 참나무」의 그림 작가 강승은 선생님.

이루리 편집장님의 글 속에 담긴 강승은 선생님의 추천작품이라는 글에서 눈이 번쩍.

루빈스타인을 만나면서 까만 머리와 짙은 색채, 함께 등장하는 비둘기 한마리.

강승은 작가님의 어치와 참나무에 등장하는 소녀의 모습과 만나지고,

소녀와 함께 자연 속을 누비는 어치 한마리가 공원에서 만나지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과정속에서 너무나 편안한 느낌이 들면서

그림 속에서 서로 교감을 나누는 듯한 묘한 느낌을 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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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실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80
이나영 지음, 이수희 그림 / 시공주니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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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붉은 실' 하면 5년 전 텔레비전을 통해 본 드라마 한 장면이 떠오른다.

빨간색 실로 짠 원피스를 입은 여주인공이 골목 상점을 돌며 구경을 하는 사이, 그 곁을 지나는 남주인공과 살짝 몸이 부딪히면서 원피스 올 하나가 남자의 가방에 걸린다. 그 실은 남자가 가는 방향대로 풀려나가고, 여자 또한 자신의 갈길을 가게 되면서 실은 느슨하게도 팽팽하게도 계속해서 올이 풀리게 시작한다. 뒤늦게 발견한 남자가 가방에 매달린 실을 떼어내고는 서서히 실을 감아 여자 곁으로 다가간다.

따스한 봄날, 빨간 원피스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는 빨간 실뭉치를 들은 한 남자.

난 그 장면을 통해 빨간 실이 주는 따스함과 새로운 만남의 시작을 함께 열었으며, 빨간 실은 설렘이며 따스한 봄날로 자연스럽게 내 기억의 한 장면으로 자리한다.

 

한편에 세워진 높은 칸막이 정리대에는 실뭉치가 정리되어 있고, 가운데 테이블엔 홍조를 띤 세 사람이 여유있는 손놀림으로 뜨개질을 하는 모습을 책 표지에 담아 첫인사를 한다.  주위 배경을 흑백처리하면서 카페트와 의자, 테이블,  실바구니,  의상까지 붉은 계통으로 통일감을 주어 안정감이 있으며, 그들이 함께 하는 그 시간이 얼마나 따듯하고 편안한지 느낄 수 있게 하였다. 편안한 얼굴에 미소를 담은 그들을 이토록 평온하게 만든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은별이는 새엄마지만 새엄마 같지 않은 너무나 좋은 엄마가 있다.  새엄마는 임신을 했고, 은별이에게는 곧 새엄마와 똑닮은 동생이 생길 예정이다. 그리고 지금 은별이 가방 속에는 엄마가 태어날 은별이를 위해 뜨다 만 아기 조끼가 들어있다. 너무나 좋았던 엄마에게 아가의 존재는, 은별이를 외롭게 만든다. 사이좋던 민서와의 관계도 어색하게 만들어주고, 새엄마와 닮지 않은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감행하기도 한다.

민서는 바쁜 엄마 아빠를 위해 손수 식탁을 차리고 은별이의 가방을 거리낌없이 열어도 괜찮은, 은별이와 모든 걸 공유하는 걸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은별이가 이상하다. 멍하기도 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에 퉁명스럽기까지 하며, 등떠밀며 먼저 학원차에 실어보내기까지 한다. 민서는 서운하다. 우린 서로가 없으면 절대 안 되는 사이인데 은별이가 자꾸만  피하는 것만 같다. 민서도 더이상은 참을 수 없다. 내가 먼저 돌아서리라.


강우는 마음이 아프다. 뾰족한 것에 예민할 수 밖에 없고, 누구와도 부딪히고 싶지 않은 아이, 강우는 오늘도 아빠의 권위적인 행동과 공부하는 기계, 아빠의 기를 세워줄 도구로만 여겨지는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나약해보인다. 아빠가 정해준 경쟁자인 친구는 강우 앞에서 무시와 비난을 쏟아붓지만 항상 고개를  숙이고 참아냈다. 그러나 한순간 강우의 아픔이 연필로 대신해 친구를 향해 겨눈다. 그 일로 급하게 전학을 오게 되고, 교실에 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또 다시 혼자만의 싸움을 시작해야만 한다.


 


 

은별이도 민서도 강우도 ​외롭다.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읽어내 줄 친구도 가족도 곁에 아무도 없다. 은별이는 웃음도 나지 않고 자신의 곁에 맴돌지만 곁에 다가오지 않는, 민서의 눈치만 자꾸 살피게 된다. 민서는 자신을 밀어낸 은별이가 야속하다. 그래서 은별이에게 잘 지낸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맘에 들지 않았던 친구들 그룹에 들어가 그들의 비위를 맞추며 은별이와 강우가 함께 하는 모습에 샘을 낸다. 강우는 자신의 트라우마가 되어버린 뽀족한 대상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뜨게질을 시작한다. 서툴고 어색하지만 즐겁기만 했던 그 시간도 엄마 아빠에게 들키면서 잠깐의 행복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은별이는 가슴에 담아두었던 말을 엄마에게 한다.

"엄마 딸이 되고 싶다고, 엄마와 닮고 싶다고."

은별이는 몰랐다. 이미 은별이와 너무나 닮아있는 엄마라는 것을.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일 거라고 단정짓는다. 그래서 고민하고 스스로 외로움으로 빠져 나오지 못한다. 은별이는 엄마의 품에서 그 동안 혼자 속앓이했던 무거운 마음이 씻겨 내려가고 엄마를 닮든 닮지 않든, 그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민서는 지긋지긋하다. 나이에 맞지도 않는 핑크색 머리핀, 은별이와 강우에 대한 모함 그리고 강우의 과거를 친구들 앞에서 공개하고 강우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친구들의 야비한 행동 앞에서 민서는 과감하게 등을 돌린다. 그들은 민서에게 친구도 아니고, 친구일 수도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민서도 안다. 민서도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없으며, 은별이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일회성으로 그들을 곁에 두었다는 것을.


강우는 친구를 찾아간다. 자신이 과거로부터 아빠부터 당당해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친구 앞에서 숨죽이게 되고, 말하기 전 긴장되어 목소리도 떨려오지만, 강우는 친구 앞에 서서 먼저 사과를 건넨다. 강우는 과거로 인해 여전히 아프지만, 용기내어 한 사과로 인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버팀목을 하나 만든 셈이다.

 

 

 

 

은별이와 민서 그리고 강우. 세 아이가 가슴 속에 담고 있었던 상처는 누가 더 아프고 덜 아프다 할 수 없다. 누구에게나 한 번의 시련이 오고, 고통이 따를지라도 그 아픔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세 아이가 아파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함께 걸어가면서 어른인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관계에서의 힘겨움과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책임감이라는 이유로 강요를 고집하는 것은 아닌지 나를 찬찬히 돌아보게 하였다.

뚱스의 합체로 은별이와 민서의 얼굴엔 미소가 맴돌 것이고, 뾰족함의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찾은 뜨개질 가게에서 따스함과 용기를 찾아가는 강우는 아빠에게도 곧 손을 내밀어주지 않을까 하는, 강우의 다음을 함께 하지 못함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내가 가지고 있던 붉은 실에 대한 느낌만큼이나 참 따스했고, 서로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또 다른 관계의 시작이 주는 얽힘과 풀어짐이 '붉은실'이라는 매개로 참 잘 이어놓은 느낌이다.

읽는 동안 내내 설레고 두근거렸고 걱정스러워 숨이 깊어지기도 했으며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는, 참 가슴 따듯해지는 이야기를 꽃들이 만발한 봄날 아주 잘 만나고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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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기후 변화 쉽고 재밌는 초등 영재 플랩북 5
케이티 데인즈 지음, 피터 앨런 그림 / 어스본코리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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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퇴근한 아빠가 작은 밭에서 상추와 토란을 돌보러 가시면 물조리개 하나 들고 터덜터덜 따라갔다. 아빠는 왔다갔다 바쁘게 움직이시고 나는 그 옆을 맴돌며 토란대 위에 물을 올려놓고 동글동글 방울 맺혀 떨어지는 물방울 놀이를 하고 한두방울 떨어지는 비 피하겠다고 토란잎 밑에 들어가 우산 썼다고 좋아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가을되면 벼이삭 위로 춤추듯 뛰어오르는 메뚜기를 잠자리채를 휘둘러 한번에 열댓마리씩 잡아올리던 때가 있었다. 엄마 도와주겠다고 주전자 하나 들고 산딸기 따러 산 깊이 들어갔다가 움푹 패인 흙구덩이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며 겨우 기어나와 눈물콧물 흘리며 산딸기 가득 든 주전자 들고 처량맞게 집으로 돌아와 온 집안 식구 웃기게 만들었던 때도 있었다.


2017년. 4월. 꽃향기가 바람에 날려와 코끝을 맴돌아야 하는 참 좋은 봄. 우리는 미세먼지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뿌연 안개같은 먼지가 하늘을 뒤덮고 있고, 조금 따뜻하다 싶은 날은 벌써 덥다는 아우성치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선선하고 활동하기 좋았던 봄과 가을은 여름과 겨울을 가기 위해 잠깐 쉬어가는 정거장 같은 계절이 되어 아쉽고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마음이 아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제 1의 고향. 지구.

지구가 요즘 자꾸 아프다고 신호를 보낸다. 처방을 내리려고 보니 한 사람이 아닌 모두가 함께 약을 먹여야만 차도가 있다하니 우리 누구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게 되었다. 집집마다 쏟아져나오는 쓰레기는 왜 그리 많은지, 집집마다 가전제품은 또 얼마나 많은지, 많아도 편리함에 자꾸만 구입하며 늘어나는 전자제품들이 하루에 먹는 양의 전기는 그 수치가 어마어마하다.


두 아이가 책상 불을 켜두고 나오거나 화장실 불을 켜둔 채 거실로 나오면 내가 하는 말이 꼭 있다.

"나중에 너희 아이들이 전기가 모자라 불편한 생활을 하게 되면 어떡하니? 얼마나 미안한 부모가 되겠어."

이제는 엄마의 이 말을 알아 듣는 건지, 귀가 아프게 들었던 이유인지

본인들이 실수할 때 스스로 말한다.

"불을 안 끄면 어떡하니? 우리 후손들이 불편할텐데."

웃기면서도 참 슬픈 현실이라 맘껏 웃지도 못하겠다.



 

 

비룡소 어스본 시리즈는 아이들의 눈을 열게 하고, 가슴을 열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

사실적인 그림과 재미를 가미시킨 약간은 어설픈 동작들을 표현한 그림들이 어우러져서

아이들의 접근에 편안함을 안겨주면서

그림이 전해주는 진실적인 면에서 아이의 마음을 빼앗아 간다.


태양 주위를 도는 여덟 개의 행성 가운데 하나인 지구.

태양이 지구에게 주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태양주위를 돌고 있는 여러 행성들의 이야기와 태양의 열기,

그리고 우주에 대해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정리해 주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준다.

 

 

 

 

우리가 사는 마을에 내리는 햇살과 비 그리고 눈과 바람

그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내려지는지 그 과정을 그림과 간결한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대기중 수분이 증발하는 모습과 구름이 생성되는 모습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오존층 파괴. 그것이 왜 지구를 뜨겁게 만들게 하는지를

쉽게 풀어내주고 있어서 그림을 따라 설명을 읽으며 따라가니

마치 땅과 하늘을 한눈에 바라보며 그들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는 듯한

착각을 일게 한다.


더워지는 지구. 원인이 무엇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우리의 사는 마음을 한눈에 그려놓았다.

온실가스 배출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에너지 공급을 위해 풍력과 화력 발전소가 세워져있으며,

여전히 편리함을 위해 탄생한 자동차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사람이 존재하는 이상 없어질 수 없는 쓰레기.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유해 가스.

우리의 생활을 단면으로 보여주는 그림 한 장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로 뒤덮인 지구, 더운 사막과 추운 사막

아이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지구의 모습과 사막.

세계지도 속 어느 한 장면으로 들어온 듯 표현한 그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지구에서 그들이 역할이 무엇인지

지구의 기후 변화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담아내고 있어서 플랩을 하나씩 열때마다 아이들 입에서

놀라움의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나 하나가 버린 쓰레기와 편하자고 사용하는 많은 다양한 제품들이

지구를 조금씩 조금씩 괴롭히고 있었다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 같다.

그리고 이 미안함이 이제는 '지구 바로 사용하기'로 실천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아름다운 곳이에요.

산과 강. 숲과 바다가 너무나 조화롭게 이루어져

사람들과 동식물이 자라나기엔 금상첨화인 곳이 아닐 수 없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지구에 대한 고마움을 잊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는 이제 정신줄 바짝 당겨서

지구의 괴로운 함성을 직면해야 할 때이다.

지구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조금씩만 바꾸어 나가면

더이상 아프다고 몸서리치지 않을 뿐 아니라

완전 회복은 불가능할지라도

더이상 나빠지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보듬어주고 감싸주기만 했던 지구

이제는 우리가 안아주고 보살펴줄 차례이다.


아이들과 플랩을 하나씩 열어보면서

알고 있었던 사실임에도 가슴이 철렁하고 마음이 아프고

지구가 그 동안 온 힘을 다해 견디고 왔음을 느끼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말로만 하는 실천이 아닌

스스로 조금씩 조심하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실천로드맵이 되어 주었다.

 

 

 

주말에 아이들과 분리수거를 하면서 더 세심하게 분리작업을 하고

작아진 옷들을 상자에 담아 가까운 이웃들에게 나눠주기 위한 일들을 하였다.

가정에서부터 지구 살리기를 실천하면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사회에서 스스로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좀 더 열심히 움직이고

실천하며 꾸준하게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지구를 살리자'라는 구호보다

책을 통해 지구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과 자연 그리고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속의 편리함을

지구를 어떻게 아프게 하는지 그림과 설명으로 살펴보면서

지구의 아픔이 우리에게는 기후의 변화로 온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어 더 실감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또한 지구에게는 희망이 있으며

그 희망을 책임지는 이들은 다름아닌 '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나'가 실천했을 때 지구는 우리 곁에 더 오래 함께 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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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이요, 떡! 내 동생 돌떡이요! 달라질 수 있어요 2
이향안 지음, 이영림 그림 / 현암주니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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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동생 달의 돌 날이다.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떡이 있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아빠가 떡을 나누어주자고 말했다.

나는 동네 사람 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나누어 주고 나니 떡이 없었다.

나는 실망하였다.

그때 할머니와 이웃들이 떡과 과일을 나누어 주었다.

나는 하나를 깨달았다.

나눔이란

정말 정말 큰 행복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우리 언니에게 주고 싶다.

 왜냐하면 나눔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 같아서다.

이 책을 읽고 나처럼 나눔을 잘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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