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이 사는 골목 푸른도서관 84
김현화 지음 / 푸른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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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린이 사는 골목

김현화. 글

푸른책들 』

 

나의 열다섯살, 행복하지 않았다. 그 땐 하루 하루를 견뎌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낀 나이였다. 강원도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을 온, 아빠도 엄마도 새로운 직장을 찾아야 하고, 대학 입시를 포기하고 취업 준비로 바깥 생활이 많아진 언니와 대학 입시를 앞두고 전학온 오빠의 뒤늦은 사춘기, 초등 동생의 외로움이 얽히고 얽혔던, 내 나이 열다섯살은 가족들과 서울 친구들 사이에서 눈치보며 지내야 했던 시간으로 기억된다. 그 때 처음으로 '가출'이란 걸 하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둡잖은 어른 흉내를 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곤 했다. 많이 울고 많이 몸부림쳤던 그 때의 나에게 어른이 된 나는, "잘 견뎌냈어."라고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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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를 꿈꾸는 선웅이와 한국인 아빠와 태국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은형, 무료 급식소 꽃밥집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기수와 약자를 짓눌러야만 살 수 있는 이호, 이들 모두는 열다섯. 아이도 어른도 아닌, 관계 속에서 치열하게 견뎌내는 방법을 찾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기린이 사는 골목』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의 열다섯살을 떠올려보게 한다.

 

 

"난 동화 쓰는 사람이 될 거야. 내 말이 잘 익어서 뭔가를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길 때마다 동화를 쓸 거야. 그 동화 속 주인공은 언제나 은형이 누나로 할 거야. 누나가 내 동화 안에서 말하고 생각하고 움직일 거야. 빛이 나는 사람이니까, 누나는. 내 동화를 듣는 사람들도 그 환한 빛을 볼 거야. 누나는 그런 사람이야. 나, 현선웅한테."

《달밤의 대화》중에서. 15쪽

 

은형이는 여전히 앵두나무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골목의 가로등에 노랗게 불이 들어왔다. 집집마다 유리창 너머 환한불빛이 흘러나왔다. 은형이네 집만 짙은 어둠에 눌려 있었다.선웅이는 방 불을 내렸다. 혼자만 환한 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호루라기를 손에 잡은 채 앵두나무 덤불을 지켜보았다. 누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달밤에 함께 거닐 때처럼 소리쳐 말해주고 싶었다.

《배화동 저녁》중에서. 70쪽

 

 

선웅이의 하루는, 은형이의 대문 여닫는 소리로 시작되고 마무리가 된다. 은형이와 거리를 두고 걸으며 학교를 하고, 은형이의 뒷모습을 보며 수업을 듣고, 은형이가 아빠가 잠들기 전까지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방황을 지켜보고, 새벽에 거리를 헤매는 은형이의 길잡이가 되어 주는 것, 그것이 선웅이가 은형이를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며, 선웅이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선웅이는 고도비만이라는 체형으로 버스를 타지 못하고 학교의 언덕길을 오르는 것이 힘들다. 그것이 빌미가 되어 이호의 놀림을 받지만 그것보다 혼혈아인 은형이를 '튀기'로 부르며 괴롭히는 것을 지켜만 볼 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신의 소심함이 더 괴롭다.

 

선웅이는, 매일 밤 들려오는 은형이 아버지 원중선 아저씨의 술주정 소리와 진따나 아줌마의 매다리는 소리 속에서 은형이의 안부를 걱정한다. 따듯한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사이란 걸 알지만, 선웅이는 은형이를 걱정하고, 그녀가 어둠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것이 이 아플 뿐이다. 외로움과 두려움에 살아야 하는 은형이에게 선웅이는, 꿈길의 사바나를 지키는 기린이 되어 목을 길에 늘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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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형이는 매일이 힘겹다. 학교 끝나고도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도박과 술주정으로 하루를 보내고도 성에 차지 않아 엄마와 은형이를 괴롭혀야만 하는 아빠가 잠들어야만 하는, 그의 존재를 은형이는 이제 끊어내고 싶다. 은형이는 모두가 잠든 밤 조용히 집을 나와 깊고 깊은 사바나를 찾아 거리를 헤매인다. 그 때마다 동행해 주는 선웅이의 안내에 따라 집으로 돌아온다. 그녀의 밤산책은 그녀의 가슴에 품은 상처가 아프고 덧나고 있음을 대신해서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것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선웅이 뿐이다. 선웅이는 그렇게 매일 밤 은형이와의 밤산책을 동행하고, 그녀의 상처에 딱지가 내려앉기를 기다린다.

 

 

슬픔이란 게 있다면 이런 빛일까. 새빨갛게 물든 밥알들이, 순전히 누군가의 한 끼가 되기 위해 몸빛을 바꾼 그 밥알들의 붉은빛이 슬펐다. 밥은 밥답기 위해서 밥다운 노릇을 하는데, 나는...... 선웅이는 숟가락을 내렸다. 뚜루룩, 붉은 보리밥 위로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복숭아씨를 꿈꾸다》중에서. 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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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웅이에게 기수는, 곤란한 상황에 짠!하고 나타나는 히어로 게임 속 전사다. 이호 패거리에게 가방이 내동댕이 쳐졌을 때도, 놀림을 받는 은형이를 위해 짓눌려진 용기를 펴고 있을 때도, 원중선 아저씨가 은형이와 진따나 아줌마에게 폭력을 행사할 때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한번에 제압하는 모습이 선웅이에게는 전사이자 영웅이다.

 

반면, 무료 급식소 꽃밥집을 운영하는 이복구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는 기수에게도 삶은 그리 따듯하지 않다. 젊은 시절 지뢰로 얼굴을 잃은 할아버지 곁에서 살아가는 기수 또한 감추고 숨기는 삶에 익숙해져간다. 그에게 친구란 이호 패거리들에게 당하기만 하는 선웅이를 위해 나설 때의 잠깐일 뿐, 그 누구와도 관계의 선으로 들여놓지 않는다.


 

“네가 개미한테 느꼈던 거, 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거든. 묘했어. 이런 애도 있구나. 그 뒤로 내가 거미줄을 치고 사는 것도 아닌데 네가 자꾸 내 시야에 걸리는 거야. 거미줄에 걸린 나방처럼.”

“맞아. 네가 여러 번 날 구해 줬어.”

선웅이는 입을 실룩거렸다. 기분 좋았다. 자기가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었던 일에 대해 듣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그런 사실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기쁜 일이었다. 무인도에서 살고 있었지만 그런 나를 응시하는 존재도 있었구나 싶었다. 선웅이도 오래전 기억을 떠올렸다.

 

"초등학교 때 너네 집 앞에서 가끔 기웃거렸어. 꽃밥이 어떻게 생긴 건가 궁금해서. 정말로 꽃을 넣고 짓는 밥인가 해서.”

“그런데 오늘 보니까 꽃이 없지? 실망했겠다.”

"아니.”바람이 가슴으로 밀려왔다. 쌀쌀하지만 기분 좋은 바람이었다.

“꽃보다 더 좋은 게 들어 있다는 걸 깨달았어.”

기수가 궁금한 눈으로 걸음을 세웠다. 은형이도 선웅이를 보았다.

"따뜻한 가슴.”

가을바람이 한 차례 더 세 사람의 이마로 날아왔다.

"아까 밥 먹으면서 문득 생각했어. 이 밥이 꽃보다 단 건 할아버지의 따뜻한 가슴이 들어 있어서구나.”

《같은 시선》중에서. 156쪽

 


매화동 골목에는, 한달에 한번 노숙자를 위해 침을 놔주는 한의사, 선웅이 아버지, 무료 급식소 꽃밥집을 운영하는 기수네 할아버지 이복구 할아버지, 길고양이 삼백이를 돌보며 꽃밥집에 일손을 거드는 권오복할머니, 이복구 할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그린 황인백 아저씨가 서로의 자리를 지키며 서로를 보듬어 안으며 살아간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가 아닌, 내가 가진 것을 내놓는 용기를 가진 이들이 사는 매화동 골목은 날마다 조용하고, 날마다 시끌벅적하며, 날마다 누군가의 사연이 흘러나오는, 아주 분주한 곳이다.

 

그들 틈에서 자라고 있는 선웅과 은형 그리고 기수는 열다섯이란 나이를 힘들게 받아들이며 하루 하루를 이겨내며 살아간다. 스스로가 가진 것이 너무나 비루하다고 판단한 그들은 스스로 타인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혼자인 시간을 선택한다. 혼자인 것이 익숙한 듯 하지만, 결코 즐겁지 않고,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등을 돌릴 때의 용기보다 다시 등을 돌려 타인을 바라보는 것이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서로를 친구라 부를 수 있게 되었으며,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이복규 할아버지가 주워다 쌓아 놓은 폐지 더미 아래 낡은 리어카가 보였다. 그 너머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

“이기수…….”

기수의 어깨 위로 별빛이 무너졌다. 그 애도 열다섯 살이었다. 별빛이 무거운 듯 움츠린 어깨. 그 애에게도 낯설고 두려운 것이었다. 죽음이라는 것은, 히어로 게임 속의 전사 같던그 아이도 고작 열다섯 살이 맞았다. 손수레에 기대 앉아 꺼욱꺼욱 울고 있는 것을 보면, 별과 기수 사이의 공간이 슬픔으로 꽉 차올랐다. [중략]

여기저기서 콧물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기수의 어깨가 조용히 흔들렸다. 선웅이는 가만히 기수의 어깨를 잡았다. 기수가 돌아보았다. 늘 차갑기만 했던 그 아이의 눈에 강물이 흘렀다. 절렁절렁 깊은 강물 소리가 났다. 선웅이 눈에서도 강물소리가 났다. 기수가 조용히 선웅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서로의 마음에서 흐르는 강물 소리. 문득 고요해지는 순간이었다. 《강물 소리》중에서. 194~204쪽


 

『기린이 사는 골목』은, 배화동 골목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가진 것을 베풀 줄 아는 사람, 가졌지만 더 갖기 위한 사람, 가진 건 없지만 나눌 줄 아는 사람과 그 나눔을 감사하게 여기는 사람, 타인의 아픔을 진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곁을 지킬 줄 아는 사람, 타인의 순수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눈을 가진 사람, 함께라는 말이 가진 참의미를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담하고도 절절하게 담겨있다.

 

열다섯살의 우리 아이들과 열다섯 살을 보낸 부모가 함께 읽으며, 함께 눈시울을 붉히고, 함께 그 시간의 고단함을 나눌 수 있는 『기린이 사는 골목』은, 근래에 읽은 청소년소설 중 가장 진실된 우리의 모습을 담아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열흘 낮밤 걸어도 끄떡없는 낙타의 끈기와 사자나 호랑이를 피해 홀로 나무숲과 빼곡한 수풀 속에서 살아가는 표범의 자유로움을 반반씩 닮은 기린이 되어 은형이의 사바나를 지켰다. 목이 길어서 울지 못한다는 속설이 나돌 만큼 과묵한 기린이지만꼭 울어야 할 때는 황소처럼 울기도 한다는데, 아카시아잎을따 먹기 위해 일곱 개의 목뼈가 죽죽 늘어난 것일 수도 있지만사바나를 보행하며 지평선 너머의 것에 대한 궁금증으로 목이늘어난 건 아닌지. 태생적으로 멀고 먼 세계에 대한 의문과 환상으로 고개를 그처럼 늘린 건 아닌지. 은형이를 지켜보며 어느새 목이 한 자씩 자란 선웅이처럼.

 

기린은 유약하지만은 않다. 맹수는 아니지만 강력한 뒷발차기로 천적이 거의 없는 초원의 강자이기도 하다. 꿈길의 사바나를 굳건히 지키며 은형이와 거니는 시간은 행복했다. 어쩌면 은형이보다 선웅이가 그 꿈길에서 더 깨어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몰랐다. 장렬한 태양이 두더지 굴속의 뒷간까지 비추고야마는 그 환한 사바나야말로 상처 입은 누군가를 지키기에 가장안전한 곳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눈꽃 불꽃》중에서. 216쪽

 


어둠과 외로움 속에 갇힌 은형이를 위해 사바나의 기린이 자처한 선웅이의 순수하고도 맑은 마음이 담긴 『기린이 사는 골목』은, 나의 가슴에 남겨진 열다섯 살의 상처가 위안을 받는 듯하다. 그 때 내 곁을 지켜준 친구 하나가 있었다면 나의 열다섯은 불행하기만 했던 시간은 아니었을 거란 생각이 문득 들면서, 은형이에게 열다섯은 또다른 시간으로 기억되길 바래본다.

 

열다섯 살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꼭 견뎌내라고 전하고 싶다. 분명 곁에서 지켜봐주는 선웅이가 있고, 기수가 있을 거라고. 다만 그들은 스스로 은따를 자처했기에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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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미래를 파는 상점 - SF 소설가가 그리는 미래과학 세상
곽재식 지음 / 다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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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파는 상점

곽재식. 글

다른』

 

"미래", 단 두 글자가 가진 힘은 참 대단하다. 마냥 행복한 꿈에 젖어들게도 하고, 하염없이 비극적으로 빠져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상실감을 느끼게도 한다. 우리는 자라면서 많은 이들로부터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을 받고, '상상글쓰기', '상상화 그리기' 등 미래를 꿈꿔보는 과제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가는 세상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까 즐거운 공상에 젖어들게 하는 것, 그것이 미래이고, 우리가 살아낼 또 다른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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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즐거운 상상, 오늘은 공학 박사이자 과학 논픽션 소설을 쓰는 작가기도 한 곽재식님의 『미래를 파는 상점』을 통해 구체적이고 우리의 생활 가까이 다가온 상상을 해 보려고 한다. 끊임없이 변화되고 있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생활도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되고 있으며, 우리는 그 변화에 발맞춰 나가고 있으며, 생활양식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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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파는 상점』은, 미래 세상에서 유행하는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상점을 구경하며 어떤 상점들이 입점되어 있고, 그곳에서는 어떤 물건들을 팔고 있으며, 어떤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지, 그 물건으로 인해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살펴보는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가전 - 식료품 - 잡화 - 계산대와 특별 판매》코너 순으로 이동하면서 우리 생활이 변화되는데 필요한 또는 그것으로 인해 변화되는 새로운 변화의 물건을 안내하고,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전달한다.

 

공학 박사이기에 가능한 과학적인 설명부터 실생활에 접목시켜 나가는 과정을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떠올려진다. 또한 미래의 세상의 변화 속에는 현재 일부 기관에서는 행해지고 있는 것들도 있어서 먼 미래라고 생각하기엔 가깝게 다가와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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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지금의 이 시간도 누군가에게는 미래였고, 꿈꾸는 내일이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자연스럽게 여기는 다양한 문물들이 그들에겐 꿈이었고, 변화를 위해 애써준 이들의 노고가 이뤄놓은 쾌거였을 것이다. 우리의 미래도 누군가에게는 현실이고 지금일 것이다. 그 미래를 우리가 만들어가는 일,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임이자, 지금의 우리를 위해 애써준 많은 이들에게 대한 도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미래를 파는 상점』은, 4개의 코너를 쇼핑하면서, 변화된 것들을 하나씩 설명하면서 우리의 생활에 일어날 변화를 아주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드러난다. 그것의 정의부터 만들어지는 과정, 완성된 후의 변화까지 매우 잘 설명하고 있어 읽으면서 점점 빠져들게 되면서, 우리 주변에 쓰이는 경우를 추측해 보는 또 다른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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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했던 즐거운 상상이 『미래를 파는 상점』을 만나 입체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의 막연했던 불안감도 구체적이고 자세한 설명을 통해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올 미래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인간과 인간이 만든 새로운 도구들이 공생하는 미래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수도, 디테일한 면에 편중되어 자연스럽게 수용하며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가는 미래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은 미래를 향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궁금증, 혼자하는 즐거운 상상, 곽재시님의 『미래를 파는 상점』을 함께 쇼핑하면서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을 함께 느껴보라 권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저의 객관적인 시선이 담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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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이야, 찰리
캐론 레비스 지음, 찰스 산토소 그림, 이정아 옮김 / 우리동네책공장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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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쪽이야, 찰리

캐론 레비스. 글

우리동네 책공장 』

 

우리는 매일 쏟아져나오는 새로운 소식과 만나며 살아간다. 코로나 19로 몸도 마음도 황폐해져가는 요즘, 즐겁고 신나는 소식만이 가득하다면 우리는 그 소식만으로도 충분히 기운을 충전해 나갈 수 있을텐데, 그렇지 않은 현실이 답답함을 가중시키는 듯 하다. 나와 다른 또는 약자이기에 참아내야 하는 불공평함이 많은 이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긴다.

 

 

『이쪽이야, 찰리』는, 작가 캐론 레비스가 미국 오클라호마주 클레어 모어에 있는 '와일드 하트 렌치(Wild Heart Ranch)농장에서 야생동물 구조 및 재활 센터를 운영하는 관리인 아네크 킹과 찰리라는 이름의 말과 염소 잭의 실제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염소 잭과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말 찰리가 농장에서 시간을 공유하면서 갖게 되는 잔잔하면서도 진한 우정을 그린 그림책 『이쪽이야, 찰리』는, 어린아이부터 어른들에게까지 공감과 깨우침을 안겨주는 탁월한 작품이다.

 

 

염소 잭은 오늘도 혼자이다. 누군가의 다가옴이 두려운 잭에게 동물 쉼터 농장은 집이자 가장 안전한 공간이다. 동물 쉼터 농장은 도움이 필요한 모든 동물들을 위한 공간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편히 지낼 수 있는 안전한 곳으로, 관리인 아네크 킹과 의사 안토니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잭에게 동물 쉼터 농장은 최고의 공간이지만, 거침없이 다가오는 찰리 덕분에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은 곧 방해를 받고 만다.

 

잭은 알고 있다. 움직임이 많은 찰리의 분주함은, 그의 눈 때문이라는 것을. 잭은 찰리의 눈은, 어둠 속에서 헤맬 땡, 길을 가르쳐 주던 은든한 달빛처럼 흐릿하다는 것을.

 


 

한 공간에 있는 잭과 찰리. 함께 하는 것이 두려운 염소 잭과 한쪽 눈의 시력을 점점 잃어가는 말 찰리,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불편함과 두려움을 서로에 의해 회복해 가는 모습을 담은 『이쪽이야, 찰리』.

 

『이쪽이야, 찰리』는, 서로 다른 잭과 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잔잔하게 그린다. 그들의 부족함은 세상을 향해 내딛을 수 있는 용기가 되어 주었으며, 서로를 향한 따듯한 온기를 전한다.

 

 

 

"이쪽이야, 찰리."

 

잭은, 찰리가 좋아하는 마른 풀이 많은 곳으로 안내하고, 너무 더울 때는 그늘로 안내하며, 물가에 다다랐을 때는 일부러 첨벙거리며 걸어 찰리가 앞에 놓인 장애물이자 놀이터를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앞장서서 길을 걸으면서도 항상 뒤를 돌아보며 찰리를 배려하는 잭의 모습은 감동을 안긴다.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한 잭과 찰리는,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며 서로가 있기에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두려운 것만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혼자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 함께 살아가는 이유가 분명한 세상에 놓인 우리들에게 부족하고 너무나 다른 잭과 찰리가 "친구"라는 새로운 관계를 이루는 모습을 통해 인정과 수용 그리고 베품과 용기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길 소원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쓴, 저의 객관적인 시선이 담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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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동생이 생겼어 상상놀이터 13
안네마리 노르덴 지음, 배정희 옮김, 원유미 그림 / 보물창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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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동생이 생겼어

안네마리 노르덴 지음

보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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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은, 엄마 아빠가 만든 울타리 안에서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는 외동으로, 자유롭고, 온전히 자기 영역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낮동안 이웃에 사는 7살 여동생을 봐주자는 제안을 한다. 필립은 반대하고 싶지만, 한 달동안 함께 지내보고 후에 결정하자는 제안까지 거절할 수 없어 받아들이고 만다. 누군가 자기의 공간에 들어온다는 것이 낯설고 경험이 없기에 필립은 새로운 변화가 그리 달가운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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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필립의 일상에 변화가 찾아온다. 없던 여동생이 생겼고, 상상놀이를 너무나 좋아하는, 필립이 무엇을 보여줄 때마다 "오~"를 외치는, 너무나 낯설기만한 미리암이 신경쓰이고, 거추장스럽다. 필립의 닫힌 마음은 부정적인 시선을 갖게 한다.

 


미리암의 말도 안 되는 상상놀이가 부담스럽고, 필립의 친구 페터와는 더 말도 안되는 상상놀이에 빠져 과학자가 되고, 차도 없는 건널목도 건너지 못하는 겁쟁이, 그럴 때마다 페터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는, 필립은 하나부터 열까지 맘에 들지 않는다. 그 동안 온전히 자기 편이기만 했던 엄마 아빠 그리고 페터까지 맡겨진 아이 미리암의 편이 되어가는 것만 같아 필립은 서운하기만 하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는 제가 아니라 미리암이죠?

 

필립은 화가 나서 엄마를 흘겨보며 소리쳤다.

"오, 필립. 너는 엄마의 귀염둥이란다. 단 하나뿐인 엄마의 귀염둥이!"

 

엄마는 필립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네가 지금처럼 그렇게 못된 눈으로 엄마를 보더라도 말이야. 그리고 네가 미리암에게 꽃 몇 송이, 작은 장난감 자동차 한 대도 못 빌려주겠다고 욕심을 부려도 넌 엄마의 귀염둥이란다."

 

"물론 전 미리암에게 다 빌려줄 수있어요. 하지만 제가 화가 난 건, 그냥, 걔가…… 저는 ……."

 

필립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말았다. 왜 화가 났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마음이 아주 복잡하다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아주 특별한 동생이 생겼어』 79~80쪽

 

혼자였던 필립에게 미리암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서로의 것을 나누고, 함께 발 맞춰 나가는 것은, 특별하고도 새로운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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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은 좋으나 싫으나 약속한 한달이란 시간동안은 미리암과 함께 지내야 한다. 함께 그림 그리고 암소연못에도 가고, 페터와 수영장에도 하고, 공원에 가기도 한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미리암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는 기회를 갖게 한다. 그리고 미리암에게 차없는 건널목일지라도 신호를 무시하고 달린 차로 인해 사고가 난 곳이기에 무서운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참으로 힘든 일이다. 9살 필립과 7살 미리암이 서로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과정을 통해, 이해와 공감 그리고 인정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힘들지만 그것만이 서로를 연결해주는 고리가 될 수 있음을 전한다.

 

필립은, 미리암과의 관계가 편안해지면서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공간을 보여주고, 책을 읽어주며 다정한 오빠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그들에게 닥친 위기의 상황, 필립은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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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암의 엉뚱하고도 현실적인 상상놀이에 잠깐동안 빠지는 재미와 필립의 이유있는 심통과 다가가고 싶지만 쉽게 모든 걸 내어놓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자존심이 어우러져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필립이 동네 친구에게 미리암에게 심각하게 고민을 털어놓는 모습과 수영장에서 미리암의 의기소침해지는 모습, 건널목을 건너지 못하게 된 미리암의 고백 모습에서 아이들의 깊은 속내를 살짝 들여다본 느낌이다.

 

혼자가 편하다고 하는 외동에게 필립과 미리암의 한달은, 또다른 환경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의 예시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쓴, 저의 객관적인 시선이 담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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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 (20만 부 돌파 특별판) - 세계를 놀라게 한 자랑스런 한국인 이형진의 공부철학
이형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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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새해의 시작과 함께

컴퓨터 관련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세웠다.

자격증 취득이 나의 삶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생활을 함에 있어

잘하는 것과 자격을 갖춘 것은

선생님 한 분의 조언으로 알게 되었다.

 

겨울방학 동안 아이들을 케어하면서

나의 능력 향상과 공부 습관을 잡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시작하기에 앞서

엄친아(?)로 자랑스런 한국인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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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하는사람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꿈이 있는 사람은

기꺼이 공부를 즐길 수 있다.

내가 즐겨하는 말이 있다.

"공부는 나 자신의 인생에 대한 예의다."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 프롤로그 중에서

우리의 현실 속 '공부'는 좀 더 나은 학교로의 진학과 더 높은 점수를 위한, 객관화된 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고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물론 이 또한 정확한 목표가 있기에 잘못되었다,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점수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공부'가 된다면 마음과 몸이 건강한 공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수많은 세상'을 내게 좀더 많이 다양하게 보여주고, 그래서 숨어 있는 '수많은 기회들'을 놓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나에 대한 예의라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착실히 하는 것, 그래서 훗날 내가 도전하고픈 꿈이 생겼을 때 부족한 준비로 인해 그 꿈을 포기하는 불상사를 만들지 않는 것, 즉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그것이 나에 대한 예의라는 이야기다.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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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미국 발령으로 시작된 이민생활, 이형진은 미국에서 태어난 재미교포 2세이다. 아이비리그 9개 대학 동시 합격과 화려한 프로필을 가진 그는, '자랑스런 한국인'으로 선정되기까지의 노력과 꿈을 향해 달려온 자신의 이야기를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에 담는다.

 

한국 그리고 미국이라는 공부하는 공간의 다름과 교육을 이끌어가는 주체의 모습이 다름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또한 자율 속에서 학생 스스로 학습을 주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자신을 위한 아낌없는 투자의 시간이 없다면 결코 이뤄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하는 방향대로 따라가는 것은, 곧 지치게 될 것이고, 의사 표현에 무뎌질 것이며, 타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결코 우리가 바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등이든 꼴등이든, 등수 자체는 내게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은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나'하는 것 뿐이었다.

 


'공부'는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이 될 수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열어주는 가장 친밀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싸울 것인가, 도구로 잘 활용할 것인가는

나의 선택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내 마음을 통제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바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기울이는 일이다. 다른사람 이야기에 휩쓸리다 보면 정작 내 마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다. 내 마음 상태도 제대로 몰면서 그것을 통제하기 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결국 셀프컨트롤은 내가 내 삶과 생각에 있어 주인의식을 가질 때, 내 마음의 소리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할 때야 비로서 실현 가능한 기술인 것이다.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 144~145쪽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라고 말한 이형진은, 공부뿐 아니라 운동 악기 독서토론 등 다양한 방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한국에서 말하는 '엄친아'의 조건을 너무나 완벽하게 갖추었다. 그러나 책을 통해 본 그는 결론적으로 '엄친아'의 대열에 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탁월한 유전자도 타고난 재능을 갖춘 것은 아니었다.

매일 5시에 일어나 1시간 예습한 습관

연계 독서를 하며 과목과 과목으로 연결시키는 학습

손들고 질문할 수 있는 용기

배움을 위해 선생님을 직접 찾아가는 적극성

타인들의 수근거림에 귀를 닫고 자신에게 집중한 자존감

쓰기와 정리를 소홀히 하지 않은 근면함

배움이 주는 즐거움을 스스로 찾아가는 모험정신

 

무엇을 공부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에서든 배우려는 마음인 것'

 

미국이라는 땅과 학생들의 자율을 허락한 교육시스템은

지금의 이형진을 만들어낸 도구일 뿐

자신에게 집중하고

배움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이형진 본인의 노력이며

셀프컨트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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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서,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첫째 소녀에게 권하고자 읽게 된

『공부는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

'이형진만큼, 이형진처럼'이 아닌

배움의 의미와 자신을 위한 공부의 가치를

바로 알고

내 인생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꿈을 향한 올바른 공부를 실천하기를 바란다.

 

객관화된 점수에 자신을 끼어넣기 위해

자신을 황량하게 만드는 시간이 아닌

자신을 성장시키는 시간으로 채워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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