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이야, 찰리
캐론 레비스 지음, 찰스 산토소 그림, 이정아 옮김 / 우리동네책공장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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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쪽이야, 찰리

캐론 레비스. 글

우리동네 책공장 』

 

우리는 매일 쏟아져나오는 새로운 소식과 만나며 살아간다. 코로나 19로 몸도 마음도 황폐해져가는 요즘, 즐겁고 신나는 소식만이 가득하다면 우리는 그 소식만으로도 충분히 기운을 충전해 나갈 수 있을텐데, 그렇지 않은 현실이 답답함을 가중시키는 듯 하다. 나와 다른 또는 약자이기에 참아내야 하는 불공평함이 많은 이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긴다.

 

 

『이쪽이야, 찰리』는, 작가 캐론 레비스가 미국 오클라호마주 클레어 모어에 있는 '와일드 하트 렌치(Wild Heart Ranch)농장에서 야생동물 구조 및 재활 센터를 운영하는 관리인 아네크 킹과 찰리라는 이름의 말과 염소 잭의 실제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염소 잭과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말 찰리가 농장에서 시간을 공유하면서 갖게 되는 잔잔하면서도 진한 우정을 그린 그림책 『이쪽이야, 찰리』는, 어린아이부터 어른들에게까지 공감과 깨우침을 안겨주는 탁월한 작품이다.

 

 

염소 잭은 오늘도 혼자이다. 누군가의 다가옴이 두려운 잭에게 동물 쉼터 농장은 집이자 가장 안전한 공간이다. 동물 쉼터 농장은 도움이 필요한 모든 동물들을 위한 공간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편히 지낼 수 있는 안전한 곳으로, 관리인 아네크 킹과 의사 안토니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잭에게 동물 쉼터 농장은 최고의 공간이지만, 거침없이 다가오는 찰리 덕분에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은 곧 방해를 받고 만다.

 

잭은 알고 있다. 움직임이 많은 찰리의 분주함은, 그의 눈 때문이라는 것을. 잭은 찰리의 눈은, 어둠 속에서 헤맬 땡, 길을 가르쳐 주던 은든한 달빛처럼 흐릿하다는 것을.

 


 

한 공간에 있는 잭과 찰리. 함께 하는 것이 두려운 염소 잭과 한쪽 눈의 시력을 점점 잃어가는 말 찰리,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불편함과 두려움을 서로에 의해 회복해 가는 모습을 담은 『이쪽이야, 찰리』.

 

『이쪽이야, 찰리』는, 서로 다른 잭과 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잔잔하게 그린다. 그들의 부족함은 세상을 향해 내딛을 수 있는 용기가 되어 주었으며, 서로를 향한 따듯한 온기를 전한다.

 

 

 

"이쪽이야, 찰리."

 

잭은, 찰리가 좋아하는 마른 풀이 많은 곳으로 안내하고, 너무 더울 때는 그늘로 안내하며, 물가에 다다랐을 때는 일부러 첨벙거리며 걸어 찰리가 앞에 놓인 장애물이자 놀이터를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앞장서서 길을 걸으면서도 항상 뒤를 돌아보며 찰리를 배려하는 잭의 모습은 감동을 안긴다.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한 잭과 찰리는,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며 서로가 있기에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두려운 것만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혼자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 함께 살아가는 이유가 분명한 세상에 놓인 우리들에게 부족하고 너무나 다른 잭과 찰리가 "친구"라는 새로운 관계를 이루는 모습을 통해 인정과 수용 그리고 베품과 용기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길 소원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쓴, 저의 객관적인 시선이 담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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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동생이 생겼어 상상놀이터 13
안네마리 노르덴 지음, 배정희 옮김, 원유미 그림 / 보물창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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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동생이 생겼어

안네마리 노르덴 지음

보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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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은, 엄마 아빠가 만든 울타리 안에서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는 외동으로, 자유롭고, 온전히 자기 영역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낮동안 이웃에 사는 7살 여동생을 봐주자는 제안을 한다. 필립은 반대하고 싶지만, 한 달동안 함께 지내보고 후에 결정하자는 제안까지 거절할 수 없어 받아들이고 만다. 누군가 자기의 공간에 들어온다는 것이 낯설고 경험이 없기에 필립은 새로운 변화가 그리 달가운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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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필립의 일상에 변화가 찾아온다. 없던 여동생이 생겼고, 상상놀이를 너무나 좋아하는, 필립이 무엇을 보여줄 때마다 "오~"를 외치는, 너무나 낯설기만한 미리암이 신경쓰이고, 거추장스럽다. 필립의 닫힌 마음은 부정적인 시선을 갖게 한다.

 


미리암의 말도 안 되는 상상놀이가 부담스럽고, 필립의 친구 페터와는 더 말도 안되는 상상놀이에 빠져 과학자가 되고, 차도 없는 건널목도 건너지 못하는 겁쟁이, 그럴 때마다 페터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는, 필립은 하나부터 열까지 맘에 들지 않는다. 그 동안 온전히 자기 편이기만 했던 엄마 아빠 그리고 페터까지 맡겨진 아이 미리암의 편이 되어가는 것만 같아 필립은 서운하기만 하다.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는 제가 아니라 미리암이죠?

 

필립은 화가 나서 엄마를 흘겨보며 소리쳤다.

"오, 필립. 너는 엄마의 귀염둥이란다. 단 하나뿐인 엄마의 귀염둥이!"

 

엄마는 필립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네가 지금처럼 그렇게 못된 눈으로 엄마를 보더라도 말이야. 그리고 네가 미리암에게 꽃 몇 송이, 작은 장난감 자동차 한 대도 못 빌려주겠다고 욕심을 부려도 넌 엄마의 귀염둥이란다."

 

"물론 전 미리암에게 다 빌려줄 수있어요. 하지만 제가 화가 난 건, 그냥, 걔가…… 저는 ……."

 

필립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말았다. 왜 화가 났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마음이 아주 복잡하다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아주 특별한 동생이 생겼어』 79~80쪽

 

혼자였던 필립에게 미리암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서로의 것을 나누고, 함께 발 맞춰 나가는 것은, 특별하고도 새로운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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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은 좋으나 싫으나 약속한 한달이란 시간동안은 미리암과 함께 지내야 한다. 함께 그림 그리고 암소연못에도 가고, 페터와 수영장에도 하고, 공원에 가기도 한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미리암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는 기회를 갖게 한다. 그리고 미리암에게 차없는 건널목일지라도 신호를 무시하고 달린 차로 인해 사고가 난 곳이기에 무서운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참으로 힘든 일이다. 9살 필립과 7살 미리암이 서로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과정을 통해, 이해와 공감 그리고 인정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힘들지만 그것만이 서로를 연결해주는 고리가 될 수 있음을 전한다.

 

필립은, 미리암과의 관계가 편안해지면서 아무도 모르는 비밀의 공간을 보여주고, 책을 읽어주며 다정한 오빠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그들에게 닥친 위기의 상황, 필립은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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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암의 엉뚱하고도 현실적인 상상놀이에 잠깐동안 빠지는 재미와 필립의 이유있는 심통과 다가가고 싶지만 쉽게 모든 걸 내어놓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자존심이 어우러져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필립이 동네 친구에게 미리암에게 심각하게 고민을 털어놓는 모습과 수영장에서 미리암의 의기소침해지는 모습, 건널목을 건너지 못하게 된 미리암의 고백 모습에서 아이들의 깊은 속내를 살짝 들여다본 느낌이다.

 

혼자가 편하다고 하는 외동에게 필립과 미리암의 한달은, 또다른 환경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의 예시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쓴, 저의 객관적인 시선이 담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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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별이 된 곰 꼬마도서관 10
알렉시스 스넬 지음, 류재향 옮김 / 썬더키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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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별이 된 곰

알렉시스 스넬. 글

썬더키즈

 

 

우리의 지구는, 지금 환경 오염의 위기에 놓여 있어요.

어린 아이부터 어른들까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우리의 실천과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을요.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기울이고 있으며

심각성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까요?

 

전, 첫 아이를 낳고 난 후부터 환경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어릴 적에 보고 즐겼던 자연의 모습이

우리 아이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이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마음이 아파왔거든요.

자연은, 무한 리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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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난 그림책은

기후의 온도 변화와 함께 우리에게 심각성을 끊임없이

전달하고 있는 북극곰의 이야기,

『하늘에 별이 된 곰』 이에요.

 

기후와 환경의 변화로 고통받고 있는 북극곰의 모습은

다큐와 사진을 통해 알려져 있어요.

먹이가 없어 까칠한 털과 마른 몸을 한 모습,

녹아내린 얼음덩이에 간신히 몸을 지탱하는 모습,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와 쓰레기통을 들추는 모습,

이것은 결코 연출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닥칠, 얼마남지 않은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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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반짝이는 땅, 춥고 아름다운 나라에

온갖 짐승의 여왕, 큰 곰이 살고 있어요.

큰 곰이 다스리는 왕국의 밤하늘은 별똥별과 오로라로

아름다운 하늘을 그려내지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왕국의 얼음이 사라지고,

땅은 갈라지고, 먹이를 찾아 왕국을 떠나기 시작하는

동물의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눈 덮인 왕국은 허물어지고,

큰 곰도 바다뿐인 왕국을 떠나게 되지요.

 

눈의 왕국을 떠난 큰 곰은,

배고픔과 더위에 하루 하루 지친 생활을 하며,

그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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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지친 큰 곰에게 다가온 작은 인간이 내민 아이스크림은,

 큰 곰에게 그 동안의 수고와 피로에 대한 위안이 되어 주어요.

큰 곰은 작은 인간에게

눈으로 덮인 왕국과 하늘을 뒤덮은 별똥별 이야기를 해 주어요

큰 곰은 아이와 함께 있는 잠깐의 시간동안

고향땅이 사무치게 그리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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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인간과의 짧은 휴식은,

 곧 나타난 큰 인간들의 호통으로 끝이 나고 말아요.

이제 큰 곰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큰 곰이 쉬어갈 곳은 어디일까요?

큰 곰은 이제 쉬고 싶어요.

 

 눈을 밟으며 먹이를 찾아 다녔던 포만감도

얼음 위에 누워 편안하게 하루를 즐겼던 여유도

이젠 더이상 누릴 수가 없어요.

 

 강렬한 태양을 피해 딱딱한 바닥을 걷는 것도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레몬을 먹는 것도

큰 인간으로부터 위협을당하는 것도

이젠 그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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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곰은 우리와 함께 살고 싶어요.

배고픔과 더위에 지쳤던 힘들었던 기억은 그대로지만,

작은 인간이 내민 아이스크림의 친절함을 기억하기에

큰 곰은 하늘 아래 세상을 잊을 수가 없어요.

 

밤하늘에서 별가루가 떨어지는 날,

 우리의 마음엔 희망의 싹이 틔울 거에요.

 

『하늘에 별이 된 곰』 은, 눈 덮인 왕국에 살고 있던 큰 곰 여왕이

 삶의 공간을 떠나 새로운 공간에 정착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따라가면서

 환경의 변화가 가져온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림책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표현된 그림과 색은

 마치 밤하늘을 수놓은 오로라의 빛을 연상하듯

 다양한 색으로 표현되어

 큰 곰이 찾아가는 긴 여정을 실감나게 다루었으며,

지금의 고통이 고통으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담아내고 있어요.

 

희망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어요.

우리의 똑똑한 실천이 우리가 사는 별을 변화시킬 거에요.

 

 올 겨울에 내린 많은 눈이

큰 곰이 별들에게 부탁한 별가루였나 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저의 객관적인 생각을 담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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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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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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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읽고, 함께 울고 웃었던 우리 두 소녀들과 다시 한 번 그 때의 감동을 느끼고 싶어 만나게 된 『우주를 삼킨 소년』.

 

힘든 상황 속에서 자신을 성장시킨 '제제'가 있다면, 『우주를 삼킨 소년』에는 '엘리 벨'이 있다. 열두 살 엘리는, 평범과는 거리가 먼, 특별하고도 특이한 가족이 있다. 그가 사는 마을 또한 이민자와 마약 거래로 사건 사고가 빈번하게 터지는 곳이다. 엘리는 아빠로부터 도망나온 엄마와 새아빠 라일 그리고 말대신 허공에 암호와 같은 그림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형 오거스트, 탈옥한 전과를 가진 베이비시터 슬림 할아버지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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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이 성장하기 위한 조건을 따지고 보자면, 엘리가 가진 환경은 극히 열악하다. 또한 몸과 마음을 보호받을 수도, 나이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도 없다. 환경이 열악하고 교육 수준이 낮다고 해서 소년의 삶이 부정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제제가, 『우주를 삼킨 소년』의 엘리가 그것을 증명한다. 부모의 자리가 위태롭다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배움이 깊은 자가 주위에 없다 해도 배우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그 이면에 담고 있는 또다른 배움을 만날 수 있다.

 

"할아버지?"

"왜, 꼬마야?"

"기사에는 아이린이 남편 곁을 끝까지 지키겠노라 맹세했다고 나와 있잖아요?"

"그래."

"그런데 그렇게 안 했죠?"

"아니, 그랬단다, 꼬마야."

할아버지는 볕에 그을린 기다란 두 팔을 식탁 위로 쭉 내밀어 신문을 내게 돌려준다.

"곁을 지켜준다고 해서 꼭 옆에 있을 필요는 없어."119쪽



엘리는, 성장한다. 날마다 아주 조금씩. 소설의 흐름이 엘리의 성장 속도와 발맞춰 진행되기 때문에 더디게 흘러가지만, 슬림 할아버지를 통해 감옥에 가게 된 사건부터 감옥에서의 상황, 그리고 지금의 삶까지를 듣게 되고,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여전히 감옥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편지를 쓰게 되면서 엘리는 범죄, 사건, 수사라는 새로운 환경에 눈을 뜨게 되고, 현실을 직접 들여다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또한 엘리의 편지의 상대가 되었던 알렉스와의 우연한 만남은, 알렉스에게도 엘리에게도 좋은 만남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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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은, '엘리'라는 소년에게서 뻗어나간 가지가 가족 그리고 가족과 연결된 누군가로 뻗어나가면서 이야기는 빠르기와 숨막힐 정도로의 느림이 곁들여진다. 엘리의 눈높이에서 이해되지 않는 엄마의 사랑, 한번도 추억하지 않았던 아빠와의 관계, 마음을 여는 순간 죽음으로 엘리의 곁을 떠난 새 아빠 라일에 대한 미안함이 서로 연결되어, 엘리에 성장에 또다른 영양분이 되어 준다.

 


형이 내 오른쪽 귀에 대고 속삭인다.

"괜찮을 거야, 엘리. 괜찮을 거야. 넌 돌아와. 항상 돌아오니까."

말을 못 하겠다. 입으로는 말을 할 수 없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나는 왼손 검지로 허공에다 한 줄의 글을 휘갈겨 쓴다. 그 글이 사라지기 전에 형만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소년, 우주를 삼키다.' 660~661쪽

엘리는 아프다. 단 한번도 엘리는 편안한 삶을 살아보지 못했다. 의지할 수 없는 불안정한 엄마를 곁에 두었고, 마약 거래라는 불법적인 일이 가까이 다가와 있으며, 의문의 그림으로 대신하는 형과 전설의 탈옥범 베이비시터까지. 난감하기 짝이 없는 상황 속에서도 엘리는 새로운 무언가를 끊임없이 행한다. 배우고 익히고 읽고 쓰고 물어보고 알아내고.


"사람은 모름지기 쉬운 일보다는 옳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지."

 


엄마와 새아빠의 불법적인 행위를 지켜보며 엘리는 정의로운 일을 하고 싶어한다. 범죄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는, 비록 남루한 옷은 입었지만 옷 속에 가려진 힘찬 날개는 오직 엘리만이 아는 것. 답이 없을 것만 같은 상황 속에서도 싹을 틔워내는, 희망을 잃지 않는 엘리의 성장이 나약한 우리에게 새로운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쓴, 저의 객관적인 시선이 담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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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파올로 코녜티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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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파올로 코네티 글

현대문학」

 

 

책 제목에 "검은"이라는 색이 들어가면, 마음에 일어난 변화로 인한 그 어떠한 무언가가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선입견을 발휘한다.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의 고통이나 힘겨움을 함께 겪어나가면서 위안이 되기도, 위로로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내기도 한다. 그것이 우리가 책을 통해 얻는 가장 1차원적인 감정이 아닐까,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글이 말해주는 것보다 그 속에 녹아내린 감정에 더욱 깊이 휩쓸리게 된다. 나는 오늘 함께 한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를 통해 무엇을 느끼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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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는 10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구성을 하고 있으며, 10개의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소피아"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자동차 엔지니어의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삶을 살고자 하는 아빠 로베트토와 미술학 전공을 한, 까칠하고 수시로 화를 내는 예민한 엄마 로사나, 아빠 엄마의 곁을 떠나 있는 동안 소피아에게 선생님이자 보호자가 되어 준 고모 마르타 그들 외에도 그녀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친구들과 함께 연극을 하며 친밀한 척하는 이들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로 연결되지 않은 인물들이 "소피아"를 중심으로 연결되며, 시작과 끝 모두 그녀의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전한다.

 

소피아는 엄마의 예민함과 불안정한 감정들을 마주보며 자란다. 엄마의 곁에 머물렀던 소피아는 스스로를 보듬기에는 그녀 또한 나약해져만 간다. 바쁜 아빠와 예민한 엄마 사이에서 성장한 소피아는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미움이 커져가면서 자신까지 망가뜨리는 극한 상황을 만들고 만다. 마음의 병은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잠식해 오고, 그것이 겉으로 표현되었을 땐 이미 병이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낸 다음이다. 소피아는 자신이 망가졌을 때에서야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며, 관계 속에서의 마음을 굳게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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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투성이 소피아 그리고 자기만의 세계에서만 안전한 소피아, 그녀가 세상을 향해 내딛은 곳은 바로 무대이다. 배우를 향한 그녀의 도전은 그녀의 삶의 모습을 바꾸는데 충분한 도움이 되었으나, 단원들과의 관계 속 그녀의 모습은 위태롭기 그지 없다. 관계 형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더이상 다치기 싫어 스스로 자신 안에 자신을 가두는, 외로움이란 익숙함에 빠지는 것만 같아 안타까움이 인다.

 

소피아는 배우라는 이름에 맞는, 자신만의 역할을 충실해 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가족들의 변화에 조금씩 자신을 표현하는 노력을 한다. 한 소녀의 청춘 기록을 담은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는, 한 사람의 성장하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지극히 대담하다고 담담하게 때로는 직설적으로 표현되어 독자 입장에선 약간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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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야 청춘이다' 라는 말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청춘들이 왜 아프도록 세상과 맞서야 하는지 나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사람 중 하나이다. 세상이 무지개빛이 아닐지라도 아파하면서 세상과 만나야한다는 현실이 난 참 싫다.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의 소피아는 성장 과정에서 받지 못한 결핍으로 인해 세상과의 단절이 얼마나 무겁고 차가운지 충분히 느꼈다. 그것에 온기를 담기 위해 무던히 애쓰며 바둥거려본다. 소피아의 청춘 또한 아프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틀 속을 박차고 나오는 용기를 조금씩 부려본다. 자신에게 베인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서.

 

 청춘은 아픈 것이 아니다.

나를 알아보고 나를 찾아가는, 흘러가는 시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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