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파올로 코녜티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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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파올로 코네티 글

현대문학」

 

 

책 제목에 "검은"이라는 색이 들어가면, 마음에 일어난 변화로 인한 그 어떠한 무언가가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선입견을 발휘한다.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의 고통이나 힘겨움을 함께 겪어나가면서 위안이 되기도, 위로로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내기도 한다. 그것이 우리가 책을 통해 얻는 가장 1차원적인 감정이 아닐까,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글이 말해주는 것보다 그 속에 녹아내린 감정에 더욱 깊이 휩쓸리게 된다. 나는 오늘 함께 한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를 통해 무엇을 느끼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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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는 10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구성을 하고 있으며, 10개의 이야기는 시간과 공간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소피아"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자동차 엔지니어의 직업을 가진, 평범한 삶을 살고자 하는 아빠 로베트토와 미술학 전공을 한, 까칠하고 수시로 화를 내는 예민한 엄마 로사나, 아빠 엄마의 곁을 떠나 있는 동안 소피아에게 선생님이자 보호자가 되어 준 고모 마르타 그들 외에도 그녀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친구들과 함께 연극을 하며 친밀한 척하는 이들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로 연결되지 않은 인물들이 "소피아"를 중심으로 연결되며, 시작과 끝 모두 그녀의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전한다.

 

소피아는 엄마의 예민함과 불안정한 감정들을 마주보며 자란다. 엄마의 곁에 머물렀던 소피아는 스스로를 보듬기에는 그녀 또한 나약해져만 간다. 바쁜 아빠와 예민한 엄마 사이에서 성장한 소피아는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미움이 커져가면서 자신까지 망가뜨리는 극한 상황을 만들고 만다. 마음의 병은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잠식해 오고, 그것이 겉으로 표현되었을 땐 이미 병이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낸 다음이다. 소피아는 자신이 망가졌을 때에서야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며, 관계 속에서의 마음을 굳게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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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투성이 소피아 그리고 자기만의 세계에서만 안전한 소피아, 그녀가 세상을 향해 내딛은 곳은 바로 무대이다. 배우를 향한 그녀의 도전은 그녀의 삶의 모습을 바꾸는데 충분한 도움이 되었으나, 단원들과의 관계 속 그녀의 모습은 위태롭기 그지 없다. 관계 형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더이상 다치기 싫어 스스로 자신 안에 자신을 가두는, 외로움이란 익숙함에 빠지는 것만 같아 안타까움이 인다.

 

소피아는 배우라는 이름에 맞는, 자신만의 역할을 충실해 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쳤던 가족들의 변화에 조금씩 자신을 표현하는 노력을 한다. 한 소녀의 청춘 기록을 담은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는, 한 사람의 성장하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지극히 대담하다고 담담하게 때로는 직설적으로 표현되어 독자 입장에선 약간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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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야 청춘이다' 라는 말을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청춘들이 왜 아프도록 세상과 맞서야 하는지 나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사람 중 하나이다. 세상이 무지개빛이 아닐지라도 아파하면서 세상과 만나야한다는 현실이 난 참 싫다.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의 소피아는 성장 과정에서 받지 못한 결핍으로 인해 세상과의 단절이 얼마나 무겁고 차가운지 충분히 느꼈다. 그것에 온기를 담기 위해 무던히 애쓰며 바둥거려본다. 소피아의 청춘 또한 아프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틀 속을 박차고 나오는 용기를 조금씩 부려본다. 자신에게 베인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서.

 

 청춘은 아픈 것이 아니다.

나를 알아보고 나를 찾아가는, 흘러가는 시간일 뿐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쓴, 저의 객관적인 시선이 담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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