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외계인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6
남강한 글.그림 / 북극곰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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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을 참 많이 꾼다.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사소하든 거창하든 나에게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내가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며, 내가 되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그 시간이 참 감사하다.


나와 남편은 결혼하고 1년이 지난 뒤에도 아이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었다. 앞으로도 없다면 둘이 살면서 서로 하고자 하는 것들을 하나씩 이루면서 살아가자고 생각했다. 결혼한지 5년차가 되자, 우리 부부는 두 아이의 부모가 되어 있었다. 꿈을 이루면서 살아가기엔 우리만을 믿고 의지하는 두 아이가 있기에 우린 꿈을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언젠가는 펼칠 날이 오겠지 하는 작은 바람으로 아이들의 오늘을 지켜보는 부모로 살아가고 있다. 

 



오늘 내가 만난 남강한님의 그림책 『우리 아빠는 외계인』은 현실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우리 부부를 비롯한 많은 부모들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너무나 담담하고도 사실적으로. 그런 가운데 예전에 나는?하며 나의 과거 시간을 살짝 돌아보게 하는 여유도 느끼게 해 준다.


아빠는 외계인이다. 외계인 친구를 너무나 만나고 싶어한다. 그리고 외계인의 삶을 그리워하며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으로의 교신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아빠의 교신은 성공했을까? 아빠를 지켜보는 두명의 외계인. 그들은 현실 속 아빠를 따라다니며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또 하나의 외계인을 감시(?)한다. 마치 지구인으로의 적응을 잘하고 있는지 관찰하는가 하면, 외계인으로의 생활을 잊어가는 건 아닌지 불안함과 배신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지, 어떤 의미로든 그들의 등장은 그림책을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선물한다.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들이 어디에 숨어서 아빠를 지켜보는지 찾아보게 한다. 그들의 임무가 무엇이든간에 독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출연은 반가움이다.


 


 

아빠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공부하고, 혼나고, 눈치보면서 많은 시간을 책상앞에서 보내면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잠깐씩 잊어간다. 어느 순간 아빠의 간절함은 가슴 속에 묻어두는 그리움으로 자리하게 된다. 아빠는 모두가 같은 길을 걸어가도록 만드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며, 어른이 된 나의 마음에 더욱 애잔함을 안겨주며, 나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내가 정말 원한 삶의 모습은 무엇이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아빠는 평범한 회사원이 되고, 여느 누구와 같이 나와 생각이 맞고, 나의 동반자가 되어줄 여인을 만나 결혼한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을 나누고, 꿈을 이야기하는 시간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을 치우고, 따지는 현실앞에서 외계인의 삶은 또 다시 좌절하고 만다. 여인은 여인일 뿐 내가 될 수 없고, 나는 나일뿐 여인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아빠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구인이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것을. 아빠는 또 그렇게 지구인으로의 삶에 적응해 가겠지.

우습고도 슬펐다. 마치 나의 모습 같았고, 나의 남편 모습 같아서.

서로 바라보며 많이 웃고 행복하려고 함께 살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 나에게 맞춰주기만을 바라면서 서운해하고, 내 목소리만 냈던 건 아니었나 싶어 나와 다른 행성에서 왔을 남편이 감내할 몫이 쉽지 않았겠구나 싶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뭐. 또 이렇게 나를 두둔해본다.


 

 



외계인 아빠에게 분신과 같은 아이가 태어난다. 웃는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아빠의 그동안의 외로움도 그리움도 씻어줄 것만 같다. 아빠는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고 현실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아빠가 되어 아이를 키워가겠지. 이제 아빠는 더이상 외계인 친구를 만나기를 소원하기보다는 아이의 성장을 바라보며 현실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것은 아빠에게 감정보다는 현실을, 나의 꿈보다는 가족의 평화를 위해 애써가는 가정의 삶을 자연스럽게 습득해가는 거리라. 그리고 그의 아들은 자연스럽게 아빠를 닮아가고, 새로운 꿈을 꾸면서 미래를 살아가겠지. 아들의 꿈엔 아빠의 꿈도 담겨있고, 엄마의 꿈도 담겨있겠지. 아빠는 이제 아들의 꿈을 응원하는 부모로 살아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꿈이 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그림책을 볼 때 가끔 소름이 끼칠 때가 있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또는 내 맘을 너무나 정확하게 꿰뚫어보는 듯한 이입이 되었을 때이다. 꿈을 좇는 외계인 아빠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꿈이 현실과 부딪히면서 굴곡되어지고 뒤로 미뤄지면서 타협이라는 깃발을 들어올리게 된다. 이것은 결코 기권이거나 실패했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맡겨진 지금을 먼저 누리겠다는 '쉼'의 의미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부모이기 이전에 '나'였다. 그리고 나임을 잊지 않고 있는 지금 이순간도 우리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으며, 언젠가는 그 꿈에 나다운 색을 칠해갈 것이다. 우리에겐 아직 못 피운 꿈 송이 하나씩 안고 있으니, 그 꿈송이는 언젠가 피어올라 내 가슴에 내려앉을 것임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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