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히하우젠 남작의 모험
루돌프 에리히 라스페 지음, 염정용 옮김 / 로그아웃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어릴 적부터 나는 모험과 판타지 동화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내가 지극히 논리적이어서도 아니고 이성적이어서도 아니다. 다만 현실적인 이야기가 좋았고, 누군가 억지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것을 그리 즐겨하지 않았던 거 같다.

20대 후반, 우연한 기회에 현실에서 자주보는 동물의 이야기로 시작된 판타지 동화에 빠지면서, 어릴 적 한번은 읽어봤을 모험 이야기를 찾아 읽기 시작하면서 그것이 주는 재미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지금은 내가 직접 찾아읽고, 초등학교 두 아이에게 권하기도 하고 아이보다 내가 더 좋아 직접 새책을 사서 읽고 책장에 꽂아두며 흐뭇하게 바라보기도 하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새로 소개된 『뮌히하우젠 남작의 모험』을 보고 너무나 반가웠다. 남작의 직위를 가진 이의 모험은 어떻게 시작되고, 어디를 가게 되면, 어떤 모험으로 이야기를 전개될지 사실 기대를 하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고정관념일지라도 모험을 하게 된 계기는 분명 다를 거라는 희망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남작의 모험은 광범위하게 세계를 누빈다. 그리고 이해되지 않을 논리를 너무나 당연하게 늘어놓으며, 그것이 정답인 듯 인정을 원하며 자신만의 모험을 이어간다. 정말 그들은 모두 남작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싶다. 남작의 모험을 따라가는 나는 사실 너무 버거웠다. 그리고 어? 이게 가능? 하는 의문도 순간순간 고개를 들었다.


네덜란드에서 날아온 공문 한장으로 시작된 모험은 암스테르담을 거쳐 네덜란드로 향하고,  영국에서 네덜란드로. 육지에서 바다로, 포로로 끌려갔다가 영국 왕실로, 너무나 다채로운 남작의 모험은 그림과 함께 보는 즐거움을 주면서 한편으론 현실적이지 않기에 너무 과한 허풍이라고 치부하게도 하면서도 믿고 싶어지는 묘한 매력을 갖게 한다.
현실에 매인 우리들이 남작의 모험을 따라가면서 약간의 동경과 일탈을 해 보고 싶다는 그 용기가 부러운 건 아니었을까 싶다.

『뮌히하우젠 남작의 모험』 속 남작을 보면서 걸리버보다 스케일이 커졌다는 것과 돈키호테보다는 낮지만 자기 애가 충만하며 자기가 만나는 세상이 자신을 위해 존재함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으며, 엘리스보다 훨씬 더 비현실적인 모험을 다녀왔구나 한다.

남작의 모험은 남작만의 허풍과 재치 그리고 논리적인 척 하는 언변으로 긴 시간이 이어져갔다.  남작의 모험을 따라가며 그의 허풍에 웃어줄 수 여유 한 자락 마음에 품기를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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