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 - 어른을 위한 그림책 에세이
이현아 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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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림책에 빠지게 된 건 정말 우연이지만, 지금까지도 그림책이 좋은 걸 보면 운명인지도 모른다. 퇴근하고 들른 서점에서 유아 그림책 코너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옮겨간 발걸음을 시작으로, 그림책 한 권을 골라 계산한 것이 그림책으로 입문하는 첫 시작이 되었고, 나의 두 소녀를 키우면서 그림책의 매력을 더욱 깊게 빠져들게 되었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나와 십대가 된 두 소녀는, 여전히 그림책을 보고 그림책이 주는 다양한 매력에 빠져 지낸다. 0세부터 100세까지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는 그림책의 깊이 그리고 매력은 쉬이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님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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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 은 제목을 보자마자 설렘으로 다가왔다. '그림책 소개여도 좋고, 그림책을 읽은 어른들의 이야기도 좋고, 그림책과 함께 한 교사들의 수업 환경이어도 좋고' 하는 맘으로 책을 일긱 시작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면서 나의 설렘은 뭉클함으로 전환되었다. 혼자 좋아하며 즐긴 것에서 함께 읽고 나누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즐긴 현직 교사들의 그림책과 일상을 담은 에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나에서 아이에게로 그리고 또 누군가를 향해 뻗어나간 그들의 일상과 나눔 그리고 노력과 정성이 담겨진 책임을 알게 된 순간, 한 글자 한 글자 의미있게 읽어나가게 되었다.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그림 같은 이야기.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은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의 운영진들이 매주 모여서 그림책과 삶에 대해 나눈 이야기들을 한 편의 글로 꾹꾹 눌러 쓴 에세이다.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를 운영하면서 우리가 세운 철학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아이들 곁에서 교사도 함께 창작하는 삶을 살아가자는 것, 또 하나는 학교 밖과 안의 온도 차를 줄이는 통로의 역할을 하자는 것.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은 이러한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의 운영 철학을 오롯이 담은 결과물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10쪽



 나는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때로는 그림으로 가득한, 그림책을 만나는 순간 나만의 세상에 잠시 머물게 된다. 짧은 글 속에 담겨진 이야기와 연필·색연필·물감·점토·헝겊·재활용품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표현된 그림을 통해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자기보다 큰 그림책을 낑낑거리며 들고 오는 어린 우리 아이들을 만나고, 어른이 된 지금의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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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을 읽을 때면 한참 숨이 멎기도 하고, 읽는 순간부터 책장을 덮을 때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을 때면 책장을 덮고도 장면 장면이 떠올라 혼자 피식 피식 웃음을 떠뜨리기도 하며, 한번 봤을 때 갸우뚱하는 책을 만날 때면 그림 한장, 글자 하나씩 세심하고도 주의 깊게 읽어나가는 신중함을 발휘하게도 한다. 그림책은 우리의 예민하고도 둔감한 감정선에 작은 신호를 보내주는, 결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암호를 걸어둔 것만 같다.



할아버지는 캐나다에서 살다가 책을 사랑하는 마음을 좇아 1989년부터 프랑스에서 서점을 꾸리고 있다고 하셨다. 할아버지는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이야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주름을 활짝 펴고 웃으셨다.

[중략]

어느덧 이 애틋한 공간과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우리 부부는 얼굴 가득히 아쉬운 미소를 머금은 채 할아버지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그윽한 표정으로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우리 부부에게 이렇게 화답해 주었다.

 하루 치의 축복을 건네받고 삶 전체를 축복하는 사람, 할아버지가 우리에게 빌어준 것은 하루의 안위가 아니라 부부가 맞이해나갈 삶 전체의 충만함이었다.

그림책 《숲에서 보낸 마법 같은 하루》와 함께. 148~148쪽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은, 현직 교사들의 모임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에서 함께 읽은,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모아 담아낸 "어른을 위한 그림책 에세이"이다. 어린 시절 나의 이야기에서 엄마가 키워내는 생명, 봉사의 의미, 여행의 기억, 아이들과의 소통 부재까지 마음 속에 담겨져 있던 일상을 펼쳐낸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 속에서는 온기가 퍼져온다. 온기는 그림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독자는 그림책에 독자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소중한 시간을 선물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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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똑같은 계절은 없다. 묵묵히 꽃을 피우고 씨를 뿌리는 일은 매번 치열하다. 이들은 버려진 화분, 아스팔트 틈새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어 생명을 키운다. 때문에 잎을 키우고 열매를 맺는 등 작은 생명들의 찰나를 고스란히 담아 낸 《연남천 풀다발》의 모든 장면은 묵직한 여운을 준다. 서랍 속에 고이 잠들어 있던 연애편지를 다시 꺼내 읽는 설렘으로 엄마와 보았던 자연을 떠올렸다. 그 어떤 일도 아무 이유 없이 일어나지 않다는 작가의 글은 엄마의 목소리로 읽혔다.

 그림책 《가을에게, 봄에게》, 《연남천 풀다발》과 함께. 193~194쪽



어린 아이들이 읽기에 가장 적합한 책이라고 하는 그림책이 때로는 어린 아이의 시간을 보낸 어른들에게 더 큰 의미를 부여하게 한다. 지나왔고 웃어봤고 울어봤고 지쳐봤고 희망도 맛보았기에 그림책이 안고 있는 이야기를 맘껏 품을 수 있고, 깊게 들여다볼 수 있으며, 내맘대로 풀어낼 수 있다.


같은 그림책을 보아도 떠오르는 장면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감정이 다른 것,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다 의미가 되는 것, 이것이 그림책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정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걸어가는 길에서 만난 들꽃도 바람도 반갑듯이 우연하게 들은 그림책 한 권이 나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며, 어둡게만 느껴졌던 나의 길을 환하게 비춰주는 가로등이 되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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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마다 그림책을 들고 모임 장소를 향해 가는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의 운영진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기분이 좋아진다. 교사 자신들의 성장과 아이들을 위해 퇴근 후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는 여유와 용기가 감동스럽고, 나와 같이 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른들이 있음에 반갑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주위로 확산해나가는 열린 마음과 추진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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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그림책을 주제로 모임을 만들고, 모임의 취지를 정하고, 정한 노선대로 잘 이끌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 성장해가는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의 운영진들의 노력이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림책 연구 모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진행된 과정에 대한 안내를 통해 다른 누군가가 그림책 모임을 열 수 있도록 마중물이 되어주고 있다. 또한 주제별로 선정한 그림책 목록을 실어 다양한 그림책을 만날 수 있는 기회까지도 안겨준다.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은 그림책이 좋은 나에게는 이야기를 공유하는 따듯한 시간을, 그림책 입문을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는 그림책이 가지고 있는 깊이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그림책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글쓰기의 지침서가 되어 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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