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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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생애의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다. 시간도 만남도 관계도 생활 전반에 변화가 찾아오고, 생각은 오직 '아기'에게 맞춰져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지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변화이면서도 스스로 자신을 잊어가는 변화이기도 하다.

내가 첫 아이를 출신하면서, 병원과 조리원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는 이들은 모두 나와 같은 5월 둘째주에 아기를 낳은 엄마들이 전부이고, 예방접종 하는날 만날 약속을 위해 연락처를 교환한다. 그러나 이 모임은 오래가지 못한다. '아기'라는 공통된 주제가 있지만, 나의 세상에서 중심은 내 아기인데, 모임 속에서 내 아기는 중심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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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맘"이라는 동네 아기 엄마들의 모임이 생기고, 임신과 출산, 양육의 과정을 거치는 비슷한 시기의 엄마들이 하나 둘 가입하게 된다. 혼자 아기를 케어해야 하는 초보 엄마에게 모임은 정보를 교환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아주 잠깐의 여유를 줄 수 있다는 설렘이 모임으로 이끌어낸다.

5월맘의 엄마들은, 24시간 아기에게 맞춰진 시간을 하루 저녁쯤은 벗어나보자는 취지로 술자리를 갖는다. 베이비시터와 남편에게 아기를 맡기고 하룻밤의 일탈을 꿈꾸던 그녀들에게, 그 날밤은 곧 악몽으로 그녀들의 마음은 무너져 내린다. 싱글맘으로 알려진 위니의 아기 마이더스가 사라졌다. 베이비시터 알마가 잠깐 잠든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진 아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말이다. 베이비시터까지 소개하면서 일탈을 강요한 넬은 위니의 고통 앞에 자책하게 되고, 그녀를 내내 신경쓰고 있던 프랜시와 콜레트 역시 일상이 흔들리고 만다.

내가 그 모임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다른 날짜를 택했더라면, 하다못해 다른 술집에 갔더라면, 아니면 그날 밤 알마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아기를 봐달라고 부탁했더라면, 휴대폰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아니 그날 넬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하늘로 고개를 젖히고 얼굴에 찬란히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면서, 마치 예언과도 같은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더운 날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죠.

퍼펙트 마더. 25쪽

              

세상은 그녀들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가 아기를 두고 술집을 갔다는 비난부터, 아기가 살아있다 하더라도 엄마에게 돌려보내면 안 된다는 의견까지, 그녀들의 고통은 가시같은 말로 생채기를 내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말로 더 깊게 패이고 만다. 세상은 '엄마'라는 존재는 완벽하다고 믿는다. '엄마'라는 이름에 그녀들의 모든 것을 묶어버리고, 그녀들 개개인이 가진 고유성은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다.

프랜시는 위니의 사건으로 일상이 무너져 내린다. 위니의 고통이 경찰들 손에서 해결되는 그 시간까지 기다리기엔 너무나 힘이 든다. 위니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할것만 같기에 카메라를 들고 위니의 집 주변을 돌면서 주위를 탐색하기에 이른다. 콜레트 역시, 불법인 줄 알면서도 과감하게 시장에게 보고되는 사건 보고서를 복사하고, 정보가 담긴 USB를 훔치는 등 적극적인 개입을 멈추지 못한다. 넬은 자신이 가진 재능을 발휘해 프로그램을 해킹을 통해 맘카페 회원들의 신원정보를 캐내기 시작한다.

'아기'라는 공통 주제로 만나 '아기'에 대한 대화로 소통해 온 그들이 위니의 사건으로 그들이 숨기고 있던 판도라 상자를 하나씩 열게 된다. 그녀들이 서로에게 숨기고 있던 삶을 조금씩 열어가면서, 사건을 풀어내기 위해 자신의 자리와 재능을 이용해 끊임없이 풀어내려는 그들의 노력을 지켜보면서 책은 점점 실마리를 풀어내는 듯 끝을 말해줄 듯 하지만, '나'로 풀어가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거짓말은 더욱 정교해져서, 자칫하다가는 내 말에 걸려들어 실수할 것 같았다. 그리니 더 이상 나가지 말자. 아무리 지루하더라도 안 된다. 거기다 대고 불평하지도 말자. 나는 나쁜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랑하는 내 아버지한테도 그랬던 것처럼.

퍼펙트 마더. 267쪽.              

어디라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따라 대답은 달라진다.

물리적으로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더 이상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날 밤은 싹 사라졌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감정적으로나 영적으로는 안다. 나는 지옥에 있었다. 길을 잃은 채로, 고문당하고 있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견뎌 나갈지 알지 못한 채로, 어머마어마한 슬픔에 잠겨, 실패한 인생이 되어, 난 참 부족한 엄마라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을 뿐이다.

퍼펙트 마더. 269쪽.              

우리는 과거의 한 장면에 집착한다. 그것이 가볍게 또는 무겁고 깊게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집착한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들을 가끔 만날 수 있다. 그것이 때로는 자신의 내부를 장악한다면, 모든 것은 그것과 연결하게 되고, 이미 지나갔음을 알면서도 보상받고자 또다른 일을 계획하게 된다. 때로는 타인에게 고통을 주면서까지 자신에 대한 보상만이 최선인 듯 행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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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고자 하는 '엄마'와 완벽한 엄마만이 '엄마'로 인정하는 세상을 향해 과감하게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하는 『퍼펙트 마더』

아기에게도 사회에서도 자신의능력까지도 인정받고 싶어하는, 세상의 수많은 엄마들에게 놀라움을 안기는 『퍼펙트 마더』 는 자신이 잃은 것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보상을 위해 과감하게 타인의 고통을 선택한 한 여인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이다. 아기의 유괴로 시작된 이야기는, 완벽한 엄마라는 허상이 엄마 이전의 자신을 잃게 할 뿐만 아니라, 지켜내기 위한 처절함과 절실함을 담은 또 다른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엄마는 완벽한 것이 아니라, 완전한 것이다.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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