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은 빛을 따라서
권여름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0월
평점 :
[1부 모든 것의 시작]
[줄거리]
작은 슈퍼를 운영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은세는 슈퍼 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배달 서비스의 한 축을 담당한다. 은동이는 그것이 항상 불만이었지만, 언니 은세처럼 과하게 티를 내지는 않았다. 은동이는 또래의 아이들처럼 닭장속 닭이 되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배우라는 꿈을 안고 아카데미에 등록하기 위해 돈을 모았다. 은동이 수입의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할머니였다. 은동이는 '제 이름 석자도 모르는 빙신'이라는 말로 자조를 시작하는 할머니에게 한글을 가르치며 적당한 삵을 받았다. 한글을 가르치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할머니는 결국 제 이름 석자와 제 아들 이름 석자를 쓸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할머니의 한글 실력이 늘어갈 때 마다 은동이의 배우 아카데미 학원 수강료도 차곡차곡 쌓여갔다.
[인용문]
[51p] 누군가에게는 장난전화처럼 보이겠지만, 곧 합류할 세계의 안부를 묻는 중요한 일이었다. 오늘은 한발 더 나아갈 생각이다. 나는 닭이 되고 싶지 않았다.
[56p] '괜찮아, 할 수 있어' 마음속으로 나를 다독였다. 그러다가 눈이 쏟아졌고, 그게 마치 성공의 계시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착각이든 뭐든 간에 내 안에 희망의 기운이 꽉 찬 건 분명했다. 그런 마음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
[72p] 학교가 내 세계의 전부였다면, 나느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이 안도감을 주었다.
[서평]
간절하게 소망했던 꿈이 있다. 그것은 남들처럼 한 가지의 꿈은 아니었다. 14살 땐 일본 만화를 보며 진정한 사랑을 찾는 것이 꿈이었고, 15살 땐 한적한 카페의 사장이 되는 것이 소망이었다. 그리고 16살 땐 소설가가 되고 싶었고, 17살 땐 학교의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곳에서 탈출하는 게 염원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사회의 제도에 나를 끼워 맞추는 게 버거웠다. 어릴 때 꾸던 꿈을 너무도 오랜 시간 유지한 탓일까, 남들 다 하는 적응이라는 것을 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버티고만 있었다. 그래서 적응이 필요 없는 진정한 내 삶을 사는 것이 절실했다.
자율학습이라는 이명 아래 강제적으로 동의서를 제출해야만 하는 고등학교가 이상했다. 그것에 대한 불합리함을 토로하면 되려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자유, 평화를 외치는 군중들은 많았지만 정작 주변에 그런 사람은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의 어른들은 자신들의 성향을 드러내기 바쁘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정치적 사상을 주입할 시간에, 자율학습이 아닌 강제학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인지시키는 것이 옳은 방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