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가지 건축으로 읽는 세계사 - 스톤헨지부터 우주정거장까지 역사의 랜드마크로 남은 위대한 걸작들 테마로 읽는 역사
소피 콜린스 지음, 성소희 옮김, 임석재 감수 / 현대지성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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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건축

글·사진 박진권

도서 500가지 건축으로 읽는 세계사

저자 소피 콜린스 옮김 성소희 감수 임석재

출판 현대지성



대한민국의 건축은 지리적 특성과 역사 때문에, 대부분 유실되거나, 특색이 사라졌다. 좁은 지리에 더 협소한 수도를 만들었고, 과하리만치 미시적인 왕국에선 건물이 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 들렀다가 나오는 길에 숭례문 측면에 매료되어 촬영했다. 그러나 단 두 장만 찍고 더 이상 촬영을 이어가지 않았는데, 숭례문 뒤에 있는 에티버스타워 때문이었다. 각도를 틀거나 촬영지를 변경하며 찍거나 후보정으로 어떻게든 더 아름답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내 눈에 담긴 숭례문 뒤의 타워는 흉물처럼 보였다. 특색 없이 높기만 한 빌딩 숲은 아름답지 않고, 삭막하다. 과거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동네도 지금은 고층 아파트 대단지가 형성되어 있다. 협소한 땅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신도시 개발은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수도권으로 몰리게 만든다. 차 타고 강남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다는 것으로 홍보하는 걸 보면, 강남 땅값을 잡기 위해 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말은 헛소리로 느껴진다. 실제 남부 신도시 개발 후 강남의 땅값은 다른 서울 지역보다 훨씬 높은 배율로 훌쩍 뛰었다. 상권이 죽은 세종, 천당보다 분당은 토지 개혁이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코엑스 건축에 대해 강렬하게 비판했던 윤현준 건축가도 결국 고가의 사적 요새를 짓는 것에 적극 참여했다. 아파트 높이를 다양화하고, 단지 내 시야 확보 공간을 넓히며, 지상부를 공공에 개방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던 것과 반대로, 그가 참여한 아파트는 실질적으로 한강이 보이는 완전한 사적 요새가 되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내 아파트(공원)에 무분별한 타인이 활보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것은 주민의 심리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건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게 옳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도 결국 한강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의 건축 앞날은 여전히 어둡게만 보인다. 심지어 내가 쓴 이 글 또한 해결책 없는 비판에만 머물러 있기에 생산적이지 않다. 거대한 왕국과 끊임없는 불평과 불만 그리고 차별과 특혜가 찰흙처럼 섞여 더 이상 무엇이 잘못인지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 그저 현시점의 대한민국은 미래에 어떤 역사적인 특색으로 설명될지 궁금하고, 걱정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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