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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칼 세이건이 인류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
칼 세이건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평점 :
칼 세이건 처럼 저명한 천문학자도 드물다. 최근까지 살아있었고 왕성한 대중과학운동을 펼쳤으며, 책도 아주 많이 썼다. 칼 세이건 덕분에 인지도 낮은 천문학도 보통사람들에게 조금씩 기억될 수 있었으며, 많은 어린이들이 그 처럼 아름다운 꿈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영향력 있는 과학자인 그가 마지막으로 인류에게 남기고 싶었던 유언이 무엇이었을까?
나는 이 책이 자서전 일줄 알았다. 하지만 곧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무척 어리석었다는 걸 깨달았다. 칼 세이건 같은 사람이 죽기 바로 직전까지 쓸 책이 자서전일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또, 그만큼 그가 의미심장하게 하고 싶었던 말이니 만큼 그가 늘 당부하고 싶었던 환경 오염과 조금 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인류들의 생활- 그것들로 이 책이 채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는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같은 교육시설을 다닐 때 부터 우리의 지구가 아프다는 것을, 우리가 환경을 너무 훼손시켜 놓았다는 것을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지구 온난화, 동식물의 멸종위기, 오존층 파괴는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다음 멘트을 짐작해 낼 수 있을 만큼 우리는 환경 파괴와 오염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들이 심각하다고 진정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구도 지구 온난화를 걱정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 하지 않고, 나무는 공업을 위해 베어내고, 강대국들은 교토 의정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우리 지구촌의 현 주소인 것이다.
너무 많이 환경파괴에 대해 이야기들을 들었기 때문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다만 환경을 다른 가치들보다 아래에 두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그 사이 더 많이 파괴될 것이고, 더 회복은 늦어질 것이다. 칼 세이건이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 이야기이다. 우리들이 지금 이 자리에서, 이 시점에서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것, 개개인의 이익이 아닌 조금 더 먼 시대를 바라볼 수 있는 현안을 기르는 것이 바로 중요한 점이다. 그저 늙은 과학자의 잔소리쯤으로 여기고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다른 사람들도 많이 읽어서 무언가 마음속에 그의 메세지를 담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