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 - 프랑스에세 1
미셸드 몽테뉴 지음 / 인폴리오 / 199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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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란 요즘 말로 흔히 쓰는 수필이라든지 에세이라든지, 혹은 몽테뉴의 이 작품에 상투적으로 붙이는 수상록이나 명상록이라든지 하는 말과는 그 성격이 아주 다른 말이다. 역자가 이미 말하고 있듯이 에세eassai란 12세기 라틴어 exagium(무게 달아보기)에서 말미암은 말이다. 몽테뉴는 자신의 에세를 통해 뭘 달아보려는 지에 대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뭘 달아보지 못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세상 사람들은 늘 마주 있는 것만 바라본다. 나는 내 눈길을 안으로 돌려, 처박고는, 거기서 굴린다. 저마다가 자기 앞만을 바라본다. 나는 내 속을 들여다보고 나는 나한테만 볼 일이 있어, 끊임없이 나를 살펴보며, 나를 검토하고, 나를 맛본다. 남들은 늘 딴 데로 가고 있으며, 제대로만 생각해본다면 그걸 깨닫게 될 것이다. 그들은 늘 앞으로만 가고 있어 아무도 자기 자신 속으로 내려가려들지 않으며, 나는 나 자신 속에서 뒹구는 것이다.'

몽테뉴는 자신이 글을 쓰던 시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둘레에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다.' 르네상스 시절의 호기로운 자신감은 서서히 뭉개져가고 내란의 기운이 유럽 구석구석에서 들썩거리기 시작할 때 몽테뉴는 르네상스적 성찰과 이성의 힘을 시대 속에서 점점 확인하기 힘들어졌고 아마도 거기서 그의 회의하는 정신, 즉 '확인하는 이성'이 아닌 '회의하는 이성'이 자리잡은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몽테뉴를 보고 있으면 20세기에 T.S. 엘리어트가 '무너진다 무너진다. 런던 브릿지가 무너진다.'는 주문을 떠올리게 한다.

몽테뉴의 글쓰기 태도는 프랑스 철학과 문학에 지대하고도 끈질긴 영향을 미쳐왔다. 내가 좋아하는 쟝 그르니에의 수필에서부터, 르 클레지오의 소설, 그리고 최근에 번역된 파스칼 키냐르의 [은밀한 생]까지... 자기를 곱씹고 되뇌며 삶과 사유를 음미하는 아주 사적이지만 동시에 아주 보편적인 모습들에서 나는 자주 몽테뉴의 얼굴을 만나게 된다. 그 때 마다 나는 생긋 웃으며 '몽테뉴 아저씨 안녕하세요?'하고 눈웃음을 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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