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포시용의 형태의 삶
앙리 포시용 지음, 강영주 옮김 / 학고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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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형태(forme)란 우리 의식이 부여한 형식도 아니고, 형이상학적인 기하학적 세계의 법칙에서 연원하는 것도 아니다. 포시용이 포착하고자 하는 형태란 구체적이고 다양한 세계로부터 스스로 뚫고 나오는 존재로서 (내 생각으론) 비물질적인 구체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사고를 요약해서 보자면 인간 너머의 자연도 아니고, 순수 추상(즉 수학적인) 세계의 것도 아니며, 인간의 의식이 창조한 게슈탈트적 세계도 아니다.

그는 이것을 형태(forme)라고 이름짓고 미술사를 통해 그 형태의 궤적을 쫓아 그들의 삶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이 형태는 어떤 선험적 양식이나 역사적 결정론에 의해 제어되지 않는 것으로, 그리고 인간적인 영역에서 분리되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여기서 미술작가와 형태라고 불리우는 영역 사이의 긴장관계가 설정된다. 작가는 형태 위에 군림하는 존재도 아니고, 추상적 질서에 의존해 그것을 구현하는 매신저도 아니며, 그렇다고 자신의 혼을 자연에 빼앗긴 무당도 아니다. 그는 인간과 분리되어 사는 형태의 역동적 삶과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작품을 만든다. 작가는 형태의 삶이 구현하는 일관된 총체와 대화하거나 혹은 반대로 싸우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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