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삶과 죽음
레지스 드브레 지음, 정진국 옮김 / 시각과언어 / 199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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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문자적 인간과 이미지적 인간이다. 문자적 인간은 부정의 신화 속에 산다. '부정의 신화'란 혁명적 좌파를 공격할 때 자주 쓰는 수사로써 현실 부정을 통한 유토피아 정신을 폄하해서 이르는 말이다. 문자는 드브레가 말한대로 상징이며, 상징은 '아직 없는 것'을 향한 갈구이다. 나는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고자 한다. 그것은 '이미 없는 것에 대한 갈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 끝은 역사의 시작으로 휘어져 들어간다.

맑스의 공산주의적 이상사회는 합리적 이성으로 무장한 원시공동체 사회이다. 노스텔지어적 벡터와 유토피아적 벡터는 힘의 방향이 완전히 반대지만 서로 휘어져 들어간다. 이미지적 인간은 우선 즉자적이다. 즉자적 반응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각계에 포착된 바를 어떤 검열없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가능한가? 아무런 검열없이 인식이 가능한가? 푸코가 고민한 문제였고, 그의 답은 그런 인식은 불가능하다였다. 내가 보기에 이미지적 인간 역시 하나의 신화로 보인다.

특히 요즘 예술가들이 추앙하는 영웅들은 대개가 이런 인간이다. 과도한 이데올로기 시대에 대한 또 다른 과도한 반동으로 이미지로부터 모든 담론들을 희석해내려는 시도들이 이어진다. 검소한 청교도적 전통을 지닌 미국은 선불교의 유입 속에서 미니멀리즘이란 미술장르를 탄생시킨다. 하지만 거꾸로 이 미술을 설명하려는 두터운 논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과연 어느 쪽이 승리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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