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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자들의 도시 - Blindne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
"극단적 상황에서의 인간의 이기심"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보지 않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보고 나서 던진 화두다.
하나 둘씩 눈이 멀어가고, 남편을 쫓아 눈이 먼 척 수용소행을 택하는 여주인공.
오직 자신만 볼 수 있는 이 곳에서 이 여성은 모두의 수족 노릇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 입소한 3번 방의 남자들이 총으로 위협하여 먹을 것을 움켜쥐고 수용소의 모두를 통치하기에 이른다. 처음엔 금품을 요구하고, 나중엔 여성의 몸까지 요구한다.
먹지 못하면 굶어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
자신의 부인을 딸이 어떤 수모를 겪에 될지 뻔히 알면서도 강요해선 안된다고 하지만 간다고 하는 걸 말리지 않는 남은자들의 암묵적 동의. 그래 당신들이 가야 우리가 오늘 먹을 양식을 구할 수 있단 말야. 어서가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들. 생존의 위기 앞에서 생겨나는 이기심, 개인의 희생.
이런 면에선 차라리 "쏘우"의 극단적 설정이 더 인간적이다. 적어도 거기선 생존의 기회가 나 자신에게 있으니까.
얼마 전에 읽은 김동인의 소설 " " 나오는 장면이 더해지며 소름이 끼친다.
어쨌든 결국 여성들은 스스로(?) 찾아가고, 관계 도중 한 명이 목숨을 잃고 음식을 받아온다.
모든 걸 볼 수 있는 이 주인공은 왜 이런 행동밖에 하지 못했을까.
이 여성은 진정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또 보지 못하는 사람들..
3번 방의 남자들은 자신의 추악한 인간답지 못함을 보지 못했다.
눈이 먼 사람들이 금품이 무슨 소용이며 총질이 무슨 소용일까 싶은데도, 그들은 그 와중에서도 권력자가 되고 싶어했다.
참다 못해 이 여성은 결국 3번 방의 리더를 죽이고 사람들을 데리고 수용소를 빠져 나온다. 이때의 여성은 진정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본다는 것은 이렇게 의식이 깨어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마지막에 아쉬웠던 건 눈이 멀었던 사람 중 한명이 다시 보게 되고, 다른 사람들은 그를 보면서 희망을 느끼게 되고, 이 여성은 조용히 자유를 찾았다는 안도를 하게 되는 장면이다.
그들의 수족노릇을 하던 그녀가 마치 엄마들의 모습과 오버랩 되면서 이 영화에서도 여성은 돌보는 역할뿐이군 싶은 거다. 그들에겐 이 여성이 필요한 것 뿐이다. 남편이 아주 노골적으로 말해주셨지. 당신이 없으면 옷은 누가 빨아주며 밥은 누가 챙겨주냐. 난 당신이 필요하다.
오 마이 갓! 나 같았으면 그 소리 듣는 순간 도망가고 싶었을 것 같은데 이게 사랑인지 동정인지 여주인공은 그러지 않더군.
어쨌든 너무 큰 비약일 순 있지만 동정녀 마리아가 구세주가 아닌 구세주를 잉태하는 역할에 그쳤듯이 여성이란 여기까지인가 싶어 좀 안타까웠다. 좀 더 의식의 성장이 있었으면 싶었는데..
소설로 한번 더 보고 싶은 책이고, 황당하지만 극단적인 설정을 통해 인간에 대해 탐구하는 듯한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