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와 감동이 있는 일러스트 세계 명작 동화 - 잭과 콩나무 외 8편 일러스트 세계 명작 동화
스콧 구스타프손 지음, 토마스 리 옮김 / 베이직북스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누가 썼는지는 잘 몰라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 익히 다 알고 있을 저 글귀는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1'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오래 보아야 예쁘다'라는 이 문구(나태주 시인의 책 제목이기도 하지요)는 첫인상에 휘둘리기보다는 그 존재의 진짜 아름다움을 알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걸로 생각되는데요.


   우리는 살아오며 첫인상에 휘둘리지 말고 눈앞에 있는 존재의 진정한 모습을 볼 줄 알아야 한다는, 인생의 중요한 이 진리를 주변 사람들에게서 지겹도록 들으며 자라왔습니다. 하지만 인간에겐 영혼과 더불어 물질세계에 속해 있는 이 몸뚱어리 덕분에 상대의 매혹적인 첫인상에 휘둘리지 않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제가 이 동화책의 첫인상에 그만 넋을 잃고 두 손에 쥐지 않을 수 없었던 것처럼요. 바로 <일러스트 세계 명작 동화> 시리즈를 말입니다. 이 아름다운 그림 동화책을 제가 그냥 지나칠 수 있을 리 없지요!





   스콧 구스타프손은 오랜 시간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온 명작 동화들을 엄선해서 재구성하고, 아름다운 유화 일러스트를 곁들여 <일러스트 세계 명작 동화>라는 이름으로 3권을 묶어냈습니다. '동화'하면 교훈도 교훈이지만 역시 재미가 우선 아니겠어요? 그래서 저는 그 중 <재미와 감동이 있는 일러스트 세계 명작 동화> 편을 먼저 읽어보았답니다.


   동화책을 펼쳐 그 유려하고도 독특한 그림체와 아름다운 색감을 보고 있노라니 구스타프손이 '스펙트럼 판타스틱 아트 라이브'에서 그랜드 마스터 대상을 받을만한 실력자라는 게 너무도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시골 쥐와 도시 쥐'에서 시골 쥐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던 도시 쥐 식탁 묘사의 정교함이라든가, '잠자는 공주'에서 누가 보았더라도 한눈에 반했을 들장미 공주의 미모, 혹은 '꼬마 삼바와 호랑이'에서 그 생동감 있는 삼바의 표정과 탁월한 호랑이 묘사는 동화책이 아니라 마치 한 편의 유화 작품을 한 장 한 장 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더군요. 거기다 '잭과 콩나무'는 어떻고요! 거인의 리얼한 묘사에 '잭! 얼른 달려! 더 빨리 달려!'라고 외치는 제 내면의 목소리가 들릴 정도였습니다.


   섬세하게 표현된 인물들의 표정 묘사와 각 이야기가 지닌 시대적 특성과 지역적 색깔이 반영된 소품-식기, 의상, 인테리어 등-들이 책의 완성도에 더욱 기여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완성도 높은 일러스트는 아이들이 동화를 읽을 때 더욱 몰입하게 할 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만듭니다. 제가 어린 시절에 읽었던 '사자와 쥐'라는 작품이 구스타프손의 훌륭한 이 일러스트처럼 완성도 높은 삽화가 곁들여져 있었기에 그 그림책 속 사자의 슬픈 표정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훌륭한 그림도 그림이지만 구스타프손이 재구성한 이야기도 은근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왕자는 문득문득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궁중 악사들은 백 년 전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고,

수많은 손님들의 대화는 정말 옛날식이었거든요.

하지만 젊은 부부에게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어요.


[본문 24쪽]


   위 인용은 '잠자는 공주' 편의 말미에서 나오는 부분인데요. 제가 여태까지 읽어온 '잠자는 공주'의 여러 다른 버전에선 한 번도 보지 못한 글귀랍니다. 꽤 매력적이지 않나요?


   큼지막한 책 크기에 첫인상부터 저를 사로잡았던 이 아름다운 그림 동화책은 두고두고 다시 꺼내 읽어보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괜찮은 책이었습니다. 예술적 영감이나 창조적인 감성은 텍스트보다는 이미지로부터 더 크게 자극받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둔다면, 이 그림책은 그저 단순한 동화책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책이라고 생각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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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바꾸는 52주의 기록 - 일주일에 한 번 진짜 나를 만나기 위한 수업
쉐릴 리처드슨 지음, 김현수 옮김 / 가나출판사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1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주어지는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면 삶을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긍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단다. 수업에 참여하듯 내가 지금 열심히 실행하고 있는 <내 삶을 바꾸는 52주의 기록>이란 책의 프롤로그에 나오는 내용이다. 처음 이 내용을 읽었을 땐 마치 약장수가 읊는 말처럼 느꼈었다. 그래, 모든 자기 계발서는 이렇게 서문을 열지,라며. 하지만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서 내가 프롤로그를 읽으며 했던 생각은 온전히 착각이었음을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완독했을 때, 문득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세계관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세상에는 빛과 어둠이 있고 선과 악이 있으며, 모든 것들에는 포스가 흐르고 있다. 제다이로 대변되는 라이트 사이드 포스와 시스로 대변되는 다크 사이드 포스에 빠져든 악한 존재들은 바로 이 포스라는 에너지를 다룰 수 있는 세력들이다. 명확한 것처럼 보이는 이들의 경계는 실은 여명처럼 흐릿하면서도 모호해서 어느 쪽으로 갈지는 결국 스스로가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는 선한 길을 걷다가 악으로 흐르기도 하고, 악한 길을 걷다가도 선한 편으로 넘어가는 캐릭터도 있다.



   방금 [스타워즈]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은 건 이 책에 대한 내 느낌을 강력한 비유로 말해주고 싶어서였다. 늘 밝히지만 나는 자기 계발서를 즐겨 읽지 않는다. 학생 때는 아예 읽지 않았다. 그나마 학교를 졸업한 후부터 이따금 선물로 받으면 읽을 법할까, 그마저도 읽을 때뿐이라고 대부분 느꼈기 때문에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영화 [스타워즈] 속 인물들처럼, 제아무리 좋은 자기 계발서를 손에 들고 있는들 내가 제대로 그 책을 받아들이기로 선택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진짜 좋은 자기 계발서라면 내 내면에 -지금 읽고 있는 자기 계발서를 거부하는- 악한 기운이 많더라도 나를 결국 선한 지향점으로 이끌어줄 힘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동안 읽어왔던 책들이 내게 미친 미미한 영향을 지켜보며, 그래서 더더욱 자기 계발서라는 장르가 소용없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기 계발서 분야를 조금씩 조금씩 읽어나가곤 했던 건, 어딘가에 존재할 '나를 이끌어 줄 빛'과 같은 자기 계발서가 있을 거라는 희망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에서 영화 마지막까지 '핀'이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희망은 헛되지 않았나 보다. 어수선한 내 삶을 어디서부터 뜯어고쳐야 할지를 몰라 방황하던 중 드디어 이 책을 만났으니까.

   이 책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괜찮은 책이었다. 첫 장부터 끝까지 한 번 주욱 훑어본 뒤, 현재 2주차 과제를 진행하고 있는 중임에도 이렇게 확신할 수 있는 내가 스스로 놀랍게 느껴질 만큼 말이다. 발간된 지 무려 18년이 된 이 책이 오랜 시간 미국 장기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었던 것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음을 몸소 알게 되어 짜릿할 정도였다.



   이 책의 저자 셰릴 리처드슨은 52주차로 나누어 놓은 이 라이프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을 순서대로 시도하든 아무 데나 펼쳐서 진행하든 마음 가는대로 펼쳐서 진행해도 상관없다지만, 일독을 해 본 나로서는 일단 5주차까지는 순서대로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1주차 과제에서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2주차에서 내면의 목표를 잡고, 3주차에서 내면의 자아를 찾는 방법을 모색 한 뒤, 4주차에서 그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아침 일기 쓰기를 배워 자아를 찾아가며, 5주차에서 나만의 우선순위 리스트를 만들어 목표에 대한 심지가 흔들릴 때마다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제대로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1주차 다음에 바로 2주차를 실행하지 말고, 6주차 과정에 있는 '나를 지치게 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과제부터 시도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아무리 목표를 잡고 자아를 찾는들 지금 자신의 삶 여기저기에서 줄줄 새고 있는 에너지 구멍을 막지 않는 한, 라이프 메이크오버를 위해 한 걸음 떼는 것조차 힘들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금 내 삶에서 심적으로 지치게 하는 요소들을 제거함으로써 쓸데없이 소진되는 에너지를 막음과 동시에 매일같이 느껴왔던 불안들과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지금 나는 2주차에 이 과제부터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각 주에 주어진 과제들은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보면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그러나 소소한 이 모든 과제들을 1년 동안 내가 지향할 '목표'라는 큰 틀에다 놓고 보면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고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스트레스를 유도하는 습관을 없애 느긋한 삶을 살아가게 하거나(Week8), 신체 단련의 걸림돌을 제거함으로써 몸 가꾸기를 쉽게 만든다든지(Week13), 최적의 수면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고(Week32) 내 삶을 반짝이게 해주는 소확행을 찾아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하도록(Week42) 하는 것들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그 작디작은 티끌이 모여 태산을 이루고 말 것이다. 정말이지 옛말은 틀린 게 없다.



   나의 내적 자아가 견고해질수록 삶에 대한 의미와 목적도 굳건해지고, 삶의 의미와 목적이 명확할수록 삶의 만족도는 올라갈 것이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삶을 돌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생길 거라는 건 자명한 일.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시작한 라이프 메이크오버가 그저 자신의 행복 추구로만 끝나지 않고 한 차원 더 높게 타인과 세상을 향한 '봉사'로 물 흐르듯 연결될 수 있음은, 저자가 마지막인 52주차 과제로 '나의 모든 것 나누기'를 제시하고 있는 것만 봐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앞으로 나에겐 50주 하고도 4일이 남았다. 갈 길이 멀다. 도중에 과제를 잘 이행하지 못해 실패하더라도, 저자 말마따나 포기하지 말고 다시 궤도로 오르기만 하면 된다.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영화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속 요다의 대사처럼 그 무엇보다 가장 위대한 가르침은 바로 '실패'니까 말이다. 그러니 일단은 '먼저 자기 자신을 잘 돌보아야 한다'는 이 책의 핵심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나의 내면을, 주변을 점검하며 꾸준히 기록해 봐야겠다. 삶을 바꾸는 강력한 힘은 혜성같이 찾아온 로또 같은 대박 행운이 아니라, 매일 차곡차곡 쌓은 작은 일상들임을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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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놀기 - 스노우캣 드로잉북
스노우캣(권윤주)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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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본 순간 어렸을 적 종이 인형 위에다 기름종이, 즉 트레이싱지를 놓고 따라 그리며 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갖고 있던 종이 인형들에게 더 많은 친구들을 만들어 주기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던지. 트레이싱지를 올려놓고 열심히 따라 그린 후 예쁘게 색칠한 뒤 트레이싱지 뒷면에다 도화지를 붙여 오려낸 종이 인형들로 나는 성대한 '종이 인형 무도회' 파티를 하며 놀았다.


   소소하게 재밌었던 이런 아련한 옛 기억을 불러일으킨 책은 바로 웹툰 작가 스노우캣의 <그림놀기>다. 나보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지인이 더 좋아하는 작가이자 단순한 그림체가 매력적인 스노우캣의 드로잉북이라 망설임 없이 손에 들었다.



   <그림놀기>는 크게 두 파트로 나뉘는데, 트레이싱지에 따라 그리는 첫 파트 '따라 그리기'와 여러 미션이 있는 '응용하기' 파트가 있다.


   굳이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따라 그리기' 파트는 왼쪽 페이지의 짧은 만화를 재밌게 보며 오른쪽 페이지에다 그저 열심히 따라 그리며 놀면 된다. 나는 연필 질감으로 그리고 싶어서 드로잉용 샤프를 찾다가 끝내 찾지 못하고 색연필을 꺼내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트레이싱지에 색연필이 진하게 발색이 되지 않아서 여러 번 선을 그으며 그리느라 하나를 완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되려 발색에 온 신경을 쏟아붓느라 머릿속이 무념무상이 되는 게 왠지 마음에 들었다. 안 그래도 요즘 해야 할 일도 많고 생각도 많아서 머리를 깨끗이 비우고 싶은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색연필로 열심히 따라 그리기 파트를 해보며 불현듯 든 생각인데, 트레이싱지가 아닌 원본 그림에 컬러링을 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이 책은 트레이싱지 드로잉북임과 동시에 컬러링북으로도 활용 가능할지도? 스노우캣 작가의 블로그에도 그렇게 예시를 올려놓은 것 보니 이 책은 확실히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드로잉북인 것 같다.



   '응용하기' 파트는 따라 그리기 파트보다 분량이 조금 적지만 그 대신 즐거운 미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짧은 선 두 개로 눈썹을 그려 표정을 만들게 하고, 땀을 그려 다양한 감정 표현을 하도록 시키기도 한다. 또한 동공을 크고 넓게 그리는 '동공 부자 효과'로 놀라움 외 다양한 느낌을 만들기도 한다. 많은 미션들 중에서도 내가 무척 재밌게 한 미션은 '걱정 괴물'과 '연못'이었다. 그저 재밌게 그리기만 하면 되는 미션들이 훨씬 더 많은데 생각할 거리를 주는 저 두 미션을 가장 재밌게 했다고 말하는 걸 보니 나도 참, 요즘의 복잡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는 거려나.


   재밌게 그리며 놀 수 있는 이 책에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책 크기가 작은 데다 열심히 쫙쫙 펴도 곧바로 책이 입을 다물어 버릴 정도로 야무지게 제본을 해서 그림 그리기가 이따금 힘겹다는 점이다. 차라리 스프링 제본을 선택했다면 그리기가 훨씬 수월했을 뿐만 아니라 책 크기가 지금보다 약간 더 작아질 수 있어 휴대하기가 더 쉬웠을 거라고 본다.



   이 책으로 노는 내내 스노우캣의 단순한 그림체 덕에 마음껏 그려도 부담이 없었다. 설령 똑같이 그려지지 않아도 그것대로 멋있는 그림이 되었다. 그래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림에 자신이 없어 그리기 망설이는 사람도 재밌게 즐기며 그릴 수 있는 책이다. 작가의 말대로 그림을 잘 그려도, 혹은 못 그려도 이 책이라면 누구나 그림으로 즐겁게 놀 수 있을 거다.

   다만-

   '책 홍보 만화' 속 스노우캣처럼 달그락거리는 지하철 안에서 그림을 따라 그리고 있는 건 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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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큰 상자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48
카르멘 코랄레스 지음, 유 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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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하얀 털 장화를 신은 회색의 고양이 '레오노라'가 있습니다. 레오노라는 뭐든지 모으기를 좋아했어요. 바퀴벌레를 잡아 오고, 비둘기 깃털을 주워 오기도 하고, 색색의 털실도 잔뜩 모았답니다.


   하지만 레오노라가 가장 좋아하는 건 바로 '상자'였어요. 상자엔 뭐든지 다 담을 수가 있으니까요! 레오노라는 모아 놓은 상자가 아주 많았지만 더 많은 상자를 갖고 싶어 했어요.





어느 날, 레오노라는

세상에서 제일 큰 상자를 발견했어요.


"와! 어마어마하게 크네!"

레오노라는 상자가 무척 커서 깜짝 놀랐어요.

'이거야말로 내가 갖고 싶었던 바로 그 상자야!'


[본문 10~11쪽]



   '세상에서 제일 큰 상자'를 본 이후 레오노라는 하루 종일 그 커다란 상자 생각에만 푹 빠져있었는데요. 상자에 대해 생각만 하고 있는 것에 지친 레오노라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상자를 집에 가져오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있었네요. 그 커다란 상자를 가져오면 둘 데가 없지 뭐예요? 레오노라의 방은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으니까요.


   골똘히 고심을 하던 레오노라는 바퀴벌레들을 내보내기로 생각했어요. 그다음엔 비둘기 깃털, 털실 뭉치를 버렸고요. 그래도 방안은 여전히 꽉 차 있었어요. 그래서 결국 아끼던 상자들까지 모두 버리기로 결심했습니다.

   드디어 텅 빈 방! 레오노라는 세상에서 제일 큰 상자를 가지러 가는데요. 무사히 그 커다란 상자를 집으로 들고 올 수 있을까요?





   동화책 <세상에서 제일 큰 상자> 속 말미에서 귀여운 고양이 레오노라는 기분 좋게 마음껏 뛰어다니고 있는데요. 그런 레오노라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요즘 저의 모습과 너무 대조가 되더군요.


   요즘 매일 밤 저의 번민은 쌓여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동화책을 읽고,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 번민들이 차곡차곡 쌓인 달력의 마지막 날, 문득 그 달력을 주욱 찢어 저 멀리 던져버리고 싶다고 말입니다. 어느 날 별안간 모든 걸 다 비워낸 레오노라처럼 말이에요. 그리고 저는 평온한 마음으로 잠이 들 것입니다. 그 모든 집착, 욕심, 후회를 다 비워낸 저는 꿈속에서 홀가분해진 마음속을 훨훨 날아다니듯 마음껏 뛰어다니고 있겠지요.


    세상에서 제일 큰 상자는 바로 홀가분해진 -저의- 마음속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레오노라가 세상에서 제일 큰 상자를 진짜로 가지게 되었듯 말이죠. 비워냄의 미학, 가진 것을 버릴수록 마음속에는 값진 것으로 더 꽉 차는 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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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Future Me 다이어리
스타로고 편집기획실 엮음 / starlogo(스타로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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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엔 몰스킨 다이어리 스타워즈 에디션과 함께였는데, 올해는 다이어리에 뭔가를 계획하고 적을 새도 없이 휙 하고 다 지나가버렸다. 아마 다이어리가 있었던들 올해는 아무 소용이 없었을 게 분명하지만,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나니 뭔가 이대로는 안 되겠단 생각이 든다. 삶을 향한 전의를 불태우기 위해 다이어리를 고심하고 골랐다. 이름하여 <퓨처미(Future Me) 다이어리 2018>, 작심삼년! 그래. 여자고 남자고 애고 어른이고 꿈은 크고 원대하게 가지랬다. 작심삼일이 뭐냐, 작심 3년은 돼 줘야지!


   이 다이어리는 책이라고 말해도 될 만큼 곳곳에 텍스트가 깨알같이 가득 차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단행본 4권 정도의 내용이 이 <퓨처미 다이어리 2018> 속에 들어 있는 게 아닌가.



   내년 2018년 1월부터 2월까지는 2018년 3월~2021년 2월까지와는 다르게 한 페이지가 오롯이 하루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페이지 상단마다 '뜻을 세우는 고사성어 118'이라고 하여 무려 총 118개의 고사성어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페이지 하단에는 '나를 찾아 떠나는 3분 여행'이라는 이름 아래 옛 성현이나 그라시안의 글들이 수록되어 있어 삶에 대한 지혜를 얻으며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그려볼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다.


   내년 1월~2월을 제외한 나머지 2018년 3월부터 2021년 2월까지에는 페이지 상단에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달콤한 레시피'라는 글이 있는데 직장 생활에 필요한 스킬이라든지 사람들과의 관계에 필요한 심리 법칙들에 대해 깨알같이 적혀있다. 다이어리를 훑어보며 몇 개 읽어봤는데 꽤 재미있으면서도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각 페이지 하단에는 '내 안의 거인을 깨우는 긍정의 명언 필사하기!'라는 코너가 있어 명사들의 명언을 한 번씩 필사하게끔 해놓았다. 필사하기 책을 지금까지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나는 뭔가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2018년 1~2월을 제외하고는 각 페이지의 한 날짜마다 '2018-2019-2020' 이런 식으로 3년치를 한 번에 모아놓았다. 그래서 내가 재작년 이날에는 무얼 했으며 어떤 다짐을 했는지, 작년엔 같은 날 어떠했는지, 그리고 같은 날인 오늘 내가 생각했던 계획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실패했는지를 바로바로 챙겨보고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는 게 특이했다.



   나는 일기 겸 해서 쓸 수 있는 데일리 다이어리를 좋아해서 작년에 구입했던 몰스킨 다이어리 역시 데일리형이었다. 하지만 이 다이어리는 긴 일기를 매일 쓰기에는 공간이 좀 미흡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짧은 일기나 생각, 하루 동안 일어났던 일 정도는 충분히 기록할 수 있기에 역시 일기형보다는 긴 목표를 향해 가는 동안 스스로를 채찍질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플랜형 다이어리로 더 적합하다고 느껴진다. 이 다이어리의 부제가 괜히 '작심삼년'이 아니었던 셈. 그런 목적으로 이 다이어리를 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일 거라 본다. 초심이 흐트러질 때마다 성현들에게 한 말씀 듣고(라고 쓰고 '야단 맞고'라고 읽는다), 명언을 필사하다 보면 게으른 '어른이'조차 매일 조금씩이라도 변화하게 될 테니까.


   다이어리 띠지에 적힌 약장수 스멜이 물씬 나는 '미라클'이라는 단어를 그저 믿어보고픈 마음이 드는 건 왜인지. 그만큼 이 땅에서 발 디디며 살기 힘들다는 반증이려나. 고달픈 삶 속에 희망을 주는 건 역시 불확실하고 미스터리 한 것들이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나, 신기루처럼 잡기 힘든 '꿈', 모호하고 불확실한 개념인 '사랑'과 같은 것들 말이다. 이 다이어리와 함께 3년 플랜을 매일같이 살피며 미래지향적으로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일기장은 역시 따로 사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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