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원래 좀 유치한 거야!
땃꾸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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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원래 좀 유치한 거야!』― 가장 편안한 사람 앞에서만 드러나는 우리의 진짜 모습 

✍🏻 저자 : 땃꾸

🏢 출판사 : 모티브


🎯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왜 자꾸 유치해지는 걸까. 평소에는 하지 않을 장난을 치고, 사소한 일에 투정을 부리면서도 그런 모습이 이상하게 자연스럽다. 『사랑은 원래 좀 유치한 거야!』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저 귀여운 연애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유치하다는 말이 사랑과 만나니 조금 다르게 들린다. 인스타툰 작가 땃꾸가 남자친구와의 평범한 일상을 어떻게 담아냈을지도 궁금했다. 어른스러운 사랑과 유치한 사랑은 정말 서로 다른 것일까.



❤️ “그런데 이상하게도 끝에는 둘 다 숨 넘어가게 웃고 있더라.”

장난을 걸었다가 오히려 더 많이 당하고, 억울해서 복수를 시도하지만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두 사람 모두 웃고 있다. 나는 그 웃음이 조금 부러웠다. 누구와도 이렇게 장난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상대가 어디까지 받아줄지 알고, 조금 우스운 모습을 보여도 민망하지 않은 사이. 물론 장난에는 서로의 경계를 살피는 배려도 필요하다. 이 장면의 즐거움은 누가 이겼느냐보다 둘 다 웃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 “이 사람이 내게 당연한 존재가 되지 않도록, 계속 좋아하고 소중히 아껴줘야지.”

5년을 함께한 연인에게 익숙함은 자연스러운 변화일 것이다. 처음처럼 모든 순간이 설레지는 않더라도 서로를 더 잘 알게 되는 시간이 쌓인다. 그런데 나는 익숙함이 때로 무심함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편하다는 이유로 고마운 일을 지나치고, 늘 곁에 있다는 이유로 애정 표현을 미루기도 하니까. 사랑을 오래 한다는 것과 잘 지켜간다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다.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조심해야 할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이 장면에서 발견한다.




❤️ “서로 다른 하루를 보내던 우리가 이제 같은 하루를 나누게 되었다.”

짐이 쌓인 빈방에 나란히 누워 웃는 두 사람. 아직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집인데도 그 장면에는 묘한 충만함이 있다. 나는 함께 산다는 것이 단순히 같은 공간에 머무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자 보내던 하루에 서로의 자리가 생기는 변화에 더 가깝다. 퇴근 후 건네는 인사나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대화처럼 특별할 것 없는 순간들. 물론 함께하는 생활에는 조율해야 할 일도 많겠지만, 두 사람이 기대하는 내일은 그런 평범한 시간에서 시작된다.




❤️ “그런 사람이 나를 보는 순간 표정이 극적으로 바뀌어 버린다.”

평소 무뚝뚝한 사람이 연인을 마주하자 전혀 다른 표정을 짓는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좀처럼 드러내지 않던 장난기와 애교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것이다. 나는 이 모습이 단순한 반전 매력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얼굴이 있다는 건 그만큼 경계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라는 뜻 아닐까. 




📌 유치함이라는 말이 처음보다 조금 다정하게 느껴졌다. 다만 귀엽고 행복한 장면이 중심이어서 연인 사이의 갈등이나 서로 다른 마음을 조율하는 과정까지 깊이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 있다. 또 함께 기록하는 책의 성격상 혼자 읽는 감상과 둘이 완성하는 경험에는 차이가 있겠다. 그럼에도 사랑을 너무 진지하게만 대하고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주길 바란다. 서로에게 웃음거리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 그 정도의 편안함이면 충분한 날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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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인간학 2026 - 세계 자산가들의 비밀 노트
이혜정 지음 / 퍼스트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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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인간학 2026 - 세계 자산가들의 비밀 노트』- 부를 물려준다는 것, 무엇을 남기는 일일까,돈의 크기보다 그것을 지탱하는 사람과 삶의 원칙


✍🏻 저자 : 이혜정

🏢 출판사 : 퍼스트북스



🎯 『부의 인간학 2026』이라는 제목에서도 처음에는 세계 자산가들이 활용하는 특별한 투자 방식이나 성공 비결을 예상했다. 그런데 25년간 부동산과 자산관리 현장에서 일해온 이혜정 저자가 관심을 두는 것은 자산을 만드는 과정만이 아니었다. 평생 일군 재산이 다음 세대로 넘어갈 때 무엇이 함께 전달되어야 하는지, 부를 지키는 사람에게 어떤 기준이 필요한지를 다룬다고 한다. 가족법인과 해외 자산관리, AI를 활용한 투자까지 폭넓게 살펴보는 구성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거대한 자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평범한 일상과 얼마나 연결될 수 있을까. 아직은 그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돈을 남기는 일과 삶의 원칙을 전하는 일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  “시간과 주의력 그리고 신뢰야말로 돈보다 먼저 흐르는 진짜 자본이기 때문이다.”

일정표에 부의 미래가 드러난다는 말부터 다시 읽게 된다. 저자는 부를 정신·인적·사회·재정 자산으로 나누는데, 나는 그동안 돈을 벌어들이는 능력과 삶을 운영하는 태도를 별개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을 어디에 쓰고 누구와 신뢰를 쌓는지도 자산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재정적으로 풍요로워도 관계가 무너지고 삶의 방향을 잃는다면 그것을 온전한 부라고 할 수 있을까. 




💰 “가족법인은 서류가 아니라 약속이다.”

가족법인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예상했던 세금이나 지분 문제보다 가족 내부의 관계가 먼저 보인다. 설립 철학이 없고 역할과 책임이 불분명하다면 아무리 정교한 법적 구조도 갈등을 막기 어렵다. 특히 창업자가 모든 결정을 내리던 가족기업에서 다음 세대는 스스로 판단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가족헌장과 가족회의가 필요한 이유는 이해된다. 다만 문서에 원칙을 적는 것과 실제로 그 원칙을 지키는 일은 다르다. 




💰 “AI가 추천한 포트폴리오를 사람이 승인하는 것, AI가 스스로 매매를 실행하는 것 사이에는 책임의 강이 흐른다.”

AI가 자산을 분석하고 투자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 직접 실행하는 단계까지 다룬다. 저자는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투자 원칙과 최종 책임은 사람에게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는 여기서 승인이라는 행위가 과연 충분한 판단인지 의문이 생긴다. AI의 분석 근거를 이해하지 못한 채 동의한다면 책임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 싱가포르와 미국, 유럽, 중국, 중동의 자산관리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부를 지키는 방식이 각 지역의 제도와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히 중동의 국부펀드처럼 현재의 자원을 미래 세대를 위한 자본으로 전환하는 시선이 흥미롭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장기 전략을 개별 가족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나는 자산을 어디에 두느냐보다 가족이 실제로 어디에서 살아가고 어떤 책임을 나누는지가 중요하다는 설명에 더 눈길이 갔다.



📌 거대한 자산보다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시간이었다. 재산을 남기기 전에 서로 어떤 삶을 원하는지 이야기할 수 있을까. 다양한 국가의 제도와 승계 사례를 폭넓게 다룬 점은 유익하지만, 전문 독자의 시선에서는 평범한 가정이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과정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한다. 작가의 관점에서도 복잡한 제도 사이에 개인의 목소리가 더해졌다면 이야기가 한층 가까워졌을 것이다. 큰 재산이 없다는 이유로 이 책을 지나치지 않는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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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걸지 않은 자에게 세상은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는다 ㅣ 서양철학전집 하이엔드 고전 4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 클래시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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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걸지 않은 자에게 세상은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는다』- 착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과 나를 지키는 것은 같은 일일까,선의를 버리지 않으면서 현실을 바라보는 법


✍🏻 저자 : 니콜로 마키아벨리 Niccolò Machiavelli 

🏢 출판사 : 클래시카



🎯 착하게 살면 언젠가는 인정받는다는 말이 있다. 나 역시 그 말을 쉽게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양보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희생이 요구되고, 침묵하는 사람이 오히려 책임을 떠안는 현실에서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든다. 마키아벨리라는 이름에서 떠오르는 냉혹한 권력의 논리도 부담스러웠다.하지만 권력을 잃고 자신의 자리에서 밀려났던 사람이 인간의 선의와 운명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는 궁금했다. 착함을 포기하라는 이야기일까, 아니면 착함만으로 충분하다고 믿지 말라는 이야기일까.




📕 착하게 살면 언젠가 알아준다는 믿음은 듣기 좋지만, 책은 그 믿음이 현실에서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묻는다. 사보나롤라가 말로 사람들을 움직이다가 지지를 잃는 이야기를 따라가면, 옳은 말이 곧 자신을 지킬 힘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보인다. 그렇다고 착함이 곧 약함이라는 결론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 무례한 말에 바로 반응하고, 구두로 오간 내용을 기록하고, 기분 대신 합의한 규칙을 근거로 이야기하는 일이다. 이 부분은 권력을 다루는 책이 갑자기 일상의 회의실로 들어온 듯하다. 다만 모든 말에 즉시 대응해야 한다면 사람은 쉽게 지칠 것이다. 어떤 순간에 선을 긋고 어떤 순간에는 그냥 지나갈지, 그 판단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는다.




📕 마키아벨리가 용병을 경계한 까닭은 그들이 악해서가 아니라 위기의 순간에 지켜야 할 이유가 다르기 때문이다. 책은 남에게 빌린 힘에만 의지하지 말고 자신의 기반을 마련하라고 밀어붙인다. 기술과 기록, 선택할 수 있는 자리가 단호한 한마디의 무게를 바꾼다는 설명에는 현실감이 있다. 하지만 생계가 빠듯한 사람에게 '물러설 자리'를 준비하라는 요구는 쉽지 않다. 




📕 운명이 절반을 결정한다면 남은 절반은 어떻게 쓸 것인가. '모든 것을 건다'는 말이 무모한 승부보다 양보하지 않을 기준을 정하는 일에 가까워진다. 없는 숫자를 만들어 보고하지 않고, 실수를 남에게 떠넘기지 않는다는 예시는 의외로 소박하다. 나는 이 구체성이 좋다. 다만 기준을 지킨 결과가 언제나 좋은 보상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결과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내 판단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 이 책은 선의만으로 자신을 지킬 수 없다는 불편한 현실을 보여준다. 다만 정치적 생존의 논리를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하면 신뢰와 배려의 가치까지 지나치게 작아질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나는 착함과 무방비함을 구분하라는 문제의식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늘 양보하고 참는 쪽에 익숙했던 독자라면 꼭 읽어주길 바란다. 모든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지키려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기회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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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터 - 나는 AI로 인생을 바꿨다
비기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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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터 - 나는 AI로 인생을 바꿨다』- AI를 잘 쓰는 사람과 AI로 자기 일을 바꾸는 사람의 차이,질문을 바꾸는 일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


✍🏻 저자 : 비기

🏢 출판사 : 모티브



🎯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많다. 새로운 기능을 소개하거나 효율적인 프롬프트를 정리한 책도 쉽게 찾을 수도있다.AI로 인생을 바꿨다는 말은 어디까지를 의미할까. 단순히 작업 속도가 빨라졌다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뜻인지 궁금했다.

저자 비기는 특별한 기술이나 학벌 없이 여러 부업에 도전했고, 7년이 넘도록 실패를 경험했다. 그러다 AI를 만나 콘텐츠 제작과 강의, 컨설팅으로 활동을 넓혀갔다. 눈에 띄는 성과보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다르게 했는지 살펴보고 싶었다. 특히 AI를 사용한다는 것과 제대로 활용한다는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 저자가 사내 AI 경진대회에서 2등을 했다는 이야기보다 눈길이 간 것은 실패한 결과를 대하는 방식이다.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표현을 바꾸고, 맥락을 추가하며 다시 시도했다. 보통은 도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상황에서 저자는 자신의 질문을 고쳤다. 나 역시 AI가 엉뚱한 결과를 내놓을 때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따져보기보다 다시 질문하는 데 급급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수백 번의 시도가 단순한 반복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 CRAFTER는 맥락, 역할, 지시, 형식과 예시, 사고 과정, 근거, 검증과 개선이라는 일곱 요소로 구성된다. 처음에는 프롬프트를 길고 복잡하게 작성하는 공식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결혼 축하 메시지 사례를 읽으니 조금 달라졌다. 상대와의 관계나 원하는 말투를 알려주지 않고 자연스러운 문장을 기대하는 것부터 무리였던 것이다. 내가 알고 있다는 이유로 설명을 생략한 정보가 얼마나 많을까. 일곱 요소를 매번 전부 채우기보다 무엇을 빠뜨렸는지 확인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 AI로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과 그것으로 수익을 얻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 저자는 기술을 익히는 데 몰두하던 시기를 지나 누가 자신의 결과물을 필요로 하는지 묻기 시작했다. 이 부분에서는 조금 냉정해진다. 잘 만든 결과물이라도 사용할 사람이 없다면 경제적 가치를 얻기 어렵다. 그렇다고 모든 AI 활용이 수익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 구분이 중요하다고 본다. 즐기기 위한 사용과 문제를 해결해 대가를 받는 일에는 서로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 팔로워 10만 명을 넘기고 여러 수입원을 만든 저자도 자신의 일이 사라질 가능성을 걱정한다. AI가 발전할수록 지금 알려주는 활용법의 가치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이다. 성공한 뒤에도 이런 고민이 계속된다는 점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읽혔다. 기술은 빠르게 달라지고, 오늘 익힌 방법이 내일도 유효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배워야 할까. 저자는 도구보다 판단하는 눈과 시도하는 태도에 무게를 둔다. 다만 그 판단력 역시 계속 사용하고 검증해야 유지될 것이다.




📌 『크래프터』는 AI 활용법을 알려주는 동시에 한 사람이 실패를 거쳐 자기 일을 만들어가는 기록이기도 하다. 다만 저자의 성과가 인상적인 만큼, 비슷하게 시도했지만 결과를 얻지 못한 사례도 조금 더 다뤘다면 가능성과 현실의 거리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AI를 처음 접하는 사람뿐 아니라 이미 사용하면서도 활용 방향을 찾지 못한 독자가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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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의 금강경 해설 - 공(空)의 지혜로 일상을 설계하다 ㅣ 공학자의 불교 경전 해설
현오 지음 / 메이킹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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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자의 금강경 해설 - 공(空)의 지혜로 일상을 설계하다』금강경을 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붙잡지 않는 삶을 공학자의 언어로 다시 읽다

✍🏻 저자 : 현오 

🏢 출판사 : 메이킹북스



🏷️  금강경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먼저 있었다. 공(空), 무주(無住), 비상(非相) 같은 말은 뜻을 찾아 읽어도 어느 순간 다시 추상적으로 흩어진다. 그런데 공학자이면서 오랫동안 수행자의 길을 걸어온 현오는 조금 다른 길을 택한다. 즉비의 논리 구조, 사상(四相)의 시스템 오류, 마음의 캐시를 비우는 일 같은 언어로 경전을 현재의 삶 가까이 가져온다. 원문과 직역에서 시작해 용어풀이와 해설을 지나 『오늘의 수행』과 『오독 주의』까지 이어지는 구성도 눈에 들어왔다. 32분을 설명하는 데서 끝나는 책이 아니라 읽은 것을 어떻게 살아볼 것인지 계속 되묻는 책이다.




☸️ 이 책의 공학적 비유는 낯선 불교 용어를 단순히 쉽게 바꾸는 장치만은 아니었다. 즉비의 논리, 사상의 시스템 오류, 무주를 ‘캐시 비우기’로 바라보는 설명을 따라가면 공·무주·비상이 따로 외워야 할 개념이 아니라 마음이 대상을 붙잡는 과정을 살피는 구조로 보이기 시작한다. 다만 비유를 이해했다고 금강경까지 이해한 것은 아닐 것이다. 





☸️ 제4분 묘행무주분에서 무주는 예상보다 적극적인 말이었다. “무주란 멈춤이 아니라 집착 없이 자유롭게 행하는 실천입니다.” 보시하고 돕고 행동하되 ‘내가 했다’, ‘상대가 고마워해야 한다’, ‘좋은 결과가 돌아올 것이다’라는 흔적까지 계속 저장하지 않는다. 재물뿐 아니라 말과 시간, 관심과 배려도 보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을 읽으니 수행의 자리가 일상 쪽으로 움직인다.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행한 다음 그것을 자신의 공적으로 소유하지 않는 것. 말은 단순한데 생활에서는 자꾸 계산이 끼어든다.




☸️ 제14분의 “상(相)이 사라질 때 세계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집착이 사라집니다”라는 문장은 공을 허무와 구별하게 한다. 그런데 제22분에 이르면 내려놓아야 할 대상이 깨달음까지 넓어진다. ‘내가 깨달았다’는 생각마저 소유라면 수행자는 무엇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걸까. 책은 깨달음을 덧셈보다 뺄셈에 가깝게 설명한다. 여기서 쉽게 정리하고 싶지 않았다. 얻으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서 계속 수행한다는 역설은 이해했다고 표시해 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부딪쳐 볼 질문에 더 가까워 보인다.




☸️ 32분 전체를 지나 마지막 응화비진분에 이르면 책의 방향이 다시 현실로 향한다. 사람과 사건, 부처의 모습과 경전의 문자까지 나타나고 작용하지만 고정된 실체로 붙잡지는 않는다. “상을 보되 상에 갇히지 않는 눈”이라는 표현이 앞에서 읽은 무주와 무득을 한곳으로 불러온다. 제3부가 응무소주, 삼륜청정, 보살행과 관계 속 수행으로 이어지는 것도 그래서 자연스럽다. 결국 경전을 얼마나 이해했는가보다 사람을 만나고 일하고 베푸는 순간 마음이 어디에 머무는지를 보는 것. 




📌 『공학자의 금강경 해설』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어려운 경전을 쉬운 말로 번역했다는 사실보다, 이해한 내용을 일상에서 다시 시험하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공학적 비유는 분명 진입 장벽을 낮추지만 ‘캐시’나 ‘시스템’이라는 익숙한 말이 금강경의 깊이까지 모두 설명한다고 받아들이면 오히려 또 하나의 틀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래서 『오늘의 수행』과 『오독 주의』를 원문·직역과 함께 오가는 방식이 더 좋았다. 읽고 많이 아는 쪽보다 행하면서도 붙잡지 않는 쪽으로. 금강경 앞에서 자꾸 길을 잃었던 독자라면, 이 책을 정답집보다 자신의 일상을 비춰 보는 안내서처럼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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