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벚꽃
유즈키 유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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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벚꽃』- 정의는 누구를 지키고 있는가,한 사람의 죽음에서 시작된 의심, 그리고 국가라는 이름의 침묵

朽ちないサクラ 


✍🏻 저자 : 유즈키 유코 柚月 裕子 

✍🏻 옮긴이 : 김지연

🏢 출판사 : 문예춘추사



💮  유즈키 유코의 『지지 않는 벚꽃』을 따라가다 보니 범인이 누구인지보다 다른 문제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위험을 알면서도 움직이지 않았던 사람들, 조직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침묵하는 사람들. 무엇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판단이 누군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2024년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된 작품이라는 점도 흥미롭다.이 소설은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극이면서 동시에 한 사람이 조직의 질서와 충돌하는 심리극으로도 읽힌다. 




🌸 홍보과의 전화 여덟 대가 쉴 새 없이 울린다. 경찰의 잘못을 항의하는 시민들 앞에서 이즈미는 정해진 절차대로 사과한다. 하지만 시민이 원하는 것은 사과의 문장이 아니라 왜 한 사람을 지키지 못했느냐는 답이다. 나는 이 장면에서 조직의 책임이 개인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는 기묘한 상황을 본다. 이즈미 역시 사건의 전모를 알지 못한다. 




🌸 나가오카 아이리의 부모는 딸이 위험하다고 여러 차례 호소했다. 그러나 헤미는 피해자의 두려움보다 자신의 경험과 판단을 앞세운다. 특히 평소라면 진행했을 신고 절차를 그때는 진행하지 않았다는 대목이 걸린다. 경찰이 위험을 몰랐던 것이 아니다. 알고도 다르게 행동했다. 물론 모든 신고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판단의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 




🌸 이소카와와 헤미가 마주 앉은 술자리는 겉으로 평범하다. 하지만 헤미는 평소보다 빠르게 술을 마시고 사건에 관한 대화를 피한다. 이소카와는 그가 원래 시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던 경찰관이었다는 사실을 짚는다. 그렇다면 아이리의 부모에게는 왜 달랐을까. 여기서 나는 헤미를 단순히 무능한 인물로 규정하기 어려워진다. 그가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어떤 압박을 받았는지는 별도로 따져야 한다. 




🌸 도가시는 국가의 안전을 위해 때로 불가피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논리를 전부 부정하기는 어렵다. 공안 경찰의 역할 자체를 없던 것으로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즈미가 붙잡는 것은 다른 문제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안전을 정의라고 부를 수 있는가. 




📌 유즈키 유코는 사건을 좇는 긴장감 속에 경찰 조직의 논리와 개인의 양심을 겹쳐 놓는다. 다만 국가의 안보라는 거대한 문제로 이야기가 확장되면서, 처음 등장했던 피해자의 삶이 상대적으로 멀어지는 느낌도 있다. 그 거리까지 의도된 것인지는 조금 더 따져보고 싶다. 이즈미가 경찰이 되기로 한 결말 역시 모든 갈등의 해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다음이 궁금하다. 정의를 의심하면서도 제도 안에 남으려는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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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고전 수업 365 (스페셜에디션) - 매일 10분, 내공을 키우는 고전 한 문장
미리내공방 엮음 / 정민미디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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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고전 수업 365 (스페셜에디션)』- 매일 10분, 내공을 키우는 고전 한 문장,하루 한 문장, 어제의 지혜로 오늘을 읽다 


✍🏻엮은이 : 미리내공방

🏢출판사 : 정민미디어


🎯 고전은 오래전에 쓰인 글인데도 지금의 삶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그 말들이 언제나 쉽게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시대가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도 달라졌으니, 옛사람의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는지 의문이 생긴다.『1일 1페이지 고전 수업 365』는 그런 고전을 하루 한 페이지씩 만나는 책이다. 《논어》와 《맹자》를 비롯해 《명심보감》, 《채근담》, 《손자병법》, 《목민심서》 등 여러 동양고전에서 문장을 골라 366일의 읽을거리로 엮었다.처음에는 매일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고전 한 문장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그 문장을 내 삶에 적용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다를 것이다. 하루에 하나씩 읽는다는 방식이 어떤 차이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  DAY 007의 《논어》에는 '흥어시 입어례 성어악(興於詩 立於禮 成於樂)'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시에서 시작해 예로 바로 서고 음악으로 완성된다는 말이다. 처음에는 세 가지를 인생의 순서로 받아들였지만, 읽다 보니 꼭 차례대로 거쳐야 하는 단계일까 싶다. 감정이 풍부하다고 예의를 아는 것은 아니고, 예의를 잘 지킨다고 삶이 조화로운 것도 아니다. 나는 오히려 세 가지가 서로를 보완한다는 쪽에 더 눈길이 간다.





📜 DAY 106의 《맹자》에서 만나는 '피일시 차일시야(彼一時此一時也)'는 그때와 지금의 사정이 다르다는 뜻이다. 변화를 받아들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막상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오래 지켜온 원칙을 고집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쉽게 바꾸지 않는 태도를 신념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나는 그 경계가 어디인지 자꾸 따져보게 된다. 시대가 변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기준을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고칠 것인가. 





📜 DAY 254의 《명심보감》은 매사에 이기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한신이 모욕을 감수했던 일화는 그 말을 설명하는 사례다. 사람들 앞에서 굴욕을 당하고도 맞서지 않았다는 대목에서 나는 양보와 굴복의 차이를 생각한다. 당장의 싸움을 피하는 것이 언제나 현명한 선택일까. 상대의 부당함까지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한신이 훗날 자신을 모욕했던 사람에게 벼슬을 주었다는 이야기도 단순한 용서로만 읽히지 않는다. 





📜 DAY 365의 《목민심서》에는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최석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관례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말들을 사양하고, 자신이 데려왔던 망아지까지 돌려보낸다. 처음에는 청렴한 관리의 일화로 읽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거절한 것은 단순히 재물이 아니다. 받을 자격이 있다는 주변의 말까지 내려놓았다. 나는 이 부분에서 정당한 보상과 지나친 욕심의 경계가 궁금해진다. 




📌 미리내공방이 여러 고전을 한 권에 모은 방식은 접근하기 편하지만, 짧은 해설만으로 원전의 복잡한 맥락까지 이해하기는 어렵다. 특히 오늘의 가치관과 충돌하는 가르침은 조금 더 따져 읽을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책을 정답을 알려주는 지침서보다는 생각을 시작하는 책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매일 읽지 못하는 날이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고전을 처음 접하는 독자, 익숙한 판단을 다시 살펴보고 싶은 독자가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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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고전 필사 - 흔들리는 1020을 위한 100일 명문장 쓰기
푸른숲주니어 편집부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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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고전 필사』- 흔들리는 1020을 위한 100일 명문장 쓰기 , 고전의 문장을 따라 쓰며 나에게 묻는 시간 


✍🏻 저자: 푸른숲주니어 편집부

🏢 출판사: 푸른숲주니어



🎯 『나의 첫 고전 필사』는 100일 동안 고전의 문장을 읽고 직접 쓰는 구성. 처음에는 좋은 문장을 모아 놓은 필사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목차를 살펴보니 용기와 성장, 사랑, 정의, 자아라는 다섯 가지 주제가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다.문장을 옮겨 적는 일만으로 작품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그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따라가 본다.




🔖 용기라는 단어를 보면 두려움을 이겨 내는 강한 사람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이 책의 첫 장은 어둠을 뚫고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80일간의 세계 일주』와 『모비 딕』, 『죄와 벌』처럼 서로 다른 작품을 한자리에 놓으니 용기의 모습도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겁이 없어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두려운 상태에서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있고,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나중에야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 『폭풍의 언덕』에서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향한 사랑을 땅속 깊이 박힌 바위에 비유한다. 변하는 나뭇잎과 변하지 않는 바위. 처음에는 사랑의 깊이를 드러내는 표현으로 읽히지만, 곧 다른 생각이 끼어든다. 누군가를 자신의 존재와 분리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하는 것이 반드시 행복한 일일까. 『오만과 편견』이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함께 놓고 보면 사랑은 아름다운 감정인 동시에 판단을 흔드는 힘이기도 하다.




🔖 『동물 농장』의 인물은 정의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 확신을 읽는 나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한다. 정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실제로 정의로운 세상이 만들어지는 일 사이에는 꽤 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정상이라고 믿으며 살아가는지, 그 믿음은 누구에게 유리한지 살펴보게 된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기준부터 의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데미안』에는 누군가를 두려워하는 일이 자신을 지배할 힘을 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두려움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관계 속 힘의 문제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환경이나 관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사정도 있으니까. 『햄릿』의 좁은 공간과 자유로운 상상에 관한 문장까지 함께 읽으면 자아의 경계가 더욱 복잡해진다. 




📌 이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필사 이후에도 독서가 이어지도록 구성했다는 점이다. 수록 작품을 살펴보고, 나와 닮은 주인공을 찾고, 직접 명문장을 고르는 활동이 마련되어 있다. 다만 짧은 발췌문만으로는 인물의 복잡한 사정이나 작품 전체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필사가 고전 읽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고전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독자, 특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청소년들이 읽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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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문제들 - 전면 개역판
버트란드 러셀 지음, 박영태 옮김 / 이학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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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문제들』- 철학의 문제들, 당연하다고 믿었던 세계를 다시 묻다,확실한 답보다 먼저 살펴야 할 것은 내가 믿는 것의 근거다.


✍🏻 The Problems of Philosophy 

✍🏻 저자 : 버트런드 러셀 BertrandRussell 

✍🏻 옮긴이 :  박영태 

🏢 출판사 : 이학사 



🎯 철학책을 펼치기 전에는 어느 정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개념을 알아야 하고, 철학자들의 주장을 이해하려면 상당한 배경지식도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버트런드 러셀의 『철학의 문제들』 역시 1912년에 처음 출간된 고전이라는 점에서 쉽게 읽히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우리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는 사물이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모습 그대로 존재하는가. 너무 당연해서 질문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던 문제다.분석철학의 기틀을 세운 러셀이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했는지 궁금했다. 특히 2026년 전면 개역판은 번역과 각주를 정비했다고 하니, 오래된 철학적 질문들이 지금의 언어로 어떻게 읽힐지도 살펴보고 싶었다.




🔖 “우리 자신과 우리의 감각자료 외에도 우리의 지각 작용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대상들이 실제로 현존한다.”

러셀은 책상이라는 익숙한 사물에서 출발한다. 빛과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색과 모양을 살피다 보면 내가 보는 것이 사물 자체인지, 감각을 통해 나타난 모습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보이지 않는 순간 사물이 사라진다고 생각할 수도 없다. 존재한다는 믿음과 그 존재의 본성을 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나는 그동안 이 둘을 얼마나 쉽게 하나로 취급했을까. 




🔖 “그것은 바로 외부의 관찰이 아니라 반성적 사유를 통해 우리가 이 법칙의 필연적 진리를 스스로 납득하기 때문이다.”

경험은 지식의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모든 진리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러셀은 수학과 논리학의 원리를 통해 이 차이를 살핀다. 사과를 몇 번 더해보았는지와 상관없이 2 더하기 2는 4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나는 경험이 어떤 원리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는 것과 그 원리가 참인 이유를 혼동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 “철학을 과학과 구별된 탐구활동으로 만드는 철학의 본질적인 대표적 특성은 비판 정신criticism이다.”

러셀은 철학이 세계 전체를 하나의 논리적 체계로 완전히 설명할 수 있다는 기대에 신중하다. 어떤 사실을 안다고 해서 그 사실이 성립하는 모든 관계까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철학의 비판 정신은 지식을 부정하는 태도일까. 오히려 내가 무엇을 근거로 확신하는지 검토하는 일에 가깝다. 여기서 비판은 반대 의견을 찾는 행동과 구별된다. 




🔖 “그러나 무엇보다도 철학을 탐구하는 주된 이유는 철학이 관조하는 우주의 광대함을 통하여 정신도 역시 확대하게 되며, 우주와의 결합도 가능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러셀은 철학의 가치를 확정적인 해답보다 질문이 열어주는 가능성에서 찾는다. 처음에는 지식을 얻으려고 시작한 독서였는데, 여기서는 지식을 소유하려는 태도 자체를 돌아보게 된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만을 세계의 전부처럼 여기지는 않았는가. 물론 생각의 확장이 곧 올바른 판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 『철학의 문제들』은 쉬운 철학책이라는 소개와 달리 개념 사이의 관계를 따라가려면 상당한 집중이 필요하다. 특히 보편자와 선천적 인식을 다루는 부분은 초심자에게 조금 더 구체적인 연결 설명이 있었으면 싶다. 개역판의 보강된 각주가 도움이 되더라도 논증 자체의 어려움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확신이 빠르게 판단으로 이어지는 시대에 내가 아는 것과 안다고 믿는 것을 구분하는 일. 철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뿐 아니라 자신의 판단을 다시 검토하고 싶은 독자도 꼭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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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혁신의 역사
앤드루 리 지음, 김광수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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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혁신의 역사』- 천재의 이름 뒤에 가려진 혁신의 역사,우연한 발견보다 그 발견을 가능하게 한 사람들과 시간

The Shortest History of Innovation 


✍🏻 저자 : 앤드루 리 Andrew Leigh 

✍🏻 옮긴이 : 김광수 

🏢 출판사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혁신의 역사를 떠올리면 몇몇 이름이 먼저 생각난다. 뉴턴, 에디슨, 플레밍, 라이트 형제. 세상을 바꾼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뛰어난 천재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앤드루 리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혁신의 역사』는 그 익숙한 장면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본다. 최초의 발견보다 그것이 가능했던 조건을 살피고, 한 사람의 업적 뒤에 존재했던 수많은 시도와 협력의 과정을 추적한다.석기 시대의 도구부터 증기기관, 컴퓨터와 인공지능까지. 시대도 분야도 서로 다른 혁신을 하나의 흐름으로 읽을 수 있을까. 특히 기술의 발전이 언제나 인간의 삶을 개선했는지도 궁금했다.




⚙️ “재화와 사람, 아이디어의 교류는 진보의 근간을 이룬다.” 

페니실린의 발견을 한순간의 우연으로 기억하는 방식부터 다시 보게 된다. 저자가 제시한 시도와 개선, 팀, 교류라는 세 가지 원동력은 익숙한 발명 이야기를 다르게 읽게 한다. 발견한 사람의 이름은 쉽게 기억하면서 그 발견을 의약품으로 발전시킨 과정에는 얼마나 관심을 두었을까. 특히 교류가 진보의 근간이라는 설명 앞에서 혁신을 개인의 능력으로만 평가하던 시선이 조금씩 흔들린다. 




⚙️ “이처럼 같은 시대에 서로 다른 사람이 비슷한 발견을 하는 동시 발견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서도 등장한다.” 

다윈과 월리스가 비슷한 시기에 자연선택이라는 생각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발견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한다. 성냥과 사진술, 전신기의 발전 과정에서도 최초의 아이디어가 곧 완성된 기술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발견하고 다른 누군가는 불편한 부분을 고쳤다. 그렇다면 발명의 주인공을 최초의 한 사람으로 정하는 일이 얼마나 정확할까. 물론 최초의 발견이 지닌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다. 




⚙️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이라고 주장했다.” 

컴퓨터와 반도체의 발전을 따라가면서 혁신의 규모가 달라지는 지점이 보인다. 에니악의 여성 프로그래머들, 집적회로를 개발한 연구자들, 장기적인 연구를 지원한 정부 기관까지. 개인의 재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성과들이다. 특히 당장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연구에 자원을 투자한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실패를 감당할 시간과 환경이 없다면 뛰어난 아이디어도 실험 단계에서 사라질 수 있다. 




⚙️ “우리는 혁신의 혜택을 온 세상이 누릴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혁신을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달라진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 진보를 판단할 수는 없다. 자동화로 편리해진 생활의 반대편에는 일자리를 잃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공지능 역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나는 기술의 발전을 환영하는 일과 그 과정에서 밀려나는 사람을 살피는 일이 함께 가능해야 한다고 본다. 





📌 혁신의 역사를 발명품의 목록으로만 이해하기는 어려워졌다. 다만 방대한 시대와 분야를 짧게 연결하다 보니 개별 혁신이 사회에 남긴 갈등이나 복잡한 이해관계를 더 살펴보고 싶은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천재의 이름보다 그 뒤의 사람들과 조건을 보게 한다는 점에서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기술의 성과만큼 그 혜택의 방향을 궁금해하는 독자라면 꼭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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