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조작되는 것이다 ㅣ 시대철학 2
파울 요제프 괴벨스 지음 / 비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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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조작되는 것이다』- 내 생각이라고 믿었던 것들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보이는 장면에서 내 판단으로 돌아오기까지


✍🏻 저자 : 파울 요제프 괴벨스 Paul Joseph Goebbels 

🏢 출판사 : 비원



🎯 ‘남이 짠 프레임 속에서 조종당하며 죽어갈 것인가.’ 괴벨스와 나치 독일의 선동을 따라가지만, 읽기 시작하니 과거의 한 인물을 구경하는 일만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누군가 정한 말, 반복해서 듣는 판단, 다수가 동시에 보이는 반응까지. 평소에는 별 의심 없이 지나치는 것들이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온다. 아직 무엇이 내 생각이고 무엇이 들어온 생각인지 선뜻 구분되지는 않는다.




📣 권력이 먼저 손대는 곳이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보이는 장면’이라는 대목에서 무엇을 감추고 무엇을 크게 보여줄지 정하면 판단은 그 뒤를 따라간다. 처음에는 선전의 기술을 과거의 극단적인 사례로만 보고 있었는데, 장면을 고르는 일 자체가 이미 프레임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설명 앞에서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들의 바깥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보이지 않는 것은 정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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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연한 불만과 두려움에 하나의 이름이 붙는 순간, 감정은 방향을 얻는다. 책은 그 과정이 얼마나 빠르게 ‘우리’와 ‘그들’을 갈라놓는지 보여준다. 여기서 불편했던 것은 증오가 처음부터 거대한 형태로 시작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답답함을 대신 받아줄 대상 하나만 생겨도 사람은 복잡한 원인을 덜 묻게 된다. 누군가를 미워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 이름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함께 묻고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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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곳에서 같은 말이 나오면 그것이 진실이라고 사람은 자동으로 결론짓는다.” 반복을 단순한 강조가 아니라 검증의 착각으로 바꿔 놓는다. 서로 다른 사람과 매체에서 같은 말이 들리면 출처가 여러 개인 듯 느끼지만, 시작점은 하나일 수도 있다. 익숙함이 근거의 자리를 차지하는 순간이 생각보다 조용하다. 몇 번이나 들었다는 사실과 실제로 확인했다는 사실은 전혀 같은 말이 아닌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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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군중 바깥이 아니라 군중 속의 ‘나’에게 돌린다. “조종당하지 않는 자만이 자기 인생의 방향을 자기 손으로 잡는다.” 멈춤은 거창하지 않다. 내가 왜 고개를 끄덕였는지 한 번 묻는 것. 그 짧은 틈이 없으면 남의 문장이 어느새 내 판단처럼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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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강점은 괴벨스의 선동을 기괴한 과거로 밀어두지 않고, 프레임·적의 명명·반복·군중이라는 익숙한 구조로 다시 보게 한다는 데 있다. 다만 문장이 단호하고 압축적이라 역사적 맥락이나 사례의 근거를 더 확인하고 싶은 지점도 생긴다. 그래서 오히려 그대로 믿기보다 책이 요구하듯 한 번 더 의심하며 읽게 된다. 타인의 대본을 찢는다는 마지막 이미지는 결국 내 문장을 누가 쓰고 있는지 묻는 데 닿는다. 정보가 많을수록 판단도 내 것이라 믿기 쉬운 독자라면 이 책을 꼭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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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자는 가장 완벽한 노예가 된다 ㅣ 시대철학 3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 지음 / 비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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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자는 가장 완벽한 노예가 된다』- 스스로 생각하는 일을 멈춘 자리에는 무엇이 들어오는가,판단을 맡기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지배


✍🏻 저자 :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 

🏢 출판사 : 비원



🎯 제목부터 꽤 거칠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곧바로 ‘노예’라고 부르는 단정이 조금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라스푸틴이라는 이름까지 붙어 있으니 악명 높은 인물을 통해 권력과 광기를 설명하는 책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판단을 맡기는지, 그 질문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쉽게 예상되지 않았다.





🔖  지배하는 사람보다 판단을 넘겨주는 사람 쪽이었다. 누군가의 말에 따르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내 판단을 거치지 않은 채 그의 확신을 빌리는 순간이 위험해 보인다.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틀릴 책임도 잠시 피할 수 있다. 그 편안함 때문에 판단을 한 번, 두 번 맡기다 보면 어느새 내 생각보다 남의 목소리를 먼저 확인하게 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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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태자의 병 앞에서 로마노프 왕조가 붙잡은 것은 충분한 근거보다 절박함에 가까웠다. 라스푸틴이 특별해서 모든 일이 가능했다기보다, 불안에 지친 사람들이 확실한 답을 원했다. 기적은 사실인지 아닌지를 따지기 전에 믿고 싶은 사람에게 먼저 자리를 얻는다. 나 역시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정적인 말을 만나면 안심부터 하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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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 구원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그 자신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라스푸틴을 악인 한 사람의 이야기로만 밀어놓기가 어려워졌다. 혼란 속에서는 확신에 찬 목소리가 평온한 시대보다 훨씬 쉽게 힘을 얻는다. 더 불편한 것은 그 힘의 일부를 건네는 사람이 바로 구원을 원하는 쪽이라는 점이다. 누군가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믿는 순간 나는 무엇을 내려놓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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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지배자는 자기 자신을 지배하는 사람이다.” 남을 움직이는 힘이 아니라 내 불안과 욕망, 판단을 남의 손에 넘기지 않는 일이 지배라니 처음의 거친 제목도 조금 다르게 읽힌다. 그렇다고 자기 지배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흔들릴 때 누구의 답부터 찾는지 알아차리는 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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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 문장들이 때로 생각할 틈보다 먼저 결론을 건네기도 한다. 그래도 누군가의 확신을 내 판단처럼 받아들이는 일이 익숙해진 독자라면 이 책을 꼭 읽어주길 바란다. 책을 덮은 뒤에도 답보다 먼저, 나는 지금 누구의 목소리로 생각하고 있는지 묻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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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금은 내가 본다 - 손금편 ㅣ 내 운명은 내가 본다
민광욱(겸재) 지음 / 소울소사이어티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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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금은 내가 본다 - 손금편』- 손바닥의 선을 읽다가 결국 나를 들여다보게 되는 책 


✍🏻 저자 : 민광욱(겸재)

🏢 출판사 : 소울소사이어티




🎯 손금이라고 하면 먼저 미래를 맞히는 장면부터 떠올랐다. 생명선이 길면 오래 살고, 재물선이 좋으면 돈이 들어온다는 식의 이야기 말이다. 그래서 이 책도 손바닥에 그어진 몇 개의 선을 찾아 운을 확인하는 책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저자가 손금을 배우게 된 과정부터 읽다 보니 22년 동안 수많은 사람을 상담했다는 이력이 궁금해지면서도, 손바닥의 선으로 한 사람을 어디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그대로 두고 읽었다




🖐 초반에 눈길이 간 것은 ‘유년법’이었다. 손금에 나타난 선과 모양을 통해 어떤 사건뿐 아니라 그 시기까지 살펴본다는 설명이다. 생명선과 운명선에 나이를 대응시키는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손금이 단순한 선 찾기에서 시간의 흐름을 읽는 방식으로 바뀐다. 여기서 나는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미래를 미리 안다는 말은 매력적이지만 그만큼 쉽게 믿고 싶은 영역이기도 하니까. 





🖐 읽을수록 손금 하나만 떼어 보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보인다. 손과 손가락의 모양, 손바닥의 여러 구, 생명선·두뇌선·감정선과 운명선·태양선·재운선이 서로 이어진다. 특히 생명선에서 뻗은 지선도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에 따라 풀이가 달라진다는 대목이 흥미롭다. 처음에는 복잡해 보이는데 그림과 함께 확인하면 시선이 조금씩 정리된다. 내 손바닥을 펴 놓고 책의 그림과 번갈아 보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운명선의 장해선이나 점, 별·섬·사슬 같은 문양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표현이 꽤 강하다. 실패나 사고, 금전적 어려움 같은 해석을 읽으면 아무래도 자신의 손부터 확인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저자는 좋지 않은 표시를 발견한 뒤의 태도까지 이야기한다. 몸과 마음을 돌보고 주변의 조언을 받아들이며 방향을 다시 세우라는 것이다. 손금이 변할 수 있다는 전제가 여기에서 중요해진다. 그렇다면 이것은 정해진 미래를 통보받는 일이라기보다 지금의 상태를 살피는 하나의 방식일까. 





🖐 결혼선이나 직업운, 재물운으로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사람을 판단하고 싶은 유혹도 생긴다. 하지만 작은 선까지 모두 같은 무게로 해석하지 않고 굵은 주된 선과 보조선을 구별하라는 설명이 계속 제동을 건다. 타고난 사주와 손금이 좋아도 마음가짐과 행동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270여 컷의 그림과 단계적인 구성이 있어 손금 용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직접 손을 펼쳐가며 읽기 좋다. 반면 손금으로 성향이나 건강, 미래의 흐름까지 읽을 수 있다는 설명에는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여지를 두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건강이나 사고처럼 삶에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은 손금의 해석만으로 결정할 일은 아닐 것이다. 손금을 맹신하기보다 ‘내 손에는 무엇이 보일까?’라는 호기심으로 시작할 독자라면 꼭 한번 펼쳐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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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번영 - AI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8가지 조건
이관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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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번영 - AI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8가지 조건』- AI 경쟁의 속도보다 먼저 묻게 되는 것. 누가 앞서느냐보다,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는가


✍🏻 저자 : 이관후 

🏢 출판사 : 매일경제신문사




🎯 AI에 관한 책을 펼칠 때면 어느 정도 예상하는 내용이 있다. 더 커진 모델, 천문학적인 투자금,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미국과 중국의 경쟁 같은 것들. 『초번영』도 그 한복판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제프리 힌턴이 구글을 떠난 이야기부터 읽다 보니 조금 다른 방향이 보였다. AI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와 동시에, 이미 이 경쟁을 멈추기는 어렵다는 판단.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꽤 현실적이다.이관후 저자는 기술 하나를 떼어 보기보다 국가 전체의 구조를 들여다본다.  누가 더 강한 기술을 갖느냐만으로 이 경쟁을 설명할 수 있을까.




🔖 인재, 최고위 리더십과 전략, 연구 개발, 투자, 벤처 생태계, 인프라, 규범과 거버넌스, 글로벌 협력. 처음에는 여덟 항목을 국가 경쟁력의 체크리스트처럼 읽었다. 그런데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개별 점수가 아니라 연결이다. 한 기둥의 약점이 다른 강점을 무너뜨릴 수도 있고, 서로 맞물리면 선순환이 생긴다. 돈과 GPU를 얼마나 확보했느냐만 묻던 시선이 조금 좁았다는 생각이 든다. 강한 AI 국가는 결국 강한 시스템을 가진 국가에 더 가까운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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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 딥시크, 빅테크의 막대한 투자 사례가 차례로 등장하지만 내가 눈여겨본 것은 숫자 자체가 아니었다. 책은 선발 주자의 우위, 하드웨어의 우위, 개별 기술의 우위가 영원하지 않았던 역사를 꺼낸다. 결국 AI 경쟁에서도 지금 가진 것이 다음 승리를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빠르게 달리는 모습만 보다가 문득 그 속도를 떠받치는 구조를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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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반도체와 하드웨어, 빠른 실행력은 분명 책이 짚는 강점이다. 하지만 추격의 속도가 곧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힘은 아니다. 연구 문화와 인재의 흐름, 소프트웨어 투자 같은 빈틈도 함께 놓인다. 그래서 세계 3위라는 목표보다 “무엇을 향해 달려갈 것인가”라는 물음이 더 크게 보인다. 잘 따라가는 나라에서 방향까지 제시하는 나라로 옮겨가는 일은 속도만 높인다고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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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경쟁의 승자를 정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AI가 일자리와 교육, 불평등을 바꾸고 잘못 설정된 목표조차 엄청난 속도로 실행할 수 있다는 문제를 꺼낸다. 여기까지 오면 ‘초번영’이라는 제목도 조금 다르게 읽힌다. 기술 경쟁에서 이긴 국가의 번영이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힘을 확보하는 일과 그 힘을 어디에 사용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가장 강력한 기술에 명령할 수 있게 된 순간, 어쩌면 더 어려운 일은 그 명령을 정하는 쪽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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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번영』은 AI를 기술 설명에 가두지 않고 국가가 가진 여러 역량의 연결 문제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읽을 거리가 많다. 반면 국가 간 경쟁과 전략을 촘촘하게 따라가다 보면 개별 시민의 삶에서 이 거대한 변화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부분도 있다. AI를 막연한 기대나 공포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함께 읽어주길 바란다. 결국 번영이라는 말 앞에서 나는 한 가지를 더 묻게 된다. 그 번영은 누구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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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니모의 환상모험 9 (양장) - 영웅 오디세우스의 아주 특별한 모험 ㅣ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9
제로니모 스틸턴 지음, 성초림 옮김 / 사파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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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니모의 환상모험 9 - 영웅 오디세우스의 아주 특별한 모험』- 영웅은 왜 그토록 집으로 돌아가려 했을까 


✍🏻 저자 : 제로니모 스틸턴  Geronimo Stilton

✍🏻 옮긴이 : 성초림

🏢 출판사 : 사파리



🎯 오디세우스의 이름도 알고 있었고, 트로이 전쟁이나 외눈박이 거인 같은 이야기도 낯설지 않았다. 게다가 제로니모 특유의 그림과 크고 작은 글씨가 페이지마다 움직이듯 배치되어 있어 신화를 읽는다기보다 모험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자꾸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에 눈이 간다. 전쟁에서 이긴 영웅에게 왜 귀환은 또 하나의 전쟁처럼 길어져야 했을까.



🔖 처음에는 오디세우스를 ‘괴물을 물리치는 영웅’ 정도로 생각했다. 사랑과 안락함을 뒤로하고 직접 나무를 엮은 뗏목에 몸을 싣는 선택은 화려한 승리보다 귀환에 가까웠다. 포세이돈의 폭풍에 뗏목이 부서지고 낯선 해안에 쓰러져도 목적지는 바뀌지 않는다. 집으로 간다는 단순한 말이 이토록 긴 의지가 될 수 있다는 게 뜻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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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리페모스에게 자신을 ‘아무도없소’라고 소개하는 대목은 힘보다 생각이 먼저 움직이는 오디세우스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양의 배에 몸을 묶어 동굴을 빠져나오는 계략도 재미있지만, 탈출한 뒤 굳이 진짜 이름을 외치는 순간은 묘하게 걸렸다. 지혜로운 사람도 승리 앞에서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지는 걸까. 그 외침은 통쾌하면서 동시에 포세이돈의 분노로 이어질 위험을 스스로 불러들이는 장면이 영웅의 눈부신 지략이 한순간에 파멸의 씨앗으로 변하는 비극적인 전환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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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렌의 노래를 피하는 방법은 아예 듣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디세우스는 자신만은 돛대에 묶어 달라고 한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직접 듣고 싶다는 호기심 때문이다. 결국 노래에 홀려 밧줄을 풀려고 몸부림치고, 부하들은 오히려 그를 더 단단히 묶는다. 여기서는 영웅의 강한 의지만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흔들릴 가능성을 알고 미리 장치를 마련하는 판단도 용기의 일부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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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활쏘기는 앞선 모험들과 분위기가 다르다. 거지 노인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를 구혼자들은 마음껏 비웃지만 그는 서두르지 않는다. 활과 화살을 천천히 살피고, 열두 개의 반지를 단번에 꿰뚫는다. 바다와 괴물을 상대할 때의 요란함 대신 침묵이 먼저 흐르는 장면이다. 그래서 더 긴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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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고 나니 오디세우스가 완벽해서 영웅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영리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자랑하고 싶어 하고, 위험한 세이렌의 노래도 굳이 들어 보려 한다. 그런 흔들림까지 있어서 오히려 그의 긴 귀환이 가까이 느껴졌다.신화를 어렵게만 생각했던 어린 독자, 그리고 아이와 함께 “나라면 저 순간 어떻게 했을까?”를 이야기해 보고 싶은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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