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에디션 최소한의 경제용어 ㅣ MK에디션 1
매경이코노미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MK에디션 최소한의 경제용어》- 경제를 몰랐던 걸까, 경제의 언어를 몰랐던 걸까,낯선 단어 하나를 이해하자 어제 읽었던 뉴스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 저자 : 매경이코노미

🏢 출판사 : 매일경제신문사



🎯 경제 기사를 읽다가 모르는 용어 하나 때문에 문장 전체를 놓칠 때가 있다. 대충 문맥으로 넘기면서도 타깃데이트펀드, 에이전틱 AI, 제로클릭 같은 말을 정확히 설명해보라면 자신이 없다. 《최소한의 경제용어》라는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필요한 단어를 찾아보는 사전 같은 책을 예상했다. 300개나 되는 용어를 얼마나 기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외워야 할 단어의 수보다 왜 지금 이런 단어들이 생겨났는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경제용어가 시대의 변화를 기록하는 말이라면, 내가 모르고 지나친 단어 뒤에는 어떤 변화가 숨어 있을까.




📊 ‘타깃데이트펀드’를 읽으면서 상품명 뒤의 2030·2040·2050 같은 숫자를 처음부터 다시 보게 됐다. 단순한 상품 구분이 아니라 은퇴나 목돈 사용의 목표 시점을 뜻하고, 그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위험자산을 줄이는 구조였다. ‘글라이드 패스’라는 말도 비행기의 착륙 경로를 떠올리니 어렵지 않았다. 다만 같은 목표 연도라고 위험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 ‘에이전틱 커머스’에서는 AI가 추천을 넘어 상품 탐색과 비교, 결제까지 대신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이어 ‘제로클릭’을 읽으니 변화가 더 선명해졌다. 검색 결과의 링크를 누르지 않고 AI가 만든 답변만 보고 끝낸다면 편리해진 만큼 언론사와 콘텐츠 기업의 방문자와 광고 수익은 줄어들 수 있다. 처음에는 새로운 AI 용어를 배우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내가 정보를 찾고 물건을 사는 방식의 변화에 가까웠다. 





📊 ‘애크하이어’는 회사를 인수한다는 익숙한 말을 조금 낯설게 만든다. 제품이나 고객, 매출보다 창업자와 개발자 같은 핵심 인력을 얻기 위해 회사를 사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생성형 AI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회사를 통째로 인수하지 않고 인재와 기술 사용권을 확보하는 ‘역 애크하이어’까지 등장했다. 여기서는 경제용어가 단순히 현상을 붙여놓은 이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 아침 뉴스에서 보는 금리와 환율, 집값과 대출금리, 회사의 영업이익과 성과급, 퇴근 후 떠올리는 AI와 일자리 문제까지 이미 생활 곳곳에 경제의 언어가 들어와 있다. 그래서 300개를 처음부터 외우겠다는 마음으로 읽으면 오히려 이 책의 장점을 놓칠지도 모르겠다. 오늘 기사에서 이해하지 못한 단어 하나를 찾아보고 다시 기사를 읽는 방식이 더 잘 맞는다. 결국 경제가 내 삶에서 멀리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동안 그 현상을 설명하는 말을 모르고 지나쳤던 건 아닐까.




📌 처음부터 전부 외우기보다 모르는 단어가 나타날 때마다 다시 펼쳐보는 편이 이 책과 더 잘 맞을 것 같다. 경제 뉴스 앞에서 자꾸 멈추게 되는 독자라면 꼭 읽어주길 바란다. 어느 순간 어려웠던 것은 경제 자체가 아니라 경제를 설명하는 언어였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자유민주주의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대런 아세모글루 지음, 김승진 옮김 / 생각의힘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자유민주주의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 성공한 체제는 어떻게 자기 성공의 조건을 잃어버리는가 

What Happened to Liberal Democracy?: Remaking a Politics of Shared Prosperity 

✍🏻저자 : 대런 아세모글루 Daron Acemoglu 

✍🏻  옮긴이 : 김승진

🏢 출판사 : 생각의힘


🎯 포퓰리즘이나 권위주의, 정치적 양극화 같은 익숙한 문제가 먼저 떠올랐다. 그런데 대런 아세모글루가 던지는 질문은 조금 다른 곳을 향한다. 자유주의를 공격하는 세력이 왜 강해졌느냐고 묻기 전에, 자유주의가 잘 작동하던 시절 무엇을 해냈고 그중 무엇을 놓쳤는지부터 되짚는다. 공동 번영, 노동, 공동체, 표현의 자유, 자치, 기술, 전문가의 역할이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경제의 변화가 정치의 언어를 바꾸고, 기술의 방향이 노동의 위치를 바꾸며, 선의를 가지고 추진된 가치가 다른 사람에게는 통제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 자유민주주의가 처음부터 실패한 체제였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는 점이 흥미롭다. 오히려 한동안 공동 번영과 공공서비스, 정치적 목소리를 확대하는 데 실제 성과를 냈다는 데서 출발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위기는 실패한 이상 때문이 아니라 성공을 만들어냈던 조건이 무너진 뒤에도 그 변화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데서 찾아야 하는 것 아닐까.


───────── 



🔖 ‘산업적 협약’에 관한 대목에서는 민주주의와 경제가 별개의 영역처럼 나뉘지 않는다. 기업의 투자와 대량생산이 고용과 임금으로 이어지고, 노동자는 소비자이면서 노조와 공동체를 통해 정치적 목소리도 가졌다. 기술 발전의 이익이 사회 전체로 저절로 흘러간 것은 아니었다. 협상할 힘과 제도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 



🔖 차별을 줄이고 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려는 목표와, 어떤 가치가 옳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그것을 타인에게 적용하는 방식은 같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후자에서 자유주의가 자치와 토론을 잃을 위험을 본다. 특히 사회공학이 반발을 낳고, 그 반발이 다시 반대 방향의 사회공학을 강화한다는 설명이 걸렸다. 선한 목적만으로 그 과정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질문으로 남는다.


───────── 



🔖 ‘노동계층 자유주의’는 과거 산업사회로 돌아가자는 주장이라기보다 자유주의의 우선순위를 다시 배치하려는 제안에 가깝게 읽혔다. 공동체와 표현의 자유, 좋은 일자리와 공공서비스를 다시 중심에 놓고 AI 역시 사람을 대체하는 방향보다 노동자의 능력과 업무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구상이 실제 정치와 경제의 이해관계 속에서 어디까지 구현될 수 있는지는  결국 노·사·정의 대타협과 제도적 뒷받침되어야하고,단순한 당위성을 넘어 각 이해당사자의 실질적 이익을 조율하는 정치적 리더십의 시험대가 아닌지.


───────── 


📌 저자는 AI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사실만으로 노동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고 보지 않는다. 자동화로 기존 업무를 없애는 것과 노동자가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업무를 만들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기술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결국 기술을 누가 소유하느냐만큼 무엇을 위해 발전시키느냐가 중요해진다.그럼에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자는 선언보다 먼저 그것이 평범한 사람의 삶에서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지를 묻는 방식은 선명하다. 자유민주주의가 살아남을 수 있느냐보다, 사람들이 그것을 자신의 삶과 연결된 제도라고 다시 느끼게 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사이토 다카시의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 무례한 세상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니체의 말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수정 옮김 / 부키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이토 다카시의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한 발의 화살이 되어, 내 삶의 방향을 다시 묻다. 무례한 세상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니체의 말 


座右のニーチェ―突破力が身につく本 

✍🏻 저자 : 사이토 다카시

✍🏻 옮긴이 : 김수정

🏢 출판사 : 부키




🎯 니체라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의 철학은 늘 쉽게 다가가기 어려웠다. 초인, 영원회귀, 힘에의 의지 같은 말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내 일상과 연결해 생각해본 적은 많지 않았다. 사이토 다카시는 그런 니체를 ‘이해해야 할 철학자’보다 매일 꺼내 쓰는 문장으로 데려온다. 어려운 철학을 지나치게 가볍게 만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첫 장의 ‘한 발의 화살이 되어라’를 읽으면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니체를 만나게 된다.





🪶‘초인’이라는 말 때문에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읽힐 줄 알았다. 그런데 사이토 다카시가 끌어낸 니체는 조금 다르다. 중요한 것은 남보다 높이 올라가는 일이 아니라 내가 동경하는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질투와 원한을 연료로 삼으면 결국 내 삶의 중심에도 그 사람이 남는다.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이 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앞에서 자기 극복이라는 말의 방향이 선명해졌다. 지금의 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부터 더 멀리 가는 일이다.






🪶‘우연은 필연이다’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는 방식이 묘하게 뒤집힌다. 지금 이 순간은 아무렇게나 떨어진 한 점이 아니라 수많은 과거가 모여 도착한 자리이고, 동시에 다음 순간의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지나간 일을 붙잡고 후회하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 때문에 현재를 비워두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 된다. 니체의 생의 긍정은 모든 일을 좋게 생각하라는 낙관론과는 달랐다.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까지 내 삶에서 떼어내지 않는 것.





🪶니체를 머리로만 읽으면 자꾸 개념을 정리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 책은 오히려 몸으로 내려오라고 한다. 잘 웃고, 잘 먹고, 움직이고, 기뻐하고, 지금의 육체가 보내는 신호를 들어보라고. ‘춤추는 신’이나 ‘대지에 충실하라’는 표현도 그래서 철학적 수사로만 보이지 않았다. 삶을 먼 미래의 보상과 교환하지 말라는 말에 가깝다. 행복을 계속 다음으로 미루다 보면 정작 살아 있는 현재가 텅 빌 수도 있다. 니체가 말하는 긍정은 생각보다 육체적이고, 그래서 오히려 현실적이었다.





🪶‘평가는 창조다’  평가는 이미 존재하는 것을 판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저자는 무엇을 가치 있다고 볼 것인지 정하는 순간 새로운 질서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교육자인 사이토 다카시의 경험이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명확한 기준이 사람에게 목표를 보여준다는 주장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모든 가치를 선명한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생각해보고 싶어진다. 




📌 니체의 어려운 개념보다 ‘좋아, 다시 한번!’에 가깝다. 실패하지 않는 삶이 아니라 넘어지고도 다시 삶 쪽으로 몸을 돌리는 태도. 다만 니체의 복잡하고 때로 위험할 만큼 날카로운 사상이 실용적인 자기계발의 언어로 매끄럽게 번역되어있다.이 책을 니체 철학의 완성된 해설서라기보다 니체에게 들어가는 하나의 문으로 읽어 진다. 타인의 평가와 비교에 지쳐 자기 삶의 방향을 놓친 독자라면 특히 한번 읽어주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니체 초인 수업 - 당신 안의 초인을 깨워줄 차라투스트라의 질문들
강용수 지음 / 다산초당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니체 초인 수업』- 니체가 말한 초인은 왜 위가 아니라 아래로 향하는가,나를 넘어선다는 말보다, 지금의 나를 다시 묻게 하는 책


✍🏻 저자 : 강용수 

🏢 출판사 : 다산북스



🎯 ‘초인’이라는 말을 보면 먼저 강한 사람이 떠오른다. 남보다 뛰어나고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의 한계를 계속 넘어서는 사람. 강용수 저자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끌어낸 초인은 그런 이미지와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올라가기 전에 내려가야 하고, 빛을 찾기 전에 자기 그림자를 봐야 한다. 몰락, 극복, 힘에의 의지, 영원회귀, 운명애를 따라가다 보니 ‘초인이 되는 법’보다 내가 지금 무엇을 삶이라고 부르며 살고 있는지 생각 하게 된다.




🔖 초인이란 단어는 더 강해지고 더 나아져야 한다는 자기계발의 언어처럼 들렸다. 그런데 책이 붙잡는 초인은 위로 올라가는 우월한 인간이 아니라 자기 안으로 내려가는 사람에 가깝다. 빛만 좇느라 밀어냈던 그림자, 실패와 두려움까지 내 삶의 일부라면 나는 무엇을 외면하며 살아왔을까. 내가 피하고 싶었던 것까지 나라고 인정해야 한다면, 시작부터 꽤 까다로운 독서다. 





🔖 “당신은 아직 완성된 인간이 아니다”라는 문장은 묘하게 불편하다. 부족하니 더 노력하라는 말로 읽으면 익숙하지만, 책은 인간이라는 자리 자체에 안주하지 말라고 밀어붙인다. 우리 안에는 진화의 밀물과 퇴행의 썰물이 함께 있다는 설명도 그렇다.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직선적인 성장이 아니라 매일 다시 선택해야 하는 자기극복. 그렇다면 안전함은 언제부터 삶의 기준이 되었을까.





🔖 영원회귀 앞에서는 이야기가 더 거칠어진다. 좋은 순간만 다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피하고 싶은 사람과 실패, 지우고 싶은 과거까지 똑같이 되돌아온다고 상상해 보라는 것이다. 보상도 다음 생의 개선도 없다. 처음엔 지나치게 가혹한 가정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순간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견딜 수 있는가?”를 지금의 선택에 대입하자 질문의 무게가 달라진다.




🔖 정상에 올라 혼자 완성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그림자를 통과한 뒤 땅으로 내려와 삶을 긍정하고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이다. 운명애도 좋은 운명만 사랑하라는 주문이 아니었다. 바꿀 수 없는 것까지 내 삶에서 떼어내지 않는 태도에 가깝다. 초월보다 귀환이라니. 책을 따라온 뒤 처음의 ‘초인’이라는 단어가 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 저자는 니체를 오래 연구한 철학자답게 ‘초인’을 성공이나 우월함의 언어로 소비하지 않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이미지와 질문을 오늘의 삶 가까이 끌어온다. 덕분에 어려운 개념을 따라갈 발판은 충분하지만, 삶의 문제와 연결하는 과정에서 몇몇 해석은 단정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특히 자기극복이 또 다른 자기계발의 압박으로 읽히지 않도록 천천히 거리를 두고 읽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니체의 정답을 얻으려는 독자보다 지금의 삶을 다시 질문해 보고 싶은 독자가 읽어주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오십에 읽는 동의보감 - 몸, 마음, 인생을 다스리는 최고의 건강 고전 ㅣ 오십에 읽는 동양 고전
김형찬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십에 읽는 동의보감』- 내 몸이라는 작은 우주를 다시 읽는 시간,예전으로 돌아가는 대신, 지금의 몸에서 삶의 방향을 찾는다


✍🏻 저자 : 김형찬 

🏢 출판사 : 유노북스




🎯 오십이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대개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다. 전과 같은 양을 먹어도 속이 불편하고, 잠을 한번 설치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25년 동안 1만 명이 넘는 환자를 만나온 한의사 김형찬은 아픈 부위보다 먼저 그 사람에게 쌓인 시간을 본다. 허준의 『동의보감』 역시 병명이나 처방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사람의 몸을 하나의 작은 우주로 바라본다. 그렇다면 오십에 필요한 건 젊었을 때의 몸을 되찾는 일이 아니라 지금 내 몸이 어떤 질서로 움직이고 있는지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 “통하면 아프지 않고, 막히면 아프다.” 어깨가 아프다고 어깨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연결을 살피는 시선 때문이다. 음식과 호흡, 장부와 기혈, 움직임과 감정까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한 곳의 불편함을 빨리 없애는 데 익숙했던 내 눈이 잠시 다른 쪽을 본다. 지금 드러난 증상보다 그 증상이 생기기까지 몸 안에서 어떤 흐름이 달라졌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 





🔖 같은 증상을 겪는다고 같은 몸은 아니다. 『동의보감』이 묻는 “이 병은 어디서 왔는가,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그래서 흥미롭다. 체형과 안색, 움직임과 목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까지 몸 안의 상태와 떼어 놓지 않는다. 여기서 건강 정보의 함정도 보인다. 누군가에게 좋았던 음식과 운동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내게도 같은 결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몸에 좋다는 것을 계속 더하는 일보다 내 몸이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에서 힘들어하는지를 구별하는 일이 먼저일 수 있다. 




🔖 오래 보고, 오래 눕고, 오래 앉고, 오래 서고, 오래 걷는 것까지 몸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오래’라는 말에 눈이 갔다. 움직임 자체보다 한쪽에 지나치게 머무르는 상태를 경계하는 셈이다. 현대인의 하루를 떠올리면 꽤 현실적인 이야기다. 화면을 보며 몇 시간을 앉아 있고, 쉬는 시간에도 다시 다른 화면을 본다. 몸은 움직이도록 만들어졌는데 생활은 자꾸 멈추는 방향으로 간다. 움직였다면 쉬고, 쉬었다면 다시 움직이는 것. 건강이라는 게 의외로 특별한 비법보다 이런 작은 왕복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 “그 몸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남들이 좋다는 것을 따라 먹고 유행하는 건강법을 옮겨 다니다 보면 정작 내 몸의 반응은 뒤로 밀릴 수 있다. 그렇다고 자기 판단만 믿으라는 뜻도 아니다. 저자는 공부와 나를 잘 아는 주치의를 함께 이야기한다. 내 몸을 읽는 힘과 객관적으로 살펴줄 시선을 동시에 두라는 것이다. 오십 이후의 건강은 더 많은 정보를 모으는 경쟁과는 조금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 무엇을 더할지보다 무엇을 덜어낼지, 어디에 힘을 쓰고 무엇을 지킬지. 그 판단을 남에게 전부 맡기지 않는 데서 내 기준이 시작된다.




📌 내가 읽은 『오십에 읽는 동의보감』 은 오래된 처방전이라기보다 몸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에 가까웠다. 병보다 사람을 먼저 보고, 몸과 마음을 떼지 않으며, 채우는 일만큼 비우고 흐르게 하는 일을 살핀다. 오십을 앞두었거나 이미 지나면서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된 독자라면 꼭 읽어주길 바란다. 나 역시 이제 몸을 예전으로 돌려놓기보다, 지금의 몸이 보내는 말을 먼저 들어보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