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골 -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권민창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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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골 -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남이 정한 길에서 등을 돌린다는 것,

안정을 버리라는 말보다, 내 선택을 내가 책임질 수 있느냐는 질문이 먼저 들어왔다.


✍🏻 저자 : 권민창

🏢 출판사 : 모티브



🎯 처음에는 제목부터 꽤 거칠다고 느꼈다. ‘반골’, ‘야생’, ‘가축’이라는 단어가 계속 부딪쳐 와서 성공을 위해 무조건 세상과 싸우라는 이야기인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10년 군 생활을 떠나 출판사를 만들고 일본 시장까지 직접 들어간 권민창 저자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내가 예상했던 반향과는 조금 다른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이 겨누는 곳은 세상보다 내 안의 익숙한 기준에 가까게 느껴졌다.



🔖 “안정적인 것이 가장 불안정적인 것이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공격적인 문장처럼 읽혔다. 직장을 방공호가 아니라 실력을 증명할 최전선으로, 안정된 자리를 버리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그 안에서 스스로 선택할 힘까지 넘겨주고 있지는 않은지를 묻는 것 같다. 나 역시 안정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좋은 것으로만 받아들였던 건 아닐까. 편안함과 주도권은 같은 말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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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은 완벽한 준비를 기다리는 태도를 꽤 냉정하게 밀어낸다. “조준은 달리면서 한다”는 식의 사고는 계획을 세운 뒤 움직이는 데 익숙한 나를 불편하게 했다. 저자가 유튜브 채널을 지우고, 출판 현장에서 기존 방식을 깨고, 일본 시장으로 직접 들어간 과정도 결국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였다. 실패하지 않는 방법을 찾는 대신 움직이며 수정하는 쪽. 나는 그동안 신중하다는 이름으로 시작을 미룬 적이 얼마나 많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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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설픈 증명은 논란을 낳고, 압도적 증명은 전설을 만든다.” 책의 기세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남들의 걱정과 평가에 일일이 대답하지 않고 결과로 답하겠다는 태도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결과 중심적인 시선 아닌가 싶었다. 실제 삶에는 노력만으로 통제할 수 없는 조건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남을 설득하느라 힘을 소진하기보다 내가 할 일을 해내라는 뜻으로 읽으니 결이 달라진다. 누구의 인정도 없이 내 선택을 밀어본 적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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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에 마음이 간 곳은 의외로 ‘다음 방아쇠를 위한 백지화’였다. 반골은 기존 질서에 한 번 반대하고 끝나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성공시킨 방식조차 새로운 관습이 되는 순간 버릴 준비를 한다. AI 도구를 조직의 작업 방식에 끌어들이고 익숙한 성공 공식을 다시 흔드는 모습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가장 무서운 울타리는 남이 만든 규칙이 아니라 내가 성공했다는 이유로 붙들고 있는 과거일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 오니 ‘반골’이라는 말이 처음과 다르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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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등진다는 말보다 ‘내 판단으로 돌아온다’는 쪽이 더 가까이 남았다. 다만 번아웃이나 우울증 같은 상태를 언어와 실행의 문제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대목, 타인의 걱정을 집단적 방어기제로 넓게 해석하는 시선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사람의 조건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 거친 단정까지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대신 시작하지 못할 이유만 쌓고 있던 사람이라면 꼭 읽어주길 바란다. 책과 싸우듯 읽어도 좋다. 어쩌면 그 불편함에서 자기 기준 하나가 튀어나올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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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 x 오귀스트 르누아르 세계문화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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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 x 오귀스트 르누아르』- 거장의 빛 뒤에 남겨진 이름들


✍🏻 저자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 오귀스트 르누아르

✍🏻 엮은이 :  홍선기 

🏢 출판사 : 모티브


🎯 문학과 회화, 러시아와 프랑스, 거울처럼 자신을 들여다본 작가와 창문처럼 바깥의 빛을 그린 화가. 서로 멀어 보이는 두 이름 사이에 ‘사생아’라는 말이 놓이자 호기심보다 먼저 약간의 경계가 생겼다. 거장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책일까 싶었는데, 몇 장 넘기고 나니 시선은 스캔들보다 훨씬 가까운 곳,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외면했던 사람에게 머물기 시작했다. 더구나 『주인과 일꾼』과 『악마』,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따라가면서 르누아르의 유화와 편지까지 만나게 되는 구성이라니, 한 권 안에서 소설과 그림이 서로를 어떻게 비출지도 궁금했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두 거장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될지, 아니면 유명인의 어두운 이력만 확인하게 될지 아직 알 수 없었다. 


🔖 르누아르의 《화가의 가족》을 보다가 나는 이상하게 그림 오른쪽 시선이 갔다. 더 오래 보게 됐다. 햇살과 아이, 가족이라는 제목은 충분히 따뜻한데, 정작 르누아르가 그토록 많은 소녀와 가족의 행복을 그렸다는 사실이, 정작 자신의 숨겨진 딸 잔이 등장하지 않았썼던 사실, 그의 딸 잔은 어디에도 없었다 . 수백 점의 소녀를 그린 화가가 자신의 딸을 화폭 밖에 두었다는 사실. 아름다움은 때로 무엇을 감추기 위해 더 환해지는 걸까. 그 질문이 그림의 색보다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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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톨스토이의 『악마』에서 예브게니는 욕망을 끊으려다 다시 흔들리고, 끝내 자기 자신을 감당하지 못한다. 특히 “자기 안에 있는 건 못 보면서 남에게서만 광기를 보는 사람들”이라는 문장은 쉽게 넘기기 어려웠다. 인간을 그토록 집요하게 해부한 작가의 실제 삶에 티모페이라는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겹치자, 작가 쪽으로 돌아서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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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톨스토이는 삶의 의미와 죄를 끝없이 캐물었고, 르누아르는 고통 속에서도 화면에는 기쁨과 살결, 빛을 남겼다. 한 사람은 자신을 파헤쳤고 다른 한 사람은 자신을 감췄다. 그런데 두 방식 모두 가장 가까운 자식 앞에서는 완전하지 못했다. 나는 여기서 거장의 위대함과 인간의 결함을 따로 떼어 보고 싶었지만, 조금 불편하게 책은 자꾸 둘을 한 자리에 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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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4년. 서로 알지 못했던 톨스토이의 아들 티모페이와 르누아르의 딸 잔이 같은 해 세상을 떠났다는 대목에서 책의 온도가 달라진다. 아버지들의 이름은 이미 역사와 예술 속에 굳어졌는데, 두 사람의 삶은 뒤늦게 한 문장 안에서 만난다. 살아 있는 동안 충분히 불리지 못한 이름들. 나는 그 숫자를 보며 거장을 기억하는 방식에도 빠진 자리가 있었음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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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힘은 톨스토이와 르누아르를 끌어내리는 데 있지 않았다. 오히려 위대한 작품과 초라한 선택이 한 인간 안에 함께 있다는 사실을 피하지 않는 데 있었다. 다만 두 사생아의 삶 자체가 조금 더 길게 들렸다면 책의 질문이 더 깊어졌을 것 같다. 거장의 이름보다 그 곁에서 지워진 사람을 먼저 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꼭 읽어주길 바란다. 나는 마지막에 결국 내 쪽으로 돌아온 질문 하나를 남겼다. 나는 내 과오를 안고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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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지브리 - 지브리를 통해 만나는 불교의 지혜
스즈키 도시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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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지브리 - 지브리를 통해 만나는 불교의 지혜』- 지브리를 따라가다, 선 앞에 앉았다 

禅とジブリ 

✍🏻 저자 : 스즈키 도시오 (鈴木敏夫) 

✍🏻 옮긴이 : 민경욱 

🏢 출판사 : 대원씨아이



🎯 지브리의 영화를 여러 번 보면서도 그 안의 여백을 ‘선’이라는 말과 나란히 놓아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제목부터 조금 낯설었다. 스즈키 도시오가 승려들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 《모노노케 히메》나 《반딧불이의 묘》에서 내가 지나친 장면도 다시 만나게 될까 싶었다. 불교에 관한 책이라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도 있었다. 그런데 목차에는 ‘모른다’, ‘도락’, ‘죽음’, ‘지금’, ‘프로와 아마추어’ 같은 말들이 뒤섞여 있었다. 선을 배우는 책이라기보다 사람과 일, 영화를 두고 오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처럼 보였다. 



🔖 “상대가 이해해야 ‘전해진’ 겁니다.” 스즈키 도시오의 이 말에서 연락했고, 보고했고, 분명 말했으니 내 몫은 끝났다고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말은 내가 입 밖으로 꺼냈을 때 끝나는 게 아니었다. 상대에게 가 닿아야 비로소 전해진다. 영화의 캐치카피도 마찬가지였다. 짧은 말 하나를 대하는 그의 태도가 의외로 묵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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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락’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원래는 불도를 걷는 일을 즐긴다는 뜻이었다니 내가 알고 있던 말과 온도가 달랐다. 스즈키는 “온·오프를 만들지 마라”고 말한다. 여기까지는 일, 여기서부터는 사생활이라고 자꾸 나누면 오히려 피곤해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다 나잖아요!”라는 말을 읽고 조금 멈췄다. 역할마다 다른 얼굴을 꺼내느라 정작 내가 지치는 순간은 없었는지. 도락은 일을 좋아하라는 주문보다 삶을 잘게 쪼개지 않는 태도에 가까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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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선 이야기는 예상과 꽤 달랐다. 분노와 증오, 경쟁심을 무조건 없애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투구꽃이 소량이면 약이 되고 많으면 독이 되듯 그런 감정도 적당히 들어가면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될 수 있다는 대화가 이어진다. 문제는 양이었다. “분노와 증오는 스스로 조합해야 합니다.” 그래서 좌선은 비우기보다 내 안을 살피는 일처럼 다가왔다. 나는 불편한 감정을 너무 빨리 밀어내려고 했던 건 아닐까. 없애는 것과 조절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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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자키 하야오가 노나카의 얼굴을 수십 장이나 그리고도 마지막에는 스즈키의 단순한 그림이 제일 좋다고 말한 일화가 재미있다. 정확하게 그리는 능력과 사람을 웃게 하는 그림은 꼭 같은 곳에 있지 않았다. 이어지는 “잘 쓰려고 하지 않는다”는 말은 그래서 더 묘했다. 프로가 된다는 건 능숙해지는 일이지만, 그 능숙함에 자아가 달라붙는 순간 무언가 굳어버릴 수도 있다. 지브리의 그림을 이야기하다가 어느새 내 손에 들어간 힘을 보게 된다. 나는 무엇을 할 때 이렇게까지 잘하려고 애쓰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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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즈키 도시오가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 곁에서 영화를 만들며 얻은 것은 거창한 답이라기보다 사람과 일과 지금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브리를 좋아하지만 작품 해설만을 기대하지 않는 독자, 요즘 삶을 너무 단단히 붙잡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독자라면 읽어주길 바란다. 덮고 나니 답 하나보다 질문 몇 개가 남았다. 지금 나는 어디를 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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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소설이 생겼다 - 두근두근 K-문학 읽기
문화라 지음 / 바틀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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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소설이 생겼다』- 한국문학을 다시 펼쳐보게 만드는 42개의 길,무엇을 읽을지보다, 왜 다시 읽고 싶은지가 먼저 생겼다


✍🏻 저자 : 문화라

🏢 출판사 : 바틀비



🎯 한강의 노벨문학상 이후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공기가 달라졌다는 말은 이제 익숙하다. 그런데 나는 정작 무엇이 달라졌는지, 왜 세계 독자들이 한국소설에 끌리는지는 선명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읽고 싶은 소설이 생겼다』를 펼치며 내가 기대한 건 정답보다 방향이었다. 막연했던 관심이 실제 다음 독서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게 조금 궁금했다. 



🔖 ‘한국문학은 무겁고 우울하다’, ‘이야기가 비슷하다’ 같은 익숙한 선입견에 은근히 찔렸다. 익숙한 언어와 현실을 다룬다는 이유로 한국소설에 더 빠른 판단을 내려던 건 아닐까. 사회적 질문과 장르적 상상력이 함께 넓어진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한국문학을 하나의 분위기로 묶어 생각했던 내 기준이 먼저 낡아 보였다. 생각보다 그 변화는 가까운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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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실용적으로 다가온 건 42권의 작품을 독자의 숙련도와 관심에 따라 나눈 방식이었다. 『밤의 여행자들』에서는 재난과 자본의 논리가, 『아버지의 해방일지』와 『바깥은 여름』에서는 세대와 상실의 문제가 서로 다른 결로 이어진다. 작품을 ‘좋다, 어렵다’로 가르기보다 어떤 질문 앞에 서 있는지 먼저 묻게된다. 이상하게도 읽을 목록보다 읽을 이유가 먼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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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류』를 전혀 다른 작품처럼 읽혔다는 저자의 경험이 마음에 걸렸다. 문학은 같은 자리에 있어도 독자는 매번 다른 상태로 선다는 말. 나 역시 예전에 별 감흥 없이 덮은 책을 시간이 흘러 지금 다시 읽으면 다른 문장을 붙잡게 될 것 같다. 독서가 작품을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질문을 주고받는 과정이라면, 한 번의 판단으로 책을 끝내버리는 습관부터 조금 늦춰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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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의 배경이 된 거리를 직접 걷고, 작가의 인터뷰와 산문을 이어 읽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소설을 책 안에만 두지 않는 독서다. 동인천과 원미동, 인천의 대불호텔 같은 실제 공간이 작품의 장면과 겹칠 때 읽기는 작은 여행으로 바뀐다. 나도 다음에는 책을 덮는 순간을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싶어졌다. 작가가 왜 그 인물을 만들었는지 찾아보고, 같은 책을 읽은 사람의 다른 해석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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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한국문학을 ‘공부해야 할 대상’으로 내세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음 한 권으로 건너가게 한다. 다만 42권을 폭넓게 다루다 보니 어떤 작품은 비평이 깊어지려는 순간 다음 책으로 넘어가 조금 아쉽다. 한국소설을 한동안 멀리했거나 어디서 다시 시작할지 망설이는 독자라면 특히 반가울 책이다. 이미 소개된 작품을 많이 읽은 독자에겐 익숙할 수도 있다. 나는 책을 덮고 ‘무엇을 읽을까’보다 ‘지금의 나는 어떤 소설을 만나야 할까’를 먼저 묻게 된다. 이 질문을 함께 나눌 독자가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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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는 사람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
호리 모토코 지음, 이은혜 옮김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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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는 사람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싫은 사람은 그대로인데, 내 마음에서 자리를 줄이는 법


キライな人がいなくなる方法 これで毎日がラクになる! 


✍🏻 저자 : 호리 모토코 堀もとこ 

✍🏻 옮긴이 : 이은혜 

🏢 출판사 : 딥앤와이드(Deep&WIde)



🎯 누군가를 싫어하는 마음은 꽤 피곤하다. 만나지 않는 순간에도 그 사람이 했던 말을 다시 떠올리고, 혼자 대화를 복기하고, 하지 못한 말을 덧붙인다. 관계를 끊거나 상대를 무시하는 방법쯤일까. 그런데 호리 모토코가 말하는 ‘사라짐’은 전혀 다른 방향이다. 사람을 없애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내 생각을 차지하는 면적을 줄이는 것. 인정 심리사이자 인간력 향상 컨설턴트로 활동해 온 저자가 자신의 부정적인 사고를 통과하며 얻은 방법이라는 점도 읽는 동안 자꾸 눈에 들어온다.



🔖 “감정은 소중한 마음의 일부이니 절대 부정하지 마세요.” 누군가를 싫어하면 그 감정보다 그런 마음을 품은 나를 먼저 심판하곤 했으니까. 저자는 미움을 가치관과 경험의 차이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본다. 없애려 들수록 더 들여다보게 되는 마음. 그렇다면 미워한다는 사실 정도는 그냥 인정해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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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싫어진 사람에게는 이상할 만큼 확신이 빨리 하게된다. 원래 무례한 사람, 나를 무시하는 사람, 절대 변하지 않을 사람. 책은 그 단단한 판단에 “정말 그런가?”를 끼워 넣는다. 다른 가능성을 세 가지 떠올리고, 하나의 장면을 다른 틀로 바라보는 리프레이밍도 했던것 같다. 상대를 좋게 봐주자는 얘기와는 조금 다르다. 내가 만든 해석 하나를 사실처럼 움켜쥐지 않는 연습에 가깝다. 생각해 보니 나 역시 사실보다 해석 때문에 더 오래 화났던 순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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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끓어오르는 감정은 막을 수 없지만, 어떻게 반응할지는 자신에게 달려 있다.” 책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마음에 다가온 문장이다. 화가 나는 첫 순간까지 통제하려 했기에 번번이 실패했던 건 아닐까. 감정을 없애는 것과 반응을 선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욱하는 마음은 이미 와버렸으니 잠깐 두고, 말과 행동은 조금 늦게 꺼내는 것. 별것 아닌 차이 같지만 관계가 어긋나는 순간은 대개 그 짧은 틈에서 생긴다. 나는 그 틈을 얼마나 자주 건너뛰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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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가 달라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정작 내 하루가 그 사람에게 묶일 수 있다는 말에 아팠다. 저자는 날씨와 옷차림을 예로 들어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나눈다. 사람도 비슷했다. 상대의 성격과 말투까지 내가 고칠 수는 없지만, 거기에 얼마만큼 머물지 정도는 선택할 수 있다. 미움이 마음의 자리를 계속 차지하면 결국 사라지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내 시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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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싫은 사람을 용서하거나 억지로 좋아하라고 밀어붙이지 않아서 좋았다. 심호흡, 수면, 일기, 리프레이밍처럼 바로 시도할 방법도 많다.호감형 인간 되기나 습관에 관한 조언은 앞부분의 날카로운 문제의식에 비해 익숙하게 느껴졌고, 관계에는 분명 거리를 두어야만 안전한 경우도 있다. 그래도 누군가를 미워하느라 그 사람보다 내가 더 지쳐버린 독자라면 꼭 읽어주길 바란다. 사람을 지우는 책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남은 것은 내 하루를 다시 내 쪽으로 가져오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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