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척학전집 : 훔친 심리학 편 - 있어 보이는 척하기 좋은 인간 매뉴얼 세계척학전집 2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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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훔친 심리학 편  - 당신이 당신을 모르는 이유, 그리고 인간을 다루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저자 : 이클립스 

🔺출판사 : 모티브


🎯 나는 가끔 내가 내 선택을 하고 있다고 믿는 순간들을 의심하게 된다. 왜 그 사람에게 끌렸는지, 왜 그 말을 했는지, 왜 필요 없던 물건을 샀는지. 생각해 보면 그 모든 순간이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이유를 만들어낸다. 혹시 내가 알고 있다고 믿는 ‘나’라는 존재가 사실은 잘 만들어진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느낌. 



🔖 “당신은 당신을 모른다.” 우리는 정작 자신에 대해 배우지 못한 채 살아간다. 수학과 역사, 과학은 배웠지만 ‘나’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면서도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옷을 고르는 순간, 누군가에게 끌리는 순간, 어떤 말에 화가 나는 순간까지. 이 책은 그 모든 행동 뒤에 있는 ‘설명되지 않은 이유’를 드러내며,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모른 채 살아가는지를 납득하게 만든다.



🔖 우리가 타인에게 느끼는 강한 감정이 사실은 내 안의 일부일 수 있다는 설명은 불편하면서도 정확하다. 이유 없이 거슬리는 사람, 설명하기 어려운 끌림은 모두 내면에서 시작될 수 있다. 또한 아들러의 열등감 개념은 인간이 왜 끊임없이 무언가를 증명하려 하는지 설명한다. 우리는 모두 무력한 상태에서 출발했고, 그 감정이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 



🔖 우리의 선택이 얼마나 비합리적인지 드러낸다. 카너먼의 시스템 1과 2, 그리고 ‘무료’라는 단어에 반응하는 인간의 심리는 특히 현실적이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사면서도 합리적이라고 믿는 순간, 우리는 이미 감정에 의해 선택을 끝낸 상태일지도 모른다. 책은 이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며, 우리가 얼마나 쉽게 설득되고 흔들리는지를 깨닫게 만든다.



🔖 ‘나를 이해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타인을 다루는 법’으로 확장된다. 치알디니의 설득 원리, 카네기의 인간관계 기술, 고프먼의 인상 관리까지 다양한 이론이 현실적인 사례와 함께 연결된다. 특히 우리는 정보보다 ‘인상’에 더 쉽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반복해서 드러난다. 누군가를 신뢰하게 되는 이유, 설득당하는 이유, 그리고 관계에서 주도권이 결정되는 방식까지. 인간관계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심리 작용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훔친 심리학 편』은 읽는 동안 계속해서 나를 의심하게 만드는 책이다. 내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감정과 선택이 사실은 오래된 패턴과 무의식의 결과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꽤 불편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이 책의 가장 큰 가치이기도 하다. 심리학을 ‘지식’이 아니라 ‘도구’로 바라보게 만든다. 스스로를 이해하고,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한 출발점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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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을 쓰다 한국 문학 필사 3
이효석 지음 / 블랙에디션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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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 필사 03, 『이효석을 쓰다』-  읽는 문학이 천천히 멈추는 순간, 문장은 비로소 손끝에서 살아난다. 

🔺 저자 : 이효석

🔺 출판사: 블랙에디션


🎯 나는 오래전부터 이효석의 문장을 ‘읽는 문장’이라기보다 ‘풍경처럼 머무는 문장’이라고 느껴 왔다. 이효석 문학의 정점은 역시 「메밀꽃 필 무렵」이다. 교과서에서 「메밀꽃 필 무렵」을 처음 읽었을 때도 이야기가 먼저 기억나기보다 달빛 아래 메밀밭의 풍경이 더 오래 남았기 때문이다. 달빛에 젖은 메밀꽃을 “소금을 뿌린 듯하다”고 표현한 장면은 한국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감각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문장으로 자주 언급된다. 그 풍경은 어떤 속도로 내 안에 들어올까. 빠르게 읽던 문장이 손끝에서 느려지면, 그동안 놓쳤던 한국어의 결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 『이효석을 쓰다』는 단순히 작품을 읽는 책이 아니라 한국 근대 문학의 문장을 직접 손으로 옮겨 적는 경험을 중심에 둔 책이다. 이효석은 ‘소설의 산문성을 시적 경지로 끌어올린 작가’로 평가된다. 그의 문장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라기보다 언어 자체의 리듬과 감각을 드러내는 하나의 예술적 대상에 가깝다. 특히 「메밀꽃 필 무렵」의 달빛 아래 메밀밭 묘사는 한국 문학에서 가장 감각적인 장면으로 꼽히며, 자연 풍경과 인물의 감정이 하나의 서정으로 녹아든다.


🔖 많은 독자에게 이효석은 서정적인 작가로 기억되지만, 그의 초기 문학은 의외로 사회 현실과 가까운 곳에서 출발했다. 그는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동맹(KAPF)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동반자 작가’로 불리며 식민지 사회의 모순을 탐색하는 작품을 발표했다. 「도시와 유령」 같은 작품에서는 급격히 팽창하는 도시 속에서 나타나는 불안과 사회적 균열을 묘사한다. 번화해지는 도시와 그 안에서 늘어나는 ‘유령’이라는 비유는 근대 도시가 만들어낸 인간 소외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 1930년대에 들어서며 이효석의 문학 세계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사회 현실을 직접적으로 고발하던 초기 작품과 달리 그는 점차 인간의 본능과 자연의 생명력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산」에서 묘사되는 숲과 나무의 세계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의 공간처럼 그려진다. 나무의 이름을 하나씩 나열하며 자연의 질감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문장은 읽는 것만으로도 숲의 냄새와 바람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만든다.



🔖 이 작품에서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과 연결된 하나의 정서적 공간이 된다. 『이효석을 쓰다』는 바로 이런 문장을 직접 필사하게 하며 독자가 단순한 독자를 넘어 언어의 리듬을 몸으로 체험하게 만든다. 읽을 때는 지나쳤던 쉼표 하나, 문장 길이의 균형, 단어의 온도가 손을 통해 다시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 『이효석을 쓰다』는 한국 문학을 ‘읽는 문학’에서 ‘쓰는 문학’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책이다. 필사라는 방식은 문장을 소비하는 속도를 늦추고, 언어가 만들어 내는 분위기를 더 깊이 느끼게 한다. 특히 이효석처럼 문체의 아름다움이 중요한 작가에게 필사는 매우 효과적인 독서 방식이 될 수 있다. 한국어 문장의 아름다움을 가장 느린 방식으로 만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문학을 다시 천천히 읽고 싶은 사람에게, 그리고 문장의 힘을 직접 느껴 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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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에게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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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에게』 사랑의 그림자가 지나간 자리에서, 끝내 나를 바라보게 되는 기록

🔺저자: 정영욱

🔺출판사: 부크럼


🎯 나는 오랫동안 정영욱이라는 이름을 위로의 문장과 함께 기억해 왔다. 『편지할게요』로 데뷔한 뒤 매해 수필을 펴내며,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될 것이다』 같은 책으로 많은 사람의 지친 마음에 다정한 말을 건네던 작가였으니까. 그래서 『구원에게』를 펼치기 전에도 어딘가 따뜻하고 부드러운 언어를 예상했다. 그런데 그 기대가 조금씩 흔들렸다. 위로의 결을 잠시 거두고 사랑의 상처와 균열, 지나온 관계의 어두운 잔여를 담담히 기록했다는 설명 앞에서 나는 이 책이 다정함보다 더 깊고 습한 내면을 보여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오래 붙들고 있었던 장면은 ‘운명’이었다. 정영욱은 사랑을 처음부터 설계된 서사처럼 말하지 않고, 셀 수 없는 우연이 겹쳐 뒤늦게 그렇게 불리게 되는 감정으로 바라본다. 바다가 생기고 생명이 태어나듯 사람의 마음도 그 순간에는 설명되지 않은 채 되어 간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고 놓치고 다시 살아내는 일까지도, 당장 이해되지는 않지만 훗날 돌아보면 운명이라는 이름으로만 겨우 붙잡히는 것 같았다. 


🔖 사랑, 접촉, 관계를 닿음이 아니라 서로를 밀어내는 힘으로 해석하는 시선은 꽤 차갑고도 정확했다. 우리는 마주 잡고 얽히며 하나가 되었다고 믿지만, 실은 각자의 삶이 끝내 저항하고 있었다는 문장은 사랑의 본질을 낭만보다 물성에 가깝게 끌어온다. 찬란하다고 믿었던 감정이 왜 무채색으로 바래는지, 왜 함께 있는 동안보다 어긋난 뒤에야 관계의 실체를 보게 되는지 이 단락은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 인간의 본능을 방황이라고 말하는 문장은 사랑과 삶을 동시에 설명하는 듯했다. 정영욱은 오랫동안 사람의 마음과 관계를 문장으로 붙들어 온 수필가답게, 흔들림을 실패가 아니라 성장의 퇴비처럼 바라본다. 길을 잃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럼에도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태도는, 이 책 전체에 짙게 깔린 상실의 정조 속에서도 미세한 숨구멍이 된다. 다정에게로, 행복에게로, 사랑에게로 


🔖 언젠가의 일이었다, 아니 어제였을 수도 있고 오늘이나 내일일 수도 있다는 문장들은 사랑의 기억이 시간 속에서 결코 한 방향으로만 멀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 번 손을 놓은 것은 물리 법칙처럼 돌아오지 못할지라도, 기억은 전혀 다른 법칙으로 되돌아온다. 그래서 이 책은 사랑했던 사람을 회상하는 기록이면서 동시에 사랑하던 나 자신을 복원하는 산문이 된다.


📌 『구원에게』는 사랑의 가장 빛나는 순간보다 그 뒤에 남는 잔향과 균열을 오래 바라보는 책이다. 이전 작품들에서 위로의 언어를 건네던 작가가 이번에는 그 다정함을 잠시 접고, 어둡고 습한 속내를 그대로 펼쳐 보였다는 점에서 분명한 결의 변화가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를 잊는 법보다, 사랑 이후에도 스스로를 어떻게 견디고 바라볼 것인가를 묻는 산문으로 남는다. 사랑의 폐허를 지나온 사람, 혹은 아직 지나가는 중인 사람에게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문장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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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 내려놓음의 마음 공부 고요하고 단단하게
권민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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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 - 비우는 순간, 삶은 잃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 저자: 권민수

🔺 출판사: 리텍콘텐츠


🎯 요즘 나는 하루가 지나가는 속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휴대폰을 켜면 수많은 정보가 밀려오고, 해야 할 일과 관계, 기대와 비교가 한꺼번에 마음을 흔든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삶이 더 얇아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요하고 단단하게’. 어쩌면 지금 내 삶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방법이 아니라, 한 번 멈추어 바라보는 문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책에서 가장 먼저 강조되는 것은 ‘소유’에 대한 태도다. 우리는 무언가를 갖는 순간 그것을 관리하고 지키느라 더 많은 시간과 마음을 사용하게 된다. 법정 스님의 말처럼 소유는 우리가 물건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우리가 소유에게 붙잡히는 일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많이 가지는 삶보다 가볍게 살아가는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 문제의 해답을 직접 말하기보다 우리의 시선을 조금 바꾸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불행의 이유를 외부에서 찾는다. 환경, 사람,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책에서는 “모든 파도는 내 바다에서 일어난다”는 표현으로 삶의 중심을 다시 나에게 돌려놓는다. 삶의 풍랑을 외부 탓으로만 돌릴 때 우리는 상황에 붙잡히지만, 그것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순간 변화의 가능성이 생긴다


🔖 관계에 대한 이야기 역시 인상 깊다. 우리는 관계가 힘들어질 때 상대의 태도나 행동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법정 스님의 말은 관계의 중심을 ‘상대’에서 ‘나’로 옮긴다. 예를 들어 말을 줄일수록 우정이 더 깊어진다는 문장은 관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관계의 밀도는 말의 양이 아니라 마음의 태도에서 만들어진다. 



🔖 빠르게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한 문장 앞에서 멈추게 한다. 책 속 문장들은 ‘열심히 사는 방법’보다 ‘제대로 사는 감각’을 되찾게 한다. 더 빨리 가는 법이 아니라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묻는 질문을 남긴다. 그 질문이 쌓이면 삶의 속도는 조금 느려질지라도 방향은 분명해진다. 결국 고요함은 세상과 단절된 상태가 아니라 흔들리는 순간에도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는 힘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보여준다.


📌 『고요하고 단단하게, 법정의 말』은 법정 스님의 문장들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조용히 비추는 책이다. 문장들에서도 느껴지듯이 이 책은 우리에게 해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씩 정리하게 만든다. 무엇을 더 가질 것인가보다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를 묻게 하고, 경쟁과 비교 속에서 흐려진 삶의 기준을 다시 세우게 한다. 복잡한 시대 속에서 잠시 멈추어 삶을 돌아보게 하는 문장들을 남긴다. 마음이 복잡한 날, 다시 꺼내 읽게 되는 문장들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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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감각 - 고요하게 나의 세계를 확장하는
장석주 지음 / 청림출판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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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감각 -한 줄의 문장을 따라 쓰는 동안, 나는 내 안에 오래 닫혀 있던 방 하나를 천천히 열어 보게 되었다. 


🔺 저자: 장석주

🔺 출판사: 청림출판


🎯   문장을 읽는 것과 베껴 쓰는 것은 얼마나 다른 일일까, 누군가의 언어를 손끝으로 통과시킬 때 내 생각도 조금씩 달라질까, 그런 궁금증이 조용히 생겨났다. 장석주라는 이름이 가진 오랜 읽기와 쓰기의 시간도 내게는 하나의 신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펼치기 전에, 문장을 따라 쓰는 일이 정말 내 마음의 결을 바꿔 놓을 수 있을지 가만히 상상해 본다.


🔖  사랑, 기다림, 오래된 기억, 치유하는 글쓰기 같은 문장들이 감정을 격하게 흔들기보다 흐트러진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힌다. 장석주는 시인답게 문장을 설명하기보다 그 울림이 오래 머물도록 곁을 내어준다. 특히 필사를 위한 문장이라는 형식 덕분에 읽는 행위가 한 번 더 느려지고, 그 느림 속에서 나는 내 감정을 추스려 본다


🔖 소로, 헤세, 톨스토이, 나탈리 골드버그 같은 이름들이 한자리에 놓이자, 읽는 일은 곧 살아가는 방식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라는 문장 앞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멈추게 될 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필사가 기억을 위한 습관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다시 붙드는 연습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여름의 빛과 그늘, 사계절의 멋, 호미의 유려한 선처럼 사소해 보이는 풍경과 사물이 문장 안에서 새롭게 살아난다. 장석주는 출판사를 경영하고 글쓰기를 가르치며 평생 읽고 써 온 사람답게, 거창한 개념보다 생활 가까이에 있는 감각의 귀함을 놓치지 않는다. 무심히 지나친 계절과 도구와 일상이 사실은 삶을 떠받치는 중심이었다는 것을 이 장의 문장들이 조용히 가르쳐 준다. 


🔖 이 책이 필사를 단지 마음챙김의 취미로 축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카잔차키스, 카프카, 장 그르니에의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은 익숙한 자리에서 조금씩 밀려난다. 좋은 문장은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라는 카프카의 표현처럼, 문장은 사람을 편안하게만 하지 않고 더 넓은 질문 앞으로 데려간다. 그래서 이 책의 필사는 베껴 쓰는 반복이 아니라, 내 언어가 아직 닿지 못한 세계를 향해 손을 뻗는 일처럼 느껴졌다.



📌 필사란 단순히 좋은 문장을 수집하는 습관이 아니라, 내 안의 침묵을 오래 견디며 한 줄을 받아 적는 태도라는 생각이 남는다. 빠르게 읽고 빠르게 잊히는 시대에 장석주는 문장을 다시 손의 시간으로 돌려놓는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문해력이나 글쓰기 습관을 넘어, 삶의 속도를 다시 고르게 만드는 조용한 계기가 된다. 이 책은 한 줄의 문장이 사람을 얼마나 멀리 데려갈 수 있는지 다시 믿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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