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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사랑 이야기 ㅣ 망한 OO 이야기
안서인.한승민.조은혜 지음 / 온프북스 / 2026년 10월
평점 :
『망한 사랑 이야기』- 사랑은 끝났는데, 왜 이야기는 끝나지 않을까,서로 다른 세 사람이 기록한 사랑의 실패와 그 이후의 나
✍🏻 저자 : 안서인, 한승민, 조은혜
🏢 출판사 : 온프북스

🎯 사랑이 망했다는 말은 조금 이상하다. 분명 좋아했던 시간이 있었고, 서로에게 진심이었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관계가 끝났다는 이유로 그 모든 시간을 실패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망한 사랑 이야기』는 세 작가가 각자의 언어로 꺼내 놓은 이야기는 단순히 누가 누구를 떠났는지에 머물지 않는다. 사랑받으면서도 불안했던 사람, 헤어진 뒤에도 과거를 놓지 못하는 사람, 함께 있으면서 자기 시간을 잃어버린 사람이 등장한다.2026년 온프북스 첫 에세이 공모전에서 출발한 이 앤솔로지는 세 편의 단편을 통해 '사랑의 실패'라는 개념을 저마다의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읽기 전에는 세 사람이 말하는 '망한 사랑'이 얼마나 다를지, 그리고 그 안에서 서로 닮은 부분이 있을지 궁금했다.
💔 안서인의 「해피엔딩」을 읽으며 사랑을 받는 일과 그 사랑을 믿는 일이 별개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아무리 다정해도 자신을 사랑받을 만한 사람으로 여기지 못한다면 그 다정함은 오히려 불안해질 수 있다. 처음에는 상대의 확신이 부족한 문제처럼 보였지만, 읽을수록 시선이 화자 자신에게 향한다. 사랑받을 자격을 누가 증명해 줄 수 있을까. 상대의 말로 충분하지 않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 한승민의 「관계의 환상통」에서는 헤어진 뒤에도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중요했던 사람이 사라졌는데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하루를 보낸다. 나는 이 대목에서 상실이 반드시 삶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잊지 못한다는 말도 조금 다르게 읽힌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은 것인지, 그 사람과 함께했던 나를 잃고 싶지 않은 것인지. 둘은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른 문제다. 기억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

💔 조은혜의 「나는 바람을 피운 게 아니라 잠을 잤다」는 제목부터 쉽게 판단하게 만든다. 하지만 관계 안에서 누가 무엇을 감당했는지 들여다보면 처음의 판단이 단순해진다. 상대가 좋은 사람이었다는 사실과 내가 그 관계에서 지쳤다는 사실은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 그렇다고 상처받았다는 이유로 모든 선택이 정당해지는 것도 아니다. 나는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쓰는 시간과 그 사람 때문에 빼앗기는 시간의 경계가 궁금했다. 그 차이를 당사자들은 언제 알아차릴 수 있을까.

💔 세 편을 나란히 놓으니 안서인은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을, 한승민은 끝난 관계가 남긴 자리를, 조은혜는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 소모된 시간을 들여다본다. 세 사람 모두 상대를 사랑했는가라는 질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야기를 한다. 다만 실패라는 이름을 지운다고 상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 『망한 사랑 이야기』를 덮으며 세 사람의 이야기를 하나의 정답으로 묶고 싶지는 않다. 특히 관계의 잘못과 상처를 다루는 부분은 상대방의 시선까지 있었다면 판단이 더 복잡해졌을 것이다. 짧은 분량 탓에 어떤 감정은 충분히 펼쳐지기 전에 지나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사랑의 실패를 단순한 후회로 포장하지 않는 태도가 좋았다. 사랑이 끝난 뒤 자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하는 독자라면 꼭 읽어주길 바란다. 당신은 끝난 사랑을 실패라고 부르는 편인가, 아니면 한때의 삶이라고 생각하는 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