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음 리허설 - 살기 위해, 한 번 죽어 보기 ㅣ 세계척학전집 8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평점 :
『죽음 리허설』- 죽음을 생각하는 일이 오늘을 바꿀 수 있을까,끝을 미리 바라보며 다시 읽는 삶
✍🏻 저자 : 이클립스
🏢 출판사 : 모티브

🎯 죽음을 다룬 책에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언젠가 마주해야 할 일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굳이 지금 그 순간을 떠올려야 할까 싶기도 하다. 『죽음 리허설』이라는 제목도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다. 죽음은 연습할 수 없는 일인데, 무엇을 리허설한다는 걸까.
철학과 심리학, 과학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 이클립스는 이 질문을 25명의 사상가와 여러 실험, 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죽음 이후의 세계를 설명하는 책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내용을 따라갈수록 관심은 오히려 살아 있는 시간으로 옮겨 간다.
내가 사라진 뒤의 세계,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끝이 정해진 삶의 의미. 서로 다른 질문들이 결국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그렇다고 죽음을 생각하는 일이 언제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 줄지는 아직 모르겠다.

🌙 프로이트는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구경꾼으로 남는다고 보았다. 장례식장의 풍경은 그릴 수 있어도 정작 사라진 나 자신은 그릴 수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심리적 회피처럼 보였는데, 생각해 보면 상상하는 나를 지우는 일부터 불가능하다. 죽음을 안다는 말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그 간격이 드러난다. 나 역시 그 예외라고 말할 수 있을까.

🌙 크레이그는 모든 것이 사라진다면 삶의 궁극적인 의미도 사라지는지 묻는다. 포토맥강에 추락한 비행기에서 다른 사람에게 구조 기회를 양보한 남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 질문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의 선택이 영원히 기억되지 않는다고 해서 구조된 사람들의 삶까지 무의미해지는 걸까. 의미를 반드시 영원이라는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누군가를 돕고 사랑하는 일은 계속된다.

🌙 보부아르가 어머니의 죽음을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죽음에 관한 논리보다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먼저 보인다. 사랑하면서 원망했고, 독립을 원하면서도 끝내 연결되어 있었던 시간들.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단순히 한 사람이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만들어 온 세계가 끝나는 일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죽는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그 사실이 특정한 한 사람의 부재를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 아우렐리우스는 죽음을 기억하면서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 했다. 다른 사람의 평가도, 삶의 길이도 마음대로 정할 수 없지만 오늘의 판단과 행동에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 그런데 죽음을 의식한다고 모든 걱정이 작아질까. 잃을 것이 많을수록 두려움도 커지는 현실에서 그런 태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 죽음을 철학과 심리학의 여러 관점으로 풀어낸 구성은 흥미롭지만, 복잡한 사유가 짧은 사례와 실천 방법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는 조금 더 머물고 싶은 부분도 있다. 특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은 같은 방식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책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재촉하기보다 그 두려움 속에서 오늘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삶을 자꾸 미루고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