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달금전
서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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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달금전』- 조선에서 가장 질긴 여자, 채달금의 살아남는 법,강한 사람이 아니라 끝내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 저자 : 서귤

🏢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 조선 말기의 혼란과 명성황후의 호위 궁녀 선발전이라는 설정에 호랑이를 때려잡는 여걸들까지 등장한다. 그 한복판에 열여섯 살 채달금이 있다니. 역사소설의 무게와 익살스러운 모험담이 어떻게 어울릴지 궁금했다. 서귤 작가는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써왔다. 이번에는 판소리의 말맛을 빌려 조선의 격변기를 펼쳐 놓는다. 소리꾼이 바로 앞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문장과 만만치 않은 시대적 현실이 어떤 식으로 부딪칠지, 그 사이에서 달금은 어떤 인물이 될지 따라가 보고 싶었다.



🔖 “사설이 길었지만은, 요 자그마한 계집애가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인 채달금이요.”

조선 팔도의 여걸들이 저마다 무시무시한 능력을 자랑하는데 정작 주인공은 작고 부산스러운 아이다. 이 대목부터 이야기가 예상과 달라진다. 달금에게는 남들이 알아줄 만한 힘도 배경도 없다. 그런데 왜 하필 이 아이일까. 거창하게 펼쳐 놓은 영웅들의 세계에서 가장 약해 보이는 사람을 앞으로 불러내는 작가의 선택이 재미있다. 




🔖 “네가 저놈보다 뛰어난 건 유연성이다.”

달금이 고대수에게 듣는 이 말은 흔한 격려와 조금 다르다. 부족한 힘을 더 길러야 한다거나 상대처럼 싸우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달금은 훈련장에서 넘어지고 밀리면서도 자신에게 가능한 움직임을 찾아간다. 석고비와의 대결에서도 상대의 힘을 그대로 받아내지 않고 빈틈을 노린다. 그렇다고 약점이 단번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그 점이 좋았다.




🔖 “도망쳐야지.”

자기보다 크고 빠른 상대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달금의 질문에 고대수가 내놓은 대답이다. 이렇게 간단할 수가 있나 싶어 웃음이 난다. 앞에서는 살아남으려고 온갖 기술을 익히더니, 정작 감당할 수 없는 상대 앞에서는 물러나라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 보면 무모하게 맞서는 일만 용기는 아니다. 이길 수 없는 싸움까지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 




🔖 “나야 또 달라면 되지.”

감옥에서 벗어난 달금이 떠나는 길에 보여주는 태도는 처음 등장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입은 살아 있고, 앞날을 걱정하며 주저앉지도 않는다. 다만 그 말을 하는 달금이 처음의 달금과 완전히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대수와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았고, 자신도 위험 속에서 움직였다.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는 영웅이 아니라는 점도 좋다. 북악산을 넘어가는 마지막 걸음은 거창한 승리의 행진보다 어딘가 불확실한 출발에 가깝다. 그래서 더 달금답다.





📌 《채달금전》은 웃기다가도 그 웃음이 놓인 시대를 돌아보게 한다. 다만 판소리 특유의 빠른 호흡과 연이은 사건 때문에 인물의 내면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작가가 선택한 속도감의 반대편에 놓인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달금이 끝까지 완벽한 영웅이 되지 않는 점은 마음에 든다. 나는 이 이야기를 강해지는 법보다 살아갈 방법을 찾는 이야기로 읽었다. 역사소설이 무겁게 느껴졌던 독자나 조금 다른 여성 영웅을 만나고 싶은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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