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하우스
최이정 지음 / 담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드리 하우스』- 상처를 고치는 일이 아니라, 다시 살아갈 자리를 만드는 일,초록 대문 너머, 아직 버리지 못한 마음들


✍🏻 저자 : 최이정

🏢 출판사 : 담다



🎯 옷장에는 입지 않으면서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옷이 있다. 유행이 지나서도, 몸에 맞지 않게 되어서도 그대로 두는 이유는 옷감보다 그 옷에 얽힌 시간이 아까워서일지 모른다. 낡은 옷은 수선하면 다시 입을 수 있지만, 이미 떠나간 사람이나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은 어떻게 해야 할까. 최이정 작가가 평범한 일상과 관계 속에서 사람의 마음을 바라봐 왔다는 점도 궁금했다. 소설 속 바느질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지, 초록 대문 안쪽을 따라가 보고 싶었다.




🪡 부모님이 남긴 회색 양복을 입고 장례식에 가려던 홍수는 바지 길이를 고치기 위해 오드리 하우스를 찾는다.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수선 의뢰다. 오렌지색 스탠드가 깜빡이는 순간에는 조금 의아했다. 이 수선집에는 무엇이 더 있는 걸까. 아직 홍수는 아무것도 고치지 않았는데, 누군가와 웃고 있다.




🪡 상규가 가져온 누비 조끼는 단순히 낡은 옷이 아니다. 할머니가 자신을 돌보던 시간이 천 사이에 스며 있다. 오드리가 조끼의 낡은 흔적을 지우지 않는 선택도 그래서 이해가 간다.




🪡 에트르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내어주어야 한다는 말을 듣는 주연.  에트르가 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설정도 여기서는 조금 잔인하게 느껴진다. 외면한 기억을 마주하게 하던 존재가 이제는 기억 자체를 요구한다. 주연의 선택 앞에서 나는 판단을 미루게 된다.




🪡 아내 성희를 잃은 대길이 가져온 낡은 셔츠와 재킷에는 차마 꺼내지 못한 시간이 겹쳐 있다. 오드리는 옷을 수선하면서 그가 상실을 자신의 전부로 여기지 않도록 말을 건넨다.대길이 수선된 옷을 새 옷처럼 바라보는 순간, 나는 새로워진 것이 옷감만은 아니라고 읽었다.





📌 『오드리 하우스』에서 내가 가장 조심스럽게 받아들인 부분은 상처가 회복되는 속도다. 거울과 바느질을 통해 인물들이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는 전개가 때로는 현실보다 빠르게 느껴진다. 작가가 몇몇 인물의 망설임을 조금 더 길게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한 채 함께 앉아 있는 저녁의 모습은 좋았다. 누군가의 아픔을 고쳐주려 애쓰기보다 곁에 자리를 내어주는 일이 먼저일 수도 있다. 버리지 못한 옷 한 벌이 있는 독자라면 이 초록 대문을 한번 찾아가 보길 바란다. 당신은 어떤 옷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