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상의 모든 심리 - 타인을 읽는 시간 ㅣ 김성규의 문화심리학 읽기 1
김성규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6년 9월
평점 :
『지상의 모든 심리: 타인을 읽는 시간』-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어디까지 가능할까,나와 다른 마음을 마주하는 열두 가지 시선
✍🏻 저자: 김성규
🏢 출판사: 책이라는신화

🎯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말은 생각보다 쉽게 쓰인다. 누군가의 행동을 보고 성격을 짐작하거나, 몇 마디 대화만으로 그 사람을 이해했다고 여기기도 한다. 나 역시 심리학이 사람의 행동에 어느 정도 설명을 붙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타인을 읽는다는 것이 그 사람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일까. 아니면 내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판단을 의심하는 일에 더 가까울까.
저자는 성격과 자존감에서 시작해 공황장애, 트라우마, 적대적 반항 장애, 외로움과 죽음까지 인간의 심리를 열두 가지 주제로 나누어 살핀다. 죽음심리학과 영화 비평을 연구해온 저자답게 영화 속 인물과 현실의 심리 현상을 연결하는 방식도 눈에 띈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책이면서 동시에 사람을 얼마나 쉽게 오해할 수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책일 것 같았다.

🏷️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성품은 달라질 수 있다는 구분이 흥미롭다. 나는 평소 성격이 좋다거나 나쁘다는 말을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였는데, 생각해보면 타고난 기질과 살아가며 선택하는 태도는 같은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예민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인격까지 판단할 수 있을까. 자신의 기질을 인정하는 일과 그것을 핑계로 행동을 정당화하는 일 사이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 공황장애를 개인의 정신적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는 대목에서는 시선이 조금 달라진다. 책은 한국 사회의 중년층이 감당하는 직장과 가정의 책임,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주목한다. 물론 사회적 압박만으로 모든 공황장애를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누군가의 불안을 의지가 약해서 생긴 문제처럼 취급하는 태도는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겉으로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사람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이 있을 수 있다.

🏷️ 악성 댓글을 다룬 부분에서는 분노가 얼마나 손쉽게 타인을 향하는지 보게 된다. 영화 《소셜포비아》와 연결되는 이야기는 온라인에서 던진 말이 화면 밖의 실제 사람에게 닿는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나는 특히 비난하는 사람이 자신의 열등감이나 불만을 공격으로 바꾸는 과정에 주목했다. 그렇다고 모든 악플을 낮은 자존감 하나로 설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분명한 것은 감정의 원인을 이해하는 일이 가해 행동을 용인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 죽음을 다루는 마지막 장에서는 앞서 읽은 심리 이야기들이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어진다. 영화 《리빙: 어떤 인생》을 통해 죽음을 인식한 사람이 자신의 일상을 다시 선택하는 모습을 살핀다. 나는 죽음을 생각하면 누구나 삶을 더 충실하게 살게 된다는 식의 설명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현재를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 앞에서 지금의 선택을 다시 묻게 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 이책은 심리학을 사람을 분류하는 도구보다 이해의 출발점으로 다룬다는 데 있다. 다만 열두 가지 주제에 영화와 심리 현상을 함께 담다 보니 일부 문제는 더 깊은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정신질환과 사회적 행동을 연결할 때는 개인마다 다른 조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타인을 쉽게 판단했던 자신의 시선을 점검하고 싶은 독자라면 읽어보길 바란다. 나 역시 누군가를 이해했다고 말하기 전에 무엇을 아직 모르는지부터 살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