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명화와 함께 100일 영어 필사 : 책읽는소녀 편
Just Space 지음 / 더블:엔 / 2026년 10월
평점 :
『명화와 함께 100일 영어 필사 : 책읽는소녀 편』그림을 바라보고 문장을 옮겨 쓰며 나에게 돌아오는 하루 10분
✍🏻 저자 : Just Space
🏢 출판사 : 더블:엔

🎯 책을 읽는 사람의 모습은 어딘가 조용하다. 그림 속 인물이 어떤 이야기를 읽고 있는지 알 수 없는데도 그 순간만큼은 다른 세계에 들어가 있는 듯 보인다. 영어 필사라고 하면 문장을 익히고 표현을 기억하는 공부를 떠올리기 쉽다. 명화를 감상하고, 문학 속 문장과 사상가들의 말을 읽고, 그것을 손으로 옮겨 적는 시간. 하루 10분이라는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다.100일 동안 같은 방식으로 책을 펼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영어 문장에 익숙해지는 것과 그림을 바라보는 시간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을지도 궁금했다.


🖼️ 르누아르, 모네, 마티스, 프라고나르, 칼 라르손의 그림이 영어 문장과 함께 놓인다. 같은 책 읽는 모습이라도 화가가 바라본 순간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그림 속 소녀가 읽는 책의 내용보다 책을 읽는 동안 주변과 잠시 떨어져 있는 듯한 모습에 먼저 시선이 간다. 책장을 넘기는 손과 고개를 숙인 자세만으로도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과 영어를 쓰는 시간이 꼭 별개의 활동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 DAY 019에서 에머슨은 행복을 나누는 일을 향수를 뿌리는 것에 비유한다.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향기가 자신에게도 닿는다는 표현이 재미있다. 그런데 DAY 047의 오스카 와일드는 시선을 자기 자신에게 돌린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평생에 걸친 로맨스의 시작이라는 말. 남에게 베푸는 마음과 자신을 돌보는 태도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두 문장을 나란히 생각하다 보면 나는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면서 정작 나 자신에게는 어떤 말을 건네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 DAY 065에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가 등장한다.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지혜는 가르칠 수 없다는 문장이다. 영어 필사책에서 이 구절을 만나는 일이 묘하다. 문장을 정확히 옮겨 적는다고 그 안의 지혜까지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복해서 쓰는 일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필사가 이해를 보장하는 활동이라기보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말을 다시 의심해 보는 과정일 수도 있겠다고 본다.


🖼️ DAY 100은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이다. 낯선 세계를 여행한 아이가 엠 이모의 품에 안겨 집에 돌아와 기쁘다고 말한다. 100일의 끝에 거창한 성공이나 새로운 결심이 아니라 귀환의 장면을 배치한 점이 흥미롭다. 앞서 만난 수많은 문장과 그림을 지나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흐름처럼 읽힌다.
📌 이 책의 매력은 영어 학습을 하나의 성과로만 다루지 않는 구성에 있다. 다만 문학작품의 일부 문장을 발췌하는 방식이기에 원작의 맥락까지 충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마음에 걸리는 구절이 있다면 원작으로 돌아가 보는 독서가 필요하겠다. 하루 10분이라는 시간도 영어 실력의 빠른 향상을 기대하기보다는 꾸준히 읽고 쓰는 습관에 어울린다. 나는 이 책을 많은 양의 영어를 공부하려는 사람보다 그림과 문장을 천천히 즐기고 싶은 독자가 읽어주길 바란다.
여러분이라면 100일의 기록 중 어떤 문장을 가장 먼저 자신의 손글씨로 옮기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