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세계 - 지구의 탄생부터 특이점 신화까지, 속도는 어떻게 세계를 바꾸는가
바츨라프 스밀 지음, 이한음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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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는 세계』-지구의 탄생부터 특이점 신화까지, 속도는 어떻게 세계를 바꾸는가,질주하는 세계, 빠름이 발전이라는 믿음에 대하여 

Speed: How It Explains the World 


✍🏻 저자 : 바츨라프 스밀 Vaclav Smil 

✍🏻 옮긴이 : 이한음

🏢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 세상은 갈수록 빨라진다고들 한다. 인공지능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전의 질서가 곧 사라질 것처럼 이야기한다. 나 역시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말을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여 왔다. 지구의 탄생과 생명의 진화, 인간의 이동, 산업혁명, 인공지능의 미래까지 하나의 책에서 다룬다는 구성이 처음에는 다소 방대하게 느껴졌다. 서로 다른 시간의 척도를 가진 현상들을 과연 하나의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을까. 숫자로 세계를 설명해 온 저자가 이번에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빠름'을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했다.




🔖 “종의 형성은 본질적으로 복잡한 과정이지만, 한 가지 단순한 요인인 시간은 이 변화의 상당량을 설명한다.”

진화라는 말을 들으면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생명이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종의 출현과 멸종은 그렇게 일정한 속도로 진행되지 않는다.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 다양성이 급격히 무너지기도 하고, 새로운 종이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인간이 정한 시간의 단위로 생명의 변화를 재단하는 일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생각하게 된다. 진화의 방향을 발전이라는 말 하나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당연히 스케이트나 알파인 스키보다 더 빠를 수가 없다.”

같은 인간의 이동이라도 속도는 신체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음과 눈의 상태, 사용하는 장비, 움직이는 방식이 달라지면 가능한 속도도 달라진다. 스케이트와 스키의 기록을 비교하는 대목에서 내가 당연하게 여기던 최고 속도라는 기준이 조금 애매해졌다. 가장 빠른 기록만으로 이동 능력을 평가한다면 그 기록을 가능하게 만든 조건은 어디로 사라질까. 숫자는 명확하지만 숫자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단순한 것은 아니다.




🔖 전근대 사회의 경제성장은 한 사람이 평생을 살아도 알아차리기 어려울 만큼 느렸다. 농업 생산력과 노동력, 운송 수단의 한계가 문명의 성장 속도를 제한했다. 그렇다면 산업혁명 이후에는 모든 것이 갑자기 달라졌을까. 증기기관이 등장하고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기 시작했지만 새로운 기술이 사회 전체에 퍼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발명의 순간과 실제 생활이 바뀌는 순간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을 나는 너무 쉽게 생략해 왔던 것 같다.




🔖 1958년 취항한 보잉 707과 오늘날의 여객기는 순항 속도에서 큰 차이가 없다. 그동안 개선된 것은 주로 연료 효율과 운항 기술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모든 기술이 끝없이 빨라질 것처럼 미래를 이야기한다. 인공지능의 특이점 전망도 그런 기대와 무관하지 않다. 스밀은 기술 발전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실현 가능성과 물리적 한계를 따져 묻는다. 




📌 『질주하는 세계』는 속도를 찬양하거나 무조건 늦추자고 주장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빠름이 가져온 성취와 그에 따른 비용을 함께 보게 한다. 다만 방대한 수치와 사례가 이어지면서 개별 현상들이 하나의 문제의식으로 연결되는 과정은 독자가 직접 짚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기술의 발전을 곧 삶의 발전으로 받아들여 온 독자라면 꼭 읽어주길 바란다. 나는 아직도 어떤 속도까지가 우리에게 필요한 발전인지 쉽게 답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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