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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할 수 있지만, 다 하지 않습니다
온선(온라인선생님)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평점 :
『더 많이 할 수 있지만, 다 하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 뒤, 오히려 선을 그어야 했다.더 빨라진 세상에서 내 보폭을 다시 정하는 일
✍🏻 저자 : 온선(온라인선생님)
🏢 출판사 : 모티브

🎯 AI가 일을 덜어주는 시대라에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 뒤 왜 하루가 더 좁아지는지,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데 왜 스스로 속도를 올리는지 묻는다. 나도 ‘할 수 있다’와 ‘해야 한다’를 너무 쉽게 붙여 읽고 있었던 건 아닐까. 처음부터 생산성보다 경계에 관한 책처럼 읽혔다.

🏷️ “가능성은 기준이 되고, 기준은 압박이 된다.” AI가 줄여준 시간이 그대로 여유가 되지는 않는다. 초안도 자료 정리도 빨라졌지만 그만큼 기대치가 올라가고, 어제 충분했던 속도가 오늘은 느려진다. 효율의 혜택과 압박이 같은 자리에서 생긴다는 설명이 흥미롭다. 문제는 기술보다 그 속도를 내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순간인지도 모르겠다.

🏷️ 새벽 루틴, 매일 업로드, 빠른 결과물처럼 남의 방식이 너무 잘 보이는 시대다. 책은 그 방식을 따라 하지 말라고 단순하게 밀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서 스스로를 게으르거나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맞는 옷을 입으면, 나를 덜 탓하게 된다”는 말도 그래서 읽힌다. 좋아하는 일조차 어떤 모양으로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일이 될 수 있다.

🏷️ 기준을 세우는 것보다 입 밖으로 말하는 일이 어렵다는 부분은 현실적이다. 말하지 않은 선은 상대에게 없는 선과 같고, 알아서 알아주기를 기다리는 동안 억울함만 커질 수 있다. 저자는 기준을 단단한 정답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확인하는 선으로 본다. 상황이 달라지면 다시 그어도 된다. 거절 역시 관계를 끊는 행동보다 내 몫을 조율하는 말에 가깝다.

🏷️ 오래 미뤄둔 이야기를 다시 꺼내고, 몰라서 멈췄던 지점에서 구조를 물어볼 수 있는 도구가 된다. 대신 왜 그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까지 맡기지는 않는다. 이 구분이 좋다. 비워둔 시간이 있어야 접어둔 마음도 올라온다는 것. 더 할 수 있게 된 능력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 고르는 일이 먼저일 수도 있겠다.
📌 저자는 8년 동안 혼자 일하고 24만 구독자와 새로운 디지털 도구를 먼저 경험해 온 사람답게 AI를 낙관이나 경계 어느 한쪽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에서 더 궁금해지는 것도 있다. 개인이 선을 긋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조직과 노동의 속도까지 조금 더 깊게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다 하지 않는다”는 말은 포기의 선언과는 꽤 멀다. 아이가 만든 이야기를 보며 다시 자기 이야기를 꺼내려는 마지막 장면처럼, 비워둔 자리에서 무엇이 돌아오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일이 계속 늘어나는데 이상하게 하루가 좁아지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주길 바란다. 나는 지금 무엇을 더 할지보다, 무엇을 남겨둘지를 먼저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