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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사 - 영상화 기획 소설
현영강 지음 / 잇스토리 / 2026년 9월
평점 :
『조향사』- 향이 사라진 뒤, 기억은 다른 냄새로 돌아왔다.선의와 사랑의 경계에서 자신의 기억까지 추적하게 되는 심리 범죄 스릴러
✍🏻 저자 : 현영강
🏢 출판사 : 잇스토리

🎯 “향수를 뿌리고 지옥으로 들어갔다.”처음에는 이 문장이 사건의 분위기를 압축한다고 생각했다. 향수와 지옥이라니,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붙으면서 묘하게 불길하다. 번아웃에 빠진 기자 서정화에게 도착한 제보 한 통, 사람의 이성을 무너뜨리면서도 기존 마약 성분은 검출되지 않는 향, 그리고 환락가 ‘모름지기’. 여기까지만 보면 빠르게 범인을 좇는 범죄 스릴러의 시작이다.

🧴정화가 자신의 생활기록부를 펼쳐 이다정의 흔적을 더듬는 장면에서 사건의 추적과는 다른 조사가 시작된다. “왜 나는 그때 그걸 연민과 불우, 더 나아가서는 금기의 사랑이라고 생각했을까.” 과거는 이미 끝난 사실처럼 보이지만, 정화가 기억하는 방식까지 사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기록은 남아 있는데 그 시절 사람을 바라보던 자신의 눈은 기록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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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식의 다정을 바라보는 정화에게는 애정과 걱정이 함께 있다. 동시에 “가난이란 건 대체, 한 인간의 자존감을 어디까지 곤두박질치게 하는 걸까”라는 생각도 스며든다. 다정을 돕고 싶지만 자존심을 건드릴까 망설이는 마음은 선의에 가깝다. 그런데 다정의 자리에서 같은 장면을 바라보면 온도가 달라진다. 도움을 주는 사람과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위치가 이미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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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철에게 향은 아름다운 냄새가 아니다.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뒤 그가 찾아낸 것은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숨겨진 짐승의 뇌를 조종하는 법”, 바로 향이다. 이 대목에서 제목의 조향사가 꽤 섬뜩하게 뒤집힌다. 향료를 섞어 향수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공포와 쾌락, 욕망을 배합해 사람 자체를 움직이려는 존재가 된다. 눈은 감을 수 있어도 숨을 쉬는 동안 냄새까지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그 감각을 지배의 수단으로 바꾸는 발상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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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만든 지옥. 나의 오만함이 완성한 지옥.” 정화가 무너지는 순간에는 여러 책임이 한꺼번에 뒤엉킨다. 아버지가 저지른 폭력, 다정을 향했던 자신의 선의, 덕철이 만든 복수의 논리까지 모두 자신의 죄처럼 덮쳐온다. 그러나 “네 애비 죄는, 네 애비 죄고, 너는 서정화야”라는 말이 그 엉킨 책임을 잠시 갈라놓는다. 정화는 죄책감에서 도망치는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쪽으로 몸을 돌린다. 기자로서 펜을 쥐었던 이유도 다시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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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향사》는 Top Note, Middle Note, Base Note, Sillage를 따라 사건에서 기억으로, 기억에서 관계의 밑바닥으로 내려간다. 향수의 구조를 서사에 붙인 방식은 작품의 소재와 잘 맞다. 나는 이 책을 단순히 범인을 쫓는 스릴러를 원하는 독자보다, 선의와 사랑에도 보이지 않는 높낮이가 생길 수 있다는 불편한 질문을 피하지 않는 독자가 읽어주길 바란다. 향은 흩어졌는데, 그 뒤의 문제는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