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이의 축복 코리아둘레길 2 : 해파랑길, 남파랑길 - 길 위의 이야기를 찾아 걷다 걷는 이의 축복 코리아둘레길 2
이화규 지음 / 나무발전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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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이의 축복 코리아둘레길 2 : 해파랑길, 남파랑길 - 길 위의 이야기를 찾아 걷다』- 길이 풍경을 지나 기억이 되는 순간, 해파랑길과 남파랑길에서 몸, 역사, 음악을 함께 읽다



✍🏻 저자 : 이화규

🏢 출판사 : 나무발전소



🎯 4,520킬로미터 코리아둘레길 전 구간을 완주했고 둘레길만 7,000킬로미터 이상 걸었다는 이화규의 이력도 처음에는 숫자로 보였는데, 문장 속에서는 통증과 날씨, 끼니와 숙소, 길을 잘못 든 순간 같은 구체적인 감각으로 바뀐다. 국문학과 한문학을 공부하고 음악과 역사, 지리를 두루 탐색해온 사람의 시선도 계속 길 안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여행기 한 권으로만 읽기가 아쉬울 정도다.



🔖 겨울 동해의 바람과 파도, 감기와 두통, 발바닥의 통증이 계속 끼어든다. 저자는 걷기를 낭만적인 취미로 다듬지 않고 몸이 길에 맞춰지는 시간을 그대로 전해준다. “겨울 동해의 파도는 모든 잡념을 집어삼킨다”는 대목도 그래서 과장처럼 읽히지 않았다. 생각이 정리되기 전에 먼저 몸이 반응한다. 걷는다는 일이 꽤 원초적인 행위라는 사실을 책 초반부터 밀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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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과 유년, 떠난 사람의 흔적이 바다와 마을, 냄새와 소리 사이에서 불쑥 올라온다. 회상은 별도의 이야기가 아니라 걷는 리듬 속에 섞인다. 그래서 이 책의 길은 현재의 장소이면서 과거로 통하는 통로처럼 보인다. 저자가 손자에게 축복을 건네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시간을 떠올리는 장면들을 읽다 보면,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몸 안에 품고 걷는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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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파랑길로 들어서면서 책의 결은 다시 달라진다. 부산진성, 당항포, 노량, 망덕포구 같은 지명들이 여행지의 이름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전쟁과 저항, 문학의 흔적이 현재의 풍경과 겹쳐진다. 특히 망덕포구에서 전어 한 끼를 먹고 윤동주의 시가 숨겨졌던 시간을 불러오는 장면은 이 책의 방식을 잘 보여준다. 길을 설명하기보다 그 자리에 쌓인 시간을 건드린다. 어느 순간 나는 지도를 읽는 대신 장소의 층을 따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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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음악이 글의 곁에 놓이는 방식이다. 재즈와 록, 클래식, 가곡까지 44곡이 에피소드의 끝을 받치는데, 단순한 배경음악 목록과는 조금 다르다. 글과 음악을 오래 함께 다뤄온 저자의 취향이 길의 풍경을 다른 감각으로 번역한다. 땅끝탑의 노을과 말러가 만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완주의 기쁨보다 다음 걸음이 먼저 보인다. 지름길과 에두르는 길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그 질문은 책 밖으로도 슬며시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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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역사·문학·음악의 인용이 촘촘한 만큼, 어떤 대목에서는 길 자체의 숨결보다 저자의 지식과 해석이 앞서 나간다는 느낌도 있다. 조금 덜 설명했더라면 풍경이 스스로 말하는 순간이 더 생기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이 책은 ‘어디를 걸을까’를 알려주는 안내서와는 분명히 다르다. 걷기를 통해 몸과 기억, 역사와 예술을 한꺼번에 읽어보고 싶은 독자라면 천천히 펼쳐보길 바란다. 읽고 나면 한 구간쯤 직접 걸어보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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