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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4분의 3은 호기심이다 ㅣ 시대철학 1
자코모 카사노바 지음 / 비원 / 2026년 7월
평점 :
『사랑의 4분의 3은 호기심이다』- 사랑보다 먼저 움직이는 마음,가까워질수록 사라지는 것들에 관하여
✍🏻 저자 : 자코모 카사노바
🏢 출판사 : 비원

🎯 카사노바라는 이름을 보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사랑을 수집하고 사람을 쉽게 떠난 남자. 책이 바라보는 것은 연애의 승패가 아니라 한 사람이 자기 모습을 어떻게 편집하고, 타인의 시선 속에서 어떤 인물로 살아갔는가에 가까웠다. 읽는 동안 나는 카사노바보다 내 관계의 습관을 더 자주 떠올렸다.
🔖 “사랑의 4분의 3은 호기심이다.”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는 꽤 냉정하다고 느꼈다. 사랑을 계산으로 줄여 말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마음이 움직이던 순간을 되짚어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 사람의 침묵, 아직 듣지 못한 이야기, 쉽게 설명되지 않는 표정. 나는 사랑보다 먼저 궁금해했고, 그 궁금증이 사라진 뒤에는 관계를 익숙함이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다루기도 했다.어떤 자리에서는 여행자였고, 다른 자리에서는 신비주의에 밝은 지식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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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사노바에게 사교계는 시간이 거래되는 시장이었다. 사람들은 돈이나 신분만으로 초대받지 않았고, 함께 앉아 있고 싶은 이야기를 지닌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직함과 이력을 걷어낸 뒤에도 내 언어로 들려줄 수 있는 하루가 얼마나 될까. 특별한 경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시간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내가 흘려보낸 하루들에도 사실은 문장이 있었을 텐데, 듣지 않은 쪽은 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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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옴비 감옥 탈출은 이 책에서 가장 선명한 장면이었다. 카사노바는 단순히 “탈출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밤의 공기와 도구의 감촉, 망설임과 공포까지 꺼내 하나의 서사로 다시 만들었다. 사실이 일부 과장되었을 가능성까지 책은 숨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건이 이야기로 변하는 순간은 분명했다. 결과만 말하는 사람과 그날의 결을 건져 올리는 사람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격이 있었다.그는 자신이 겪은 일을 상처로만 보관하지 않았다. 무너진 장소를 다음 장면의 출발점으로 바꾸었다. 멋져 보였지만 쉽게 따라 하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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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자유 뒤에는 배경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있었고, 그가 모든 관계의 의미를 자기 문장으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짚는다. 타인의 경계를 넘는 자유는 결국 지배에 가까워질 수 있다. 자유를 말하면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지워버린다면, 그것은 자유라기보다 혼자 만든 무대일 것이다. 나는 이 지점에서 책의 시선이 비로소 균형을 찾았다고 느꼈다.“당신의 자유는 진실한가, 아니면 타인을 무대로 삼은 연극인가.”누군가의 시간과 마음을 조금 빌려야 가능한 것. 그래서 자유를 가볍게 말하는 순간, 오히려 그것은 가장 거친 폭력이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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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카사노바를 바람둥이라는 낡은 별명에서 꺼내 자기 삶을 기획한 인물로 다시 세운다. 매력, 호기심, 자기서사, 자유라는 단어가 한 사람의 생애를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무엇보다 그의 기술을 소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기술이 남긴 상처까지 바라본다는 점이 좋았다.다만 ‘고프레임’과 ‘저프레임’이라는 구분은 사람과 관계를 지나치게 전략의 언어로 좁혀 보이게 하는 순간이 있었다. 사랑을 주도권의 문제로만 읽으면 다정함이나 취약함이 패배처럼 오해될 수도 있다. 카사노바의 삶을 현대인의 처세로 옮기는 몇몇 대목도 조금 빠르게 연결된다. 그럼에도 책은 한 인물을 모방하라고 몰아붙이지 않는다. 그의 삶을 거울처럼 세워두고, 나는 어떤 문장으로 나를 설명해왔는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