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잠 - 덕자전성시대 덕자의 장편소설
박보미(덕자전성시대) 지음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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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잠』- 깊은 밤, 한 번 깼다가 다시 드는 잠 속에서 너를 만났다.


✍🏻 저자 : 박보미 (덕자전성시대)

🏢 출판사 : 오픈도어북스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나는 쉽게 믿지 못한다. 위로처럼 들리는 문장은 많았지만, 정작 삶이 어긋났을 때 그 말을 붙잡기는 어려웠다. 『그루잠』을 펼치기 전에도 비슷한 선입견이 있다. 꿈과 현실이 뒤섞이는 이야기가 상처를 얼마나 깊이 건드릴 수 있을까. 익숙한 화면 속 이름이었던 덕자가 작가 박보미로 건너와 만든 세계라는 점도 낯설다. 짧고 즉각적인 장면이 아니라 긴 문장 안에서 사람의 내면을 따라가겠다는 선택. 나는 그 변화가 궁금했다.



🔖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을 이유를 처음으로 찾은 것 같았다.” 윤설은 엄마의 모든 것을 바꿔 태어난 존재였기에 자신이 완벽해야 한다고 믿는다. 다쳐도 웃고, 힘들어도 웃는다. 웃음이 기쁨보다 상황을 빨리 끝내는 방법이었다는 사실. 선천적인 결함을 알게 된 날에야 처음 울 수 있었다니. 결핍이 오히려 숨을 돌릴 자리를 내어주는 순간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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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망은 상대를 갉아먹기 전에 먼저 나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이야기의 방향을 조용히 돌려놓는다. 윤설은 자신을 해친 사람을 쉽게 용서하지도, 제대로 미워하지도 못한다. 그저 피하고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멀어진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나 역시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는 일이 곧 용서라고 착각한 적이 있었던가. 상처를 덮어 둔 채 괜찮은 얼굴로 사는 동안, 마음은 제자리에서 계속 같은 장면을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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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설이 커다란 철문을 지나 만나는 곳에는 판사도 검사도 없다. 사람의 삶은 등급과 수치로 나뉘고, 판결은 단말기가 내린다. 경찰차는 컨베이어벨트처럼 사람을 실어 나르고 교도소에는 영혼들이 빽빽하게 갇혀 있다. 모든 일에 이유가 붙어 있지만 누구도 타인의 얼굴을 보지 않는다. 이유를 알면 편안해질 거라 믿었던 윤설에게 이곳은 이상한 반대편이다. 설명은 넘치는데 이해는 사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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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윤설이 쓴 이야기를 매번 처음 보는 것처럼 읽는 장면은 반복해서 읽은 문장 앞에서도 조금씩 다른 표정을 짓는 사람. 윤설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의 꿈에서도 가족과 강아지 우주는 한집에 모여 있고, 누구도 떠날 준비를 하지 않는다. 눈을 뜬 뒤 젖은 베개만 남는다. 치유가 완성되었다기보다, 이제야 울 수 있게 된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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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잠』은 현실과 꿈, 기억과 시스템을 또렷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읽는 동안 자주 길을 잃는다. 어떤 장면은 미스터리처럼 다가오고, 어떤 장면은 사후세계나 상처받은 마음의 내부처럼 보인다. 그 모호함이 이 소설의 분위기를 만들지만, 중반 이후 세계의 규칙이 한꺼번에 제시되는 부분에서는 감정보다 설정을 따라가게 되는 순간도 있다.그럼에도 이 작품이 향하는 곳은 분명하다. 상대를 이해해야만 용서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더는 이유를 찾지 않는 선택으로 간다. 용서는 상대의 죄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내 안에서 반복되던 장면을 멈추는 일인지도 모른다. 박보미는 화장실의 서늘한 공기, 꺼지는 센서등, 검은 강아지의 숨소리, 젖은 베개 같은 것들로 보여준다.완벽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웃는 얼굴부터 익힌 사람, 이유 없는 상처 앞에서 자꾸 자신을 탓하는 사람, 미워하는 일조차 버거워 피하기만 했던 이른 독자가 이 책을 꼭 읽어주길 바란다. 답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 잠깐 다시 잠든 사이 마음이 어디까지 다녀오는지 바라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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