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뭔 놈의 천재들이 이렇게 많은 거야
조현경 지음 / 필름(Feelm)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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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뭔 놈의 천재들이 이렇게 많은 거야』- 천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도 계속하는 사람 

✍🏻 저자 : 조현경 

🏢 출판사 : 필름(Feelm)



🎯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웃음부터 났다. 나도 비슷한 말을 혼자 중얼거린 적이 많아서였다. 화면을 켜면 어린 나이에 이미 자기 세계를 완성한 사람이 나오고, 몇 번 넘기지 않은 SNS에서는 누군가의 성공 소식이 또 도착한다. 그때마다 나는 남의 속도를 구경하다가 슬쩍 내 자리로 돌아온다. 아직도 이만큼밖에 못 왔나.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계속해도 되나. 작곡가 조현경이 꺼내 놓은 이야기는 음악가의 특별한 성공담이라기보다, 그런 질문 앞에서 자꾸 작아지는 사람의 생활에 더 가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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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클리 음대 오디션을 준비한 1년 6개월과 장학생의 압도적인 연주를 마주한 대목에서 마음이 묘하게 다가온다. “내 음악 재능의 끝을 미리 보고 온 느낌.” 열심히 했으니 반드시 닿을 것이라는 믿음이 한순간에 흔들리는 장면이다. 그런데 저자는 그 벽 앞에서 자신의 시간을 과장하지도, 실패를 멋있게 포장하지도 않는다. 한계를 알아버린 서글픔을 그대로 전해준다. 재능이 부족하다는 판단보다 더 아픈 건, 그 뒤에도 여전히 그 일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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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YP 오디션에 합격한 뒤 십 년이 지나서야 저자는 “비로소 나는 천재가 아닌, 작곡가가 되었다”고 쓴다. 이 문장은 성취를 선언하는 말이라기보다, 오래 붙잡고 있던 이름 하나를 내려놓는 고백처럼 들렸다. 천재라는 착각이 완전히 쓸모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 착각은 음악을 시작하게 했고, 다시 글을 쓰게 하는 연료가 되었다. 중요한 건 착각이 깨진 뒤였다. 특별하다는 믿음 없이도 계속할 수 있는가. 박수와 결과가 늦어져도 오늘 할 일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이 질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 계속하는 사람은 결국 재능보다 자기 생활을 만들어 가는 사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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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사 관계자들의 명함을 가득 모은 동생을 보며 저자는 자신이 그런 방식으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임을 인정한다. “어쩌겠나. 방망이라도 잘 깎는 수밖에.” 이 문장이 이상하게 웃기면서도 현실적이었다. 성격을 뜯어고쳐 기회를 좇기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곡을 더 잘 만드는 쪽을 택한다. 물론 그 선택이 언제나 멋진 것은 아니다. 곡이 언제 팔릴지 모르는 불안, 저작권료가 오르내리는 생활, 입소문만 기다려야 하는 답답함도 따라온다. 그래도 그는 작업실에 간다. 커피를 내리고 프로그램을 켠다. 대단한 각오라기보다 오늘의 습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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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원의 〈혜화동〉을 다시 들으며 오래전 친구를 떠올리는 장면에서는 책의 온도가 조금 달라졌다. 작곡가로서 유행을 좇던 사람이 어느 순간,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감정을 불러오는 음악 앞에서 멈춘다. 같은 노래도 내가 어느 시절에 서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는 것. 저자는 그 변화에서 자기 음악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지금 묻힌 곡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새롭게 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공연장을 나와 눈 쌓인 길을 아내와 걷는 장면까지 읽고 나니, 음악은 차트의 숫자보다 공기의 습도나 잡은 손의 온도에 더 오래 머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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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좋았던 건 저자가 자신을 지나치게 미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질투하고, 남과 비교하고, 곡이 팔리지 않을까 불안해하면서도 그 감정을 교훈으로 급히 바꾸지 않는다. 작곡가의 현실과 창작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음악을 하지 않는 나도 내 일의 속도를 돌아보게 된다. 작업실로 향하는 길, 팔리지 않은 곡을 다시 만지는 손, 눈 쌓인 밤 아내와 나란히 걷는 장면. 가장 높은 곳에 점 하나를 찍는 대신, 낮은 곳에서부터 자기만의 선을 이어가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남보다 늦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일을 그만둘지 고민해 본 사람, 재능과 지속 사이에서 자주 흔들리는 사람, 결과가 없어도 오늘 다시 자기 자리로 가야 하는 이런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그 말이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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