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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을 꽃이라 부르고 싶다
인향만리 지음 / 하늘아래 / 2026년 7월
평점 :
『너의 이름을 꽃이라 부르고 싶다』- 꽃을 읽다가 내 마음의 색을 보았다
🔺 저자 : 인향만리
🔺 출판사 : 하늘아래

🎯 꽃을 좋아하지만 꽃말을 일부러 찾아보는 편은 아니었다. 예쁜 것은 예쁜 것으로 두고 싶었고, 감정을 색으로 구분하는 일도 조금 단순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 책은 꽃의 이름을 외우게 하기보다 지금 내 안에 무엇이 머무는지 묻고 있었다. 읽고, 한 문장을 따라 쓰고, 빈 꽃잎에 색을 입히는 동안 마음이 먼저 대답할 것 같다.


🔖 글라디올러스 “진정한 강인함은 넘어지지 않는 데 있지 않습니다.” 강함을 바라보던 내 기준을 조금 비켜 세웠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단단한 줄 알았는데, 두려움을 안고도 다시 일어나는 쪽이 오히려 더 어렵다. 곧게 선 꽃줄기 아래에도 바람을 견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동안 흔들린 흔적을 실패처럼 감추려 했는지도 모른다.
인향만리는 사람마다 고유한 향기를 지녔다고 믿으며 글과 책 사이를 걷는 사람이다. 그 시선은 꽃을 해석하는 방식에도 묻어난다. 꽃의 생김새를 설명하다가 어느 순간 인간의 태도로 건너가는데, 그 이동이 억지스럽지 않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용기는 버티는 표정일까, 다시 시작하는 한 걸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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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세이지의 푸른빛은 크게 말하지 않는다. “마음이 스스로 잔잔해질 때까지 곁에 머물러 주는 일”. 빨리 괜찮아지라는 말, 좋은 쪽으로 생각하라는 말. 다정하다고 믿었던 문장들이 누군가의 아픔을 서둘러 닫으려 했을 수도 있겠다. 아무 말 없이 차를 내어 주고, 괜찮아질 시간을 기다리는 일. 위로는 말보다 태도에 가까웠다.사랑과 설렘 뒤에 그리움과 이별이 오고, 다시 회복과 용기로 이어지는 구성도 삶의 순서를 닮았다. 푸른색이 평온일 수도 있고 외로움일 수도 있다는 여백. 색을 고르는 손이 잠시 망설이는 순간까지도 이 책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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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회복은 무너진 자신을 다시 다정하게 바라보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회복을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일이라 생각했던 내게는 방향을 바꾸는 말이다. 무너진 시간을 지우지 않고, 그 시간을 지난 나를 함부로 탓하지 않는 것. 작은 흰 꽃잎들이 노란 중심을 감싸는 모습처럼 나도 지친 마음 둘레에 잠시 여백을 두어야 했다.필사와 채색 공간은 장식이 아니라 독자가 책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다. 읽기만 할 때는 지나쳤을 감정도 손으로 옮겨 적으면 다른 무게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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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일홍은 빠르게 피는 삶보다 자기 색을 지키는 삶을 바라보게 했다. “비교의 소음 속에서도 제 리듬을 잃지 않는 일”. 나는 남의 속도를 보느라 내 걸음의 감각을 놓칠 때가 많다. 늦다는 생각이 들면 과정 전체를 초라하게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백일홍은 눈에 띄는 순간보다 제 빛을 지켜 내는 시간이 한 사람의 결을 만든다고 말한다.빨강, 주황, 초록, 보라, 흰색, 푸른색, 검은색을 따라가다 보면 색은 취향이 아니라 마음을 비추는 언어가 된다. 오늘 내가 고른 색이 내일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정답을 알려 주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꽃을 읽는 동안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은 꽃이 아니라 나였다. 지금의 나는 어느 계절에 머물러 있는지, 쉽게 이름 붙이지 못한 채 잠시 들여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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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을 꽃이라 부르고 싶다』는 꽃말 사전보다 마음을 기록하는 작은 정원에 가깝다. 문장을 읽고, 마음에 걸린 부분을 옮겨 쓰고, 그날의 색으로 꽃잎을 채우는 동안 독자는 자기 감정의 결을 천천히 확인하게 된다. 설명이 반복되는 몇몇 대목은 아쉽지만, 서두르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은 분명하다.마음이 복잡한데 무슨 감정인지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 위로의 문장보다 조용히 머물 자리가 필요한 사람, 자신의 색을 다시 찾아보고 싶은 이른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
그 망설임까지도 지금의 나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