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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앨런 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7월
평점 :
『테오』- 사람의 얼굴을 끝까지 바라본다는 것
Theo of Golden
🔺 저자 : 앨런 레비 Allen Levi
🔺옮긴이 : 노지양
🔺출판사 : 오팬하우스

🎯 낯선 노인이 초상화 아흔두 점을 사서 그림 속 사람들에게 돌려준다는 이야기라니, 너무 선하고 반듯해서 현실과 멀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장을 넘기자 그 의심은 금세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다른 모양, 반전으로 남았다. 나는 왜 이렇게 조용한 친절을 쉽게 믿지 못하게 되었을까. 책보다 내 쪽이 먼저 들여다보게 된다.

🔖 테오가 골든의 작은 카페에서 마주한 것은 흑백 연필로 그려진 아흔두 개의 얼굴이었다. 그는 그것을 장식품으로 보지 않는다. 한 사람의 시간과 상처가 잠시 액자 안에 머물러 있다고 여긴다. “모든 얼굴은 하나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그의 발걸음을 움직인다. 그림을 산 뒤 원래 얼굴의 주인을 찾아가는 일. 대단한 사건은 아닌데, 이상하게 그 조용한 시작 앞에서 오래 머물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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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오는 자신의 성과 과거를 쉽게 밝히지 않는다. 그 대신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손편지를 쓰고, 약속한 시간에 직접 찾아간다. 선물보다 더 크게 다가온 것은 그가 상대의 말을 듣는 태도였다. 우리는 만나지 않고도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테오는 얼굴을 마주해야만 보이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 그가 사람들을 자신의 흐름 안으로 불러들이는 동안 골든의 주민들도 서로를 다시 보기 시작한다. 친절은 그렇게 한 사람에게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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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트가 감춰둔 슬픔을 털어놓을 때 테오는 성급하게 위로하지 않는다. 그는 기다린다. 숨이 돌아올 때까지, 말이 다시 이어질 때까지. 그리고 슬픔이 한심한 경우는 드물며 좋은 슬픔은 중요한 무언가를 알려준다고 말한다. 나는 그 대목에서 위로란 적절한 답을 내놓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아픔을 고치려 들지 않고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있는 것. 쉽지 않은 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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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오의 하루에는 스마트폰도 앱도 없고, 해가 지기 전에 앉는 벤치와 느린 산책이 있다. 처음에는 조금 옛날식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낡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의 내가 잃어버린 속도에 가까웠다. 떨어진 깃털 하나와 지나가는 사람의 말 한마디를 놓치지 않는 태도. 사람을 발견하고 싶다는 마음.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기보다, 오늘 마주친 얼굴 하나라도 제대로 보았는지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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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런 레비가 일흔에 가까운 나이에 쓴 첫 장편이라는 사실은 이 이야기의 결을 설명해준다. 변호사와 음악가로 여러 삶을 거친 사람이 마지막에 붙잡은 것은 거대한 성공담이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작은 관심이었다. 문장은 노래처럼 부드럽고, 골든을 흐르는 강처럼 천천히 사람들을 한곳으로 데려간다.세상이 실제로 그렇다고 우기는 대신, 적어도 이렇게 살아보는 사람 하나는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날카로운 말과 빠른 판단에 지친 사람,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일이 왜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존경할 만한 어른의 얼굴을 그리워한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 무표정한 사람을 보며 아무것도 없는 얼굴이라고 단정하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그 정도면, 테오가 건넨 초상화 한 장을 나도 받은 셈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