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마디의 거짓말보다 너의 한 마디에, 내 하루는 없던 일이 될 거야』- 사람을 이해하려다 결국 사랑까지 닿아버린 이야기
🔺 저자 : 김평안
🔺 출판사 : 행복우물

🎯 이 책은 단순히 위로를 건네는 책이 아니었다. 인간관계의 민낯을 직설적으로 꺼내 보이기도 하고, 사랑과 외로움을 담담하게 풀어놓다가, 어느 순간 하나의 서사 속으로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간다. 파편처럼 흩어진 글들이 이어지며 결국 하나의 감정선을 만든다는 점에서 처음보다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 책이다
🔖 따뜻한 문장이 아니라 차가울 정도로 솔직한 시선이다. '무례함은 가장 비겁한 방어기제다'처럼 사람들의 행동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글에서는 인간이 왜 상처를 주고받는지, 왜 강한 척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한다. 불편할 만큼 직설적인 문장도 있었지만, 그 안에는 사람을 미워하기보다 이해하려는 시선이 남아 있다. 누군가를 향한 비난이라기보다 결국 우리 모두가 가진 불안과 결핍을 바라보는 기록처럼 느껴진다.

🔖 제목이기도 한 「백 마디의 거짓말보다 너의 한 마디에, 내 하루는 없던 일이 될 거야」, 힘든 하루를 버티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해결책이 아니라 진심 어린 한마디라는 사실을 너무 담백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별거 아닌 말 한마디가 감동적일 수도 있다는 건 그만큼 삶이 외로웠다는 뜻"이라는 문장을 읽으며 나 역시 누군가의 짧은 말 하나 때문에 무너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나기도 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책은 위로를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왜 우리가 그런 말을 기다리게 되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 에세이였던 책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소설이 된다. 이수와 채린이라는 두 여성의 이야기는 누가 누구를 사랑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잃을까 두려워하면서도 결국 사랑을 선택하는 마음을 보여준다. "죽을 때까지 평생 나한테 김치볶음밥 만들어 줄래?"라는 고백은 화려한 사랑 고백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오래 기억에 남았다. 여성과 여성의 사랑이라는 설정도 특별한 장치처럼 소비되지 않는다. 그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으로 담담하게 흘러간다. 그래서 오히려 관계의 감정이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에세이와 소설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을 관찰하는 에세이를 읽다가 어느새 인물들의 대화 속으로 들어가고, 다시 현실을 바라보는 사유로 이어진다.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각각의 글은 짧고 독립적이지만 결국 하나의 결론을 향해 이어진다. 번외편까지 읽고 나니 앞에서 읽었던 문장들이 모두 하나의 흐름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것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아닐까?

📌 김평안작가은 위로만 건네는 작가가 아니다. 때로는 불편할 만큼 솔직한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사랑을 가장 일상적인 장면으로 풀어낸다. 인간의 모순과 욕망을 바라보는 시선은 날카롭지만, 그 끝에는 결국 사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남아 있다. 다만 몇몇 글은 사회와 성별을 바라보는 관점이 상당히 단정적으로 표현되는 부분도 있었다. 공감을 얻는 독자도 있겠지만, 반대로 다른 해석을 가진 독자에게는 다소 있을것이다. 관계 때문에 지쳤던 사람,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오래 흔들려 본 사람,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 특히 여성과 여성의 사랑을 하나의 특별한 소재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관계의 형태로 담아낸 점도 인상 깊었다. 결국 이 책은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사람을 이야기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