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공화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나와 내 돈, 내 사람을 지키는 최소한의 법률 지식
임호균 지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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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 공화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법을 아는 순간, 억울함의 모양이 달라졌다 


🔺 저자  : 임호균 

🔺 출판사 : 모티브


🎯 내 삶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고, 정말 큰일이 생긴 사람만 펼치는 책 같기도 했다. 그런데 전세 계약서에 적지 않은 한 줄, 무심코 서명한 사직서, 친구에게 빌려준 돈처럼 익숙한 장면들이 목차에 놓여 있다. 페이지를 넘기기 전부터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불편했다. 나는 지금까지 별일 없이 살아온 걸까. 아니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순간을 알아보지 못한 채 지나온 걸까.



🔖 “화는 집에서 푸십시오. 기록은 법정을 위해 남기십시오.” 돈을 훔친 아르바이트생에게 욕설을 퍼부은 사장은 분명 피해자였지만, 녹음 파일 하나로 협박과 모욕의 당사자까지 되어버렸다. 억울하면 따지고 싶고, 당장 상대를 몰아세우고 싶은 마음이 먼저 올라온다. 그런데 법 앞에서는 그 감정이 내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 참으라는 말이 아니라, 화와 대응을 분리하라는 말이다. 그 한 순간의 차이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바꾼다는 사실이 서늘했다.



🔖 전세 계약 당시 등기부가 깨끗했다고 안심한 사회초년생의 이야기는 남의 일처럼 읽히지 않았다. 계약 당일 새 근저당이 설정되면서 보증금 일부를 잃을 수 있는 상황, 그리고 그것을 막을 수 있었던 특약 한 줄. ‘근저당 추가 설정 금지’라는 문장은 짧았지만 그 뒤에 걸린 돈은 너무 컸다. 프리랜서 영상 작가가 열두 번의 수정을 견디다 시급조차 남기지 못한 사례도 비슷했다. 계약서는 불신의 표시가 아니라, 서로 기억하는 내용을 같은 문장으로 묶어두는 장치였다.


🔖 부당해고 구제 신청의 기한이 해고일로부터 90일이라는 대목에서는 숫자를 다시 확인했다. 마음을 추스를 시간도, 다음 직장을 알아볼 여유도 법의 시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사직서에 서명하는 순간 자발적 퇴사로 분류될 수 있다는 설명도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나는 부당한 일을 당하면 먼저 상황을 정리하고 천천히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어떤 문제는 천천히 생각하는 동안 길이 닫힌다. 그때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니라 기한을 아는 일, 그리고 바로 남겨두는 기록일지도 모른다.


🔖 책은 거창한 법률 지식을 외우라고 하지 않는다. 돈을 빌려줄 때 대화를 남기고, 계약 전 등기부를 다시 확인하고, 수정 횟수를 문장으로 정하고, 회사가 내미는 서류에는 곧바로 사인하지 않는 것. 아주 작은 습관들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억울함은 증거가 되지 않지만, 기록은 증거가 됩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휴대전화 속 대화와 통장 내역, 계약서 한 장을 다르게 보게 됐다. 당신이라면 문제가 생긴 뒤 자신의 말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이 쉽게 지나가지 않았다.




📌 이 책은 법을 잘 아는 사람의 권위를 보여주기보다, 법을 몰라 손해 본 사람들의 얼굴을 가까이 데려온다. 임호균 변호사가 사무실과 강의실에서 만난 사례들이 중심이라 조문보다 상황이 먼저 보였고, 그래서 내 생활에 대입하기도 쉬웠다. 돈거래, 전세, 연애, 직장, 프리랜서 계약, 창업까지 주제가 계속 바뀌는데도 흐름이 흩어지지 않는 이유는 결국 하나였다. 감정으로 버티지 말고, 증거와 절차로 자신을 지키라는 것.

나는 이 책을 읽고 법을 ‘싸우기 위한 무기’보다 ‘일을 더 크게 만들지 않기 위한 생활 습관’에 가깝게 보게 됐다. 계약서에 한 줄 더 쓰는 일, 화가 난 순간 답장을 미루는 일, 기한을 달력에 적는 일. 별것 아닌 행동 같지만 정작 문제가 생기면 그 작은 차이가 나를 지켜줄 것이다. 사회초년생, 직장인, 전세 계약을 앞둔 사람, 외주 일을 하는 사람, 가까운 사이와 돈을 주고받는 사람이라면 이런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 읽고 나면 세상이 더 무서워지는 대신,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가 조금 보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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