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고 말하기 -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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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고 말하기』말보다 먼저 닿는 것들 ,소통은 입보다 먼저 몸에서 시작된다


🔺 저자 : 김정운

🔺 출판사 : 21세기북스


🎯 말하지 않고 말한다는 말이, 익숙한 듯하면서도 쉽게 붙잡히지 않았다. 나는 늘 소통을 말의 문제로 생각해 왔던 것 같다. 잘 설명하면 되고, 정확히 전달하면 되고, 조금 더 다정하게 말하면 나아질 거라고. 그런데 이 책은 말이 나오기 전, 이미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고 있던 것들. 손끝, 눈빛, 침묵, 웃음의 타이밍 같은 것들 말이다.




🔖 “터치는 감정 공유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입니다.” 이 문장을 읽고 나서 이상하게 손의 감각이 먼저 떠올린다. 사람은 말을 듣기 전에 먼저 닿는다. 어깨를 툭 치는 일, 웃다가 옆 사람을 건드리는 일, 악수 한 번이 남기는 이상한 기억.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짧은 접촉 안에서 나는 이미 상대에게 확인받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일 화면을 터치하지만, 정작 사람의 온도는 점점 덜 만진다. 그래서 이렇게 많이 연결되어 있는데도, 가끔 진짜 소통은 왜 부족할까라고 느껴질까.



🔖 저자는 소통을 말의 기술로 보지 않는다. 눈을 맞추고, 감정을 맞추고, 서로의 리듬을 따라가는 과정으로 본다. 특히 정서 조율 이야기가 오래 남았다. 유머도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상대가 같이 웃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대목에서, 아,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 되는 순간도 사실은 혼자 만든 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같은 말도 어떤 사람 앞에서는 살아나고, 어떤 사람 앞에서는 죽는다. 연애에도 적용되고, 인간관계 전반에도 적용 사이의 공기가 먼저 맞아야 한다.


🔖 아기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는 장면을 저자는 단순한 요구로 보지 않는다. 같이 보자는 신호, 감정을 나누자는 초대에 가깝다. 이 부분을 읽으며 소통은 결국 같은 방향을 잠깐이라도 바라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설득하려고 마주 보는 것보다, 같은 것을 함께 보는 시간이 더 깊을 때가 있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누군가와 아무 말 없이 같은 장면을 오래 바라본 적이 언제였을까. 책은 그런 질문을 조용히 하고 있다.


🔖 AI는 말을 잘한다. 어쩌면 사람보다 더 유창하게 대답한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의 소통이 단순한 언어 생성이 아니라고 말한다. 감각을 교차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세계를 다시 보고, 감탄하고 감탄받는 경험. 그건 아직 기계가 흉내 내기 어려운 영역이다. 다만 책의 논의가 넓게 펼쳐지는 만큼, 어떤 대목은 조금 빠르게 지나간다는 아쉬움도 있다. 더 오래 머물러도 좋을 문장들이 말이다.


📌 『말하지 않고 말하기』는 소통을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우리가 소통이라고 부르던 것의 바닥부터 다시 짚게 하는 책에 가깝다. 저자는 특유의 유머와 단정한 듯 삐딱한 시선이 곳곳에서 살아 있고, 비고츠키와 스턴, 토마셀로 같은 학자들의 논의도 다만 학문적 맥락과 사회 진단이 한꺼번에 들어오다 보니, 독자에 따라 조금 숨이 찰 수도 있겠다. 말을 잘하고 싶은 사람보다, 자꾸 관계에서 어긋나는 사람이 먼저 펼쳐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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