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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렌식, 과학수사의 모든 것 - 지난 200년 법과학 발전의 놀라운 이야기
발 맥더미드 지음, 조진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5월
평점 :
『포렌식, 과학수사의 모든 것 - 지난 200년 법과학 발전의 놀라운 이야기』
🔺 저자: 발 맥더미드 Val McDermid
🔺 옮긴이 : 조진경
🔺출판사 : 문예춘추사

🎯 법과학자들의 이름은 잘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DNA 감식이나 지문 분석이라는 말은 익숙하게 알고 있었다. 과학이 어떻게 범인을 잡아내는지, 어떤 기술이 등장했는지 알려주는 책일 것 같았다. 이 책은 진실을 향해 수백 년 동안 조금씩 나아간 사람들에 관한 기록이다.
🔖 "진실은 허구보다 기묘한 것". 지금은 증거를 기반으로 판결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이 낯설게 다가왔다. 신분과 편견, 소문만으로도 유죄가 결정되던 시대가 있었다. 법과학은 그런 불완전함에 질문을 던지며 시작되었다.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작은 흔적 하나가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 시작한 순간들. 책은 그 변화의 과정을 단순한 역사 설명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야기처럼 들려준다.

🔖 죽은 자가 남긴 마지막 증언이란 말은 많이 들었을 것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법의곤충학 이야기다. 살인자가 낫을 깨끗이 닦아 증거를 없애려 했지만 결국 곤충들이 진실을 알려준다는 대목은 범죄소설보다 더 극적이었다. 사망 시간을 추정하기 위해 시신에 모여드는 곤충의 순서를 연구하고, 혈흔이 남긴 방향과 형태를 분석하며, 아주 작은 DNA 흔적 하나로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치밀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남기는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법과학이 차가운 숫자와 데이터만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혈흔 패턴 분석을 위해 토끼를 이용한 초기 실험, 얼굴 복원 기술의 발전, 디지털 포렌식의 등장까지 모든 발전의 시작에는 누군가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된다. 특히 게시판 시스템과 전화 회선이 최첨단이었지만 이제는 우리의 디지털 흔적 자체가 중요한 증거가 된다. 과학자는 객관성을 추구하지만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창의적이어야 한다

🔖 범죄 현장을 조사하는 법의학자, 증거를 분석하는 과학자, 법정에서 자신의 연구를 방어하는 전문가들. 그들은 완벽하지 않은 도구와 한계 속에서도 조금이라도 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저자 역시 범죄소설 작가답게 사건 자체의 자극성보다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집념과 윤리에 더 집중한다. 법과학은 결국 사람을 심판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억울함을 줄이고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 범죄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명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과학수사가 얼마나 많은 실패와 시행착오 위에서 만들어졌는지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
저자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법과학자들의 태도였다. 진실은 언제나 명확하지 않고, 증거는 언제나 불완전하지만 그럼에도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해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가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이었다.
과학수사라는 말에 막연한 호기심을 가진 독자, 범죄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그리고 인간이 어떻게 진실에 접근해왔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꼭 읽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