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쩌면 바라던 바 - 삶과 책이 있는 위스키 바, 그 잔에 담긴 이야기
정성욱 지음 / 애플북스 / 2026년 2월
평점 :
어쩌면 바라던 바 - 술 한 잔을 따르며 삶을 기록하는 바텐더의 조용한 산문.
🔺 저자: 정성욱
🔺 출판사: 애플북스

🎯 위스키 바를 운영하는 사람이 쓴 글이라니, 어떤 밤의 풍경이 담겨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술과 책이라는 조합도 낯설지 않지만, 그것을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문장은 어떤 온도를 가질까 상상해 보게 됐다. 누군가의 공간에서 흘러간 시간들이 어떤 문장으로 남아 있을지, 그 조용한 기록을 따라가 보고 싶었다.
🔖도시에 밤이 필요하다고 믿었던 한 사람이 바를 열었다. 저자는 설계사무소를 떠나 위스키 바 ‘산문’을 시작한다. 틀에 박힌 문장이 아니라 자유롭게 이어지는 산문처럼 살고 싶었다는 그의 말이 오래 남는다. 누군가 잠시 혼자가 아닌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자리, 말하지 않아도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바람이 이 책의 첫 문장처럼 조용히 시작된다.

🔖 바에서의 혼술은 이상하게도 완전히 혼자인 시간이 아니다. 낮은 조명, 음악, 그리고 바텐더라는 존재가 조용히 그 시간을 함께한다. 말을 걸지 않아도 괜찮고, 때로는 짧은 한마디가 깊게 남는다. 책을 읽는 손님, 아무 말 없이 잔을 기울이는 손님, 대화를 나누다 친구가 되는 사람들.

🔖 저자는 위스키의 숙성 이야기를 삶에 빗대어 말한다. 위스키가 오크통에서 시간을 지나며 깊어지듯 사람도 그렇게 변해 간다고.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것을 잃는다. 꿈, 관계, 가능성 같은 것들. 하지만 그 상실이 완전히 헛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그는 말한다.

🔖 바를 운영하는 시간은 단순히 술을 따르는 일이 아니었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그 시간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저자에게 바 ‘산문’은 술집이면서 동시에 서재이자 일기장 같은 공간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삶 속에서 그는 자신의 속도로 걷고 있다. 다음 잔을 따르듯 다음 문장을 이어 가며, 또 다른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는 듯 보인다.

💬 말이 많지 않은 밤, 잔 하나와 문장 하나가 남아 있는 풍경. 저자는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삶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매력이 있다.
📌 그럼에도 이 책은 공간과 삶, 일과 낭만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한 질문을 건넨다. 이른 독자가 꼭 읽어주길 바란다. 어쩌면 이 책은 우리 각자에게도 하나의 공간을 떠올리게 할지 모르니까.